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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인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될 수 있어요”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출간 공연이 없을 땐, 공연 외의 모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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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선배가 뭐 하냐고 묻기에 “작업실에서 녹음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 후 얼마 뒤에 또 전화가 왔는데 그때도 작업 중이었거든요. “작업하고 있다”고 했더니 너무 부러워하는 거예요. 어떻게 종일 작업만 할 수 있냐면서.(웃음) 작업과 연관되어 있지만, 실무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많은데 그건 이 직업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요. (2018.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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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돌고 돌아, 20대 중반이 넘어서 처음 곡을 썼다. 밴드 ‘캐비넷 싱얼롱즈’의 멤버로 음악을 시작해 인디 씬에 김목인이라는 이름을 단단히 뿌리내린 지 15년째. 태어날 때부터 음악가였던 사람은 없는데도, 그는 뒤늦게 음악을 하게 된 자신의 정체성을 자꾸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는 그가 지금껏 해온 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지난 1년의 생활을 차분하고 단정하게 정리한 책이다.

 

어떤 직업들은 특정한 이미지로 존재한다. 싱어송라이터를 떠올릴 때 ‘낭만’이나 ‘자유’같은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하지만 책에 실린 김목인의 하루는 그런 단어들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다. 그는 공연장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인쇄물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많고, 일을 마치면 가계부를 쓰곤 한다. 홍대에 가는 일은 드물고, 노래를 하는 직업인 데도 ‘사석이나 노래방에서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놀림’을 받기도 한다.

 

한 독자는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를 읽고 ‘김목인을 아는 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이고, 아니라면 그의 팬이 될 것’이라 평했다. 이에 공감하며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음악가가 아닌 다른 직업들의 면면까지도 궁금해질 것이라고. ‘일이란 자신에겐 뚜렷하지만 남들에게는 한없이 모호하기 때문이다(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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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싱어송라이터의 일 년 


‘싱어송라이터라는 직업이 뭘 하는 것인지 소개해 달라’는 말에서 시작된 책이에요.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읽기 편한 인문교양서로 쓰기 시작했어요. 정보 위주로 이 직업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는데 쓰다 보니 제가 다른 음악가들의 삶을 조사한 게 아닌데 그렇게 구성해도 될까 싶은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같은 싱어송라이터라고 해도 저만 이렇게 살 수도 있잖아요.(웃음) 실질적인 정보보다는 음악가라는 직업을 가진 한 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이 들어 제 1년의 생활을 자세히 기록하는 형식으로 구성을 바꾸었어요. 

 

3집 앨범 <콜라보 씨의 일일>을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는데, 책은 3집이 나온 후 1년 만에 출간됐어요. 원고 작업이 그만큼 오래 걸렸던 건가요?


책 집필은 앨범 작업을 하기 전부터 진행됐는데, 방향을 바꿔서 원고를 다시 쓰기로 했을 무렵에 3집 앨범 작업이 시작됐어요. 아무래도 작업을 하는 동안 일어난 일들이니 더 생생하게 원고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틈틈이 생각나는 내용이나 에피소드 등을 일지로 기록해 놨죠. 이후 작업이 끝난 뒤에 3집을 만드는 과정을 추가해서 책을 완성한 거예요.

 

두 작업이 겹쳐서 힘들었겠어요.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좋았어요. 앨범 작업이 끝나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책을 썼다면 아마 이렇게 생생한 경험과 생각을 담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번역서는 여러 권 펴냈지만 본인의 책을 출간한 건 처음이에요. 소감이 어떤가요?


저는 번역하고 글을 쓸 때도 항상 책을 쓴다고 생각하고 작업했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이 첫 책을 낸 것처럼 새롭게 봐주셔서, 제 이름이 단독으로 적힌 책이 나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실감했어요. 책 한 권을 완성하는 게 평소 짧은 글들을 쓰는 호흡보다 훨씬 길다 보니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그만큼 즐거웠어요.

