사랑한다는 표현이 주는 것 - 연극 <최고의 사랑>
표현했다면 덜 후회했을 지도 모를 세 개의 이야기
연극 <최고의 사랑>은 청춘, 가족,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2019. 01. 16)
<최고의 사랑> 은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연극이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등장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집 앞에 선 낯선 남자에게 갑자기 고백을 받는 정복의 이야기다. 정복은 느닷없는 고백이 싫진 않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다. 오랫동안 짝사랑한 우주 때문이다.
이어 등장하는 인물은 엄마의 암 투병으로 주로 이모의 집에서 생활하는 여섯 살 소녀 예솔이다. 예솔은 별다른 투정 없이 이모의 집에서 지내지만, 이모는 임신 막달에 접어들고, 이모부는 다정한 성격이 아니어서 주로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상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세 번째 이야기는 동네에 새로 이사 온 금옥분 할머니와 터줏대감 박만돌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금옥분 할머니의 집 앞에 지저분하게 놓인 쓰레기 때문에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할머니에게 호감을 느낀 박만돌 할아버지가 괜한 이유를 만들어 찾아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결국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사람들
정복이 낯선 사람의 고백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15년 동안 친구로 지내며 사랑하는 마음을 숨겼던 우주 때문이다. 우주는 매번 여자친구 때문에 속상한 날이면 정복에게 전화를 건다. 우주는 여자친구의 변덕 때문에 자주 이별을 통보 받는다. 여자친구에 대한 불평은 많지만, 다시 만나자는 전화가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달려간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주도하는 여자친구에게 우주는 끝도 없이 끌려다닌다. 우주를 보며 속상해하던 정복은 몇 가지 사건 이후 우주와의 관계를 완전히 끝내려고 한다.
여섯 살 예솔은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아빠는 엄마의 병간호 때문에 늘 허겁지겁 병원으로 향한다. 이모 집에서 지내던 예솔은 동화 한 편을 그릴 정도로 상상력이 뛰어나다. 동화 속 왕자를 이모부로 설정하기도 하고, 이모와 자신을 경쟁자로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아픈 엄마와 오랜만에 만나 신이 난 예솔은 엄마와 ‘다음’을 약속한다.
박만돌 할아버지가 본 금옥분 할머니는 ‘참 고운 사람’이었다. 할머니는 말투도 걸음걸이도 조심스럽다. 박만돌 할아버지는 자주 할머니 집 앞을 지나며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핑계로 만날 구실을 찾기도 한다. 조금씩 정이 들고 있었는데, 둘 사이에 작은 오해가 생긴다. 금옥분 할머니는 마침 외국에 있는 아들에게 연락이 와 동네를 떠나고, 할머니가 남긴 편지 한 통이 둘 사이에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 알려 준다.
만약 사랑을 표현했다면
연극 <최고의 사랑> 은 청춘, 가족, 노년이 사랑하고 관계 맺는 이야기를 그린다. 천천히 관계를 맺다가 오해 때문에 끊어지는 관계를 그리기도 하고, 오랜 시간 맺어왔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기도 한다. 세 개의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낱말로 묶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최고의 사랑이란 무엇일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사랑을 말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지, 질문을 던진다. 또 늦지 않았을 때 사랑을 말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연극 <최고의 사랑> 은 3월 3일까지 이수아트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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