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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오의 웃음 : 변화의 순간, 그 한 가운데
부당하게 무시당해 왔던 세상 모든 마이너리티들에게, 복된 새해를
산드라의 말이 맞다. 아마 내년은 또 다를지 모른다. 백인 배우들로 가득 찬 시상식장 안에서, 늘 보던 인물들이 안전하게 상을 받아가는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2019. 01. 07)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과 <알로하> 이후 최초로 아시안 배우가 주연을 맡은 대형 스튜디오 제작 영화입니다.” 앤디 샘버그와 함께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진행자로 올라온 산드라 오가 던진 농담은 묵직했다. <조이럭 클럽> 이후 올-아시안 캐스팅 스튜디오 영화가 다시 나오기까지 2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는 점을 꼬집기 위해 헐리우드의 오랜 화이트워싱 관행을 언급해 보이며, 산드라 오는 웃었다.
산드라 오에게는 웃을 자격이 있다.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상업영화 속 백인 캐릭터의 비중 70.7%, 아시안 캐릭터의 비중은 고작 6.3%에 불과하다. 산드라 오는 이미 <그레이스 아나토미>로 2005년 골든글로브, 2006년 미국배우조합상과 에미상을 수상하며 당대 최고의 재능을 지닌 배우 대열에 합류했지만, 그 이후로의 필모그래피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백인 스타였다면 이와 같은 수상이 더 많은 기회로 이어지는 계기였겠지만, 아시안 캐릭터를 등장시킨 작품 자체가 좀처럼 제작되지 않는 환경에선 얘기가 많이 달랐다. 그래서였을까. 매력적인 사이코패스 킬러의 뒤를 쫓는 MI5 수사관 이브 역할을 맡은 <킬링 이브>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산드라 오는 자신에게 주연 역할이 들어왔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뒤져봐도 자신이 연기할 만한 배역이 보이지 않았다는 산드라 오는, <킬링 이브>로 제76회 골든글로브 텔레비전 시리즈 드라마 부문 최우수여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산드라 오는 골든글로브의 사회를 맡은 최초의 아시안 배우라는 기록과 함께, 2회 이상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최초의 아시안 배우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앤디 샘버그와 함께 오프닝 모놀로그를 진행하던 중, 산드라 오는 웃음기를 잠시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 이 무대에 서는 두려움을 받아들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 서서 이 관중들을 보고 이 변화의 순간을 목격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물론 스스로를 기만하려는 건 아닙니다. 내년은 또 다를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그럴 거고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변화의) 순간은 진짜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 당신들, 이 변화의 얼굴들을 보고 있고, 다른 모든 이들도 보고 있을테니까요.” 산드라 오는 <블랙팬서>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블랙 클랜스맨>, <포즈>, <로마>처럼 주류 헐리우드에서 제대로 대변된 적 없던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LGBTQ, 멕시칸을 내세운 후보작들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산드라의 말이 맞다. 아마 내년은 또 다를지 모른다. 백인 배우들로 가득 찬 시상식장 안에서, 늘 보던 인물들이 안전하게 상을 받아가는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도 산드라와 함께 웃어도 좋을 것이다. 부당하게 무시당했던 마이너리티들이 주류 사회의 구성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웃어 보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한 해, 세상 모든 마이너리티들에게 복이 가득한 새해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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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