 

제목을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어요.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이 제목은 출판계약서를 쓸 때 작성한 가제였어요. 이후 책 작업이 마무리된 뒤, ‘작은 가게로서의 음악가’가 제목 후보로 올랐는데 편집자가 ‘직업’이라는 단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를 읽었거든요. 또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이었기 때문에 이 제목을 그대로 사용해도 될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어요. 가제로 두었던 문장이어서 제목을 아직 안 지었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래도 편집자의 짐작을 믿고 판단을 맡겼죠.(웃음)

 

 

우리가 몰랐던 음악가의 면면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1집 앨범 <음악가 자신의 노래>에 실린 곡들이 산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1집을 만들 때의 고민이 책을 쓰는 데도 도움이 됐나요?


책을 쓰려면 한발 물러서서 음악가라는 직업에 대해 바라봐야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당시의 생각들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1집 앨범은 2011년에 발매된 거라, 이 시점에 음악가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게 염려스럽기도 했어요. ‘이 사람 아직도 음악가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네?’라는 느낌을 줄까 봐요.(웃음) 하지만 그 앨범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책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그동안 싱어송라이터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며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씀해주셔서 신기해요. 제가 주로 만나는 대중은 인디음악의 팬들이기 때문에 ‘이미 다들 아는 내용을 쓰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계속 있었거든요.

 

싱어송라이터에게 이렇게 잡무가 많은지 몰랐어요. 컴퓨터 앞에 앉아 PPT를 만드는 모습은 아직도 잘 상상이 되지 않는데(웃음), 꼭 처리해야만 하는 수많은 일들 중 가장 어렵거나 적성에 안 맞는 작업이 뭔가요?


공연 세트리스트를 정하는 거요. 어떤 음악가들에게는 즐거운 일일 텐데 제게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에요. 공연의 긴장을 미리 느끼고, 아직 가보지 않은 현장을 상상해야 하는 게  편하지 않게 느껴지나 봐요. 공연에서 부를 노래를 7곡 정도 뽑으면 되는 일이라 사실 어려운 작업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최대한 잘 골라야 한다는 부담이 커요. 또 음악가들은 외향적일 거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일의 구조 자체가 외부인과 많이 만나고, 공연장에 서야 하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내향적인 사람도 많아요. 저도 그런 편이라 낯선 사람들을 자주 만나 어떤 부탁을 받고, 그걸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일들이 힘든 일 중 하나였어요. 특히 회사와 함께 일하지 않고 혼자 모든 걸 감당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은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아요.

 

여전히 공연이 긴장되세요? 


큰 실수를 한 경험이 있으면 그 공포를 떨치기가 어렵거든요. 5년간 아무 문제없이 부른 노래인데, 어느 날 가사를 한 번 틀리니까 그 노래의 전주만 나와도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생각이 많을 때도 자꾸 긴장하고요. 실제로 많은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다들 긴장을 해요. 저는 격차가 좀 작은 편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대기실에서 너무 긴장한 티를 많이 내서 옆에 있다가 저까지 그 긴장이 전염될 때가 있어요.(웃음) 어떤 공연이든 적당한 긴장은 필요하지만 그걸 잘 견디는 것은 각자의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에요.

 

출퇴근을 하지 않는 프리랜서나, 예술 계통에 있는 직업에 대한 흔한 편견이 대중에게 드러나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한가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공연이 없을 땐 뭘 하나요?”라고 묻는 사람들을 만나면 뭐라고 대답하세요?


보통은 작업한다고 말할 때가 많아요. 실제로 작업에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어느 날 한 선배가 전화해서 뭐 하냐고 묻기에 “작업실에서 녹음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 후 얼마 뒤에 또 전화가 왔는데 그때도 작업 중이었거든요. “작업하고 있다”고 했더니 너무 부러워하는 거예요. 어떻게 종일 작업만 할 수 있냐면서.(웃음) 작업과 연관되어 있지만, 실무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많은데 그건 이 직업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요. 저는 평소에 작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에요. 그게 100% 음반 작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요. 또 일주일에 한 번 무대에 선다고 해도 규모가 큰 공연 같은 경우는 일주일 내내 신경 쓰고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시간적으로 보면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바쁜 날들이 많죠.

 

책 작업을 떠나서 평소에도 ‘음악가’라는 직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성향일 거예요. 영화 계통에서 일하고 싶었던 20대 초반에 쓴 노트를 보니 그땐 영화 작업에 대해서 그렇게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아마 저는 무슨 일을 해도 이런 책을 펴내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음악가였던 사람은 없는데, 유독 저만 다른 일을 하다가 뒤늦게 음악가가 된 것 같은 낯선 기분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자꾸 일에 대해 생각하나 봐요. 또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처음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편견 섞인 이야기나 질문을 일상적으로 많이 들었어요. 그런 말들에 대해 속으로 답을 내리며 살아온 것 같아요. 특히 1집 앨범을 낼 때 그 생각이 강했죠. 반면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를 쓸 때는 그저 편하게 내 직업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결혼과 육아가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느냐고들 궁금해 하는데, 엄밀히 말해 아직 체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159쪽)’고 썼어요. 이제 3집이라는 체험 결과가 나왔는데, 어떻던가요?


지장을 많이 줘요.(웃음) 심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시간도 많이 부족하고요. 결혼한 싱어송라이터들이 모이면 “결혼하니 노래가 잘 안 써지지 않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특히 연애 감정에 대해 곡을 쓰던 사람들이 더 그렇게 느끼더라고요. 제 작업은 사랑 이야기를 많이 다루지 않아서 그 부분에 있어 힘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주로 일상에서 모티프를 얻다 보니 하루가 거의 비슷해서 작업이 어려웠죠. 저녁에 아내가 육아를 맡고, 나가서 작업할 수 있게 시간을 줘도 막상 나오면 작업은 안 되고 배회만 하게 되는 거예요. 밤늦게까지 뭘 하긴 했는데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논 것도 아닌 상태로 돌아오는 거죠. 결국은 3집에 그런 심리를 담게 됐어요. <콜라보 씨의 일일>이 번아웃 된 주인공이 도시를 배회하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절반은 힘들었고, 절반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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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될 수 있어요 


‘작은 가게로서의 음악가’ 파트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이 비유가 음악가라는 내 직업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했다.(137쪽)’고 했는데, 싱어송라이터라는 직업을 구체적인 가게에 빗대어 생각해보는 것이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었나요?


창작자는 자신의 자아를 재료삼아 작업을 해요. 그러다보니 일이 개인적이고 비밀스럽고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죠. 그런데 순수하게 창작만 하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잖아요. 현실에서는 비즈니스를 해야 하니까 양쪽이 조화롭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아요. 제 자아를 굳이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날에도, 공연이 있으면 무대에 서야 할 때가 있고요. 하지만 나를 개인이 아닌 ‘하나의 가게’라고 생각하면 좀 나아지는 면이 있어요. 이외에도 싱어송라이터가 회사와 협업할 때 스스로를 개인이라고 생각해서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입장에서는 회사에 의존하게 되거든요. ‘사장님이 나를 잘 챙겨주시겠지’라는 마음이 들면서 인간적으로 바라는 게 많아지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면서 자꾸 서운할 일들이 생겨요. 그런데 나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회사는 내 가게와 거래하는 곳이라 생각하면 필요한 일들을 주고받고,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가끔 ‘음악가’란 직업을 작은 가게에 빗대어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공연이 많아지면 작업할 시간이 줄어들고, 작업할 시간을 늘리면 수입이 적어지는 딜레마가 있잖아요. 일을 청탁받았을 때 그것을 할지, 하지 않을지 구분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나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선배들이 “아무거나 들어오는 일이면 다 해라”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일단 자신을 알려야 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들어오는 일을 다 한다고 앨범이 잘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쉬었을 때 다음 작업에 더 잘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돼요. 만약 하루에 3개의 공연이 들어온다고 하면, 저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비즈니스로만 생각한다면 ‘하루 일하고 돈 많이 번다’고 할 수 있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공연을 하는 게 심리적으로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리고 앨범 홍보에 도움이 될 테니까 그냥 와서 좀 해달라는 건 안 하죠. 도움이 별로 안 된다는 걸 알아요.(웃음)

 

직업을 직업으로 존재하게 하는 건 수입인 게 당연한데, 예술 계통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돈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너무 박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잘 논다’라고 표현하는 영역이 있잖아요. 그 분야의 일은 사람들이 일의 부수적인 어떤 것이라 생각하고, 직업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에 관련된 직업이 생긴 역사는 무척 오래됐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일이 아니라 놀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 인식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게 예술가 지원 사업에 대한 반응이에요. ‘내 피 같은 돈을 왜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는 사람들에게 주냐’는 비판이 일잖아요. 단순히 그 직업에 대해 잘 모르니까 생기는 오해인 것 같아요.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를 읽은 동료들의 평은 어땠을지 궁금해요.

 

직접 만날 일이 많진 않았지만, SNS에 평을 올려준 분들이 있어요. 장기하 씨나 윤덕원 씨는 음악가의 삶을 잘 정리해줬다고 이야기해주었고, 매니저와 프로듀서들도 자신이 일하며 느꼈던 것들을 잘 써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이 ‘싱어송라이터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느낄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는 말을 많이 해줘서 고마웠어요. 협업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쓸 때, 제가 그들의 직업을 왜곡하거나 지나치게 자세히 쓴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했거든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게 읽어 준 게 특히 보람 있었어요. 한 친구는 이 책을 읽고 제가 작업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처럼 느꼈나 봐요. 자기는 싱어송라이터가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뜨끔했나요?


네, 그랬죠.(웃음)

 

 

싱어송라이터 김목인 씨의 일일


매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평균적인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새벽 2시쯤 자서 9시~9시 30분가량에 일어나요. 그때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아내는 나가서 작업을 하죠. 저는 집에서 오전 동안 무언가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메일을 보내야 하거나, 서류 작업이 있으면 음악 작업을 못하기 때문에 항상 유혹에 시달려요. 성과가 보이는 깔끔한 일들을 먼저 할 것인가, 아무리 허술해도 작업을 할 것인가 하는 마음이 싸우면서 오전을 보내죠. 오후에는 오늘처럼 인터뷰를 하는 등의 외부 일정으로 밖에 나갈 때가 많아요. 건반을 여러 번 쳐봐야 한다거나 기타를 연습해야 하는 등의 단순 작업은 밤늦게 할 때도 있는데, 발상에 관련된 건 주로 오전에 하려고 해요. 그때가 집중이 가장 잘되거든요. 

 

연말이라 많이 바쁘죠? ‘음악가에게 1월은 일이 없는 달이다.(15쪽)’라고 했는데, 12월은 다를 것 같아요.


연주자들 같은 경우는 12월에 일이 없으면 ‘내가 한물갔나?’라는 초라한 느낌이 많이 든대요. 얼마 전 지하철역에 앉아있는데 디너쇼 광고가 굉장히 많이 붙어있는 걸 봤어요. 저는 인디 씬에서 활동하다 보니까 그런 공연보다는 연말에 급조된 공연에 가는 경우가 많아서(웃음) 마음 한쪽은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싶지만, 늘 어수선하게 보내게 되는 것 같아요. 12월이지만 올해는 잡혀 있는 공연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책이 나오고, 북토크가 있어서 공연이 별로 없단 생각이 덜 하네요. 

 

북토크는 공연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이에요. 어떤가요?


싱어송라이터의 공연은 음악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소에도 공연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갈까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런 면에서 비슷하다고 느껴요. 그래도 북토크가 공연보다는 훨씬 느슨한 편이죠.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제가 음악 하는 사람이다 보니 북토크를 하면 오시는 분들도 노래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초대하시는 분들도 꼭 기타를 가져올 수 있는지 물으시는 거예요. 기타를 가져가면 공연을 준비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걸 모르는 분들이 가끔 계시더라고요. “한 두곡만 해주세요”라고 하시는데 한곡을 불러도 가져갈 장비는 똑같아서.(웃음) 그래도 원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단출하게나마 음향장비를 챙겨야 할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어제도 북토크에서 공연 했고, 내일도 할 예정이에요.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긴장하는 정도도 비슷하고요.

 

음악가가 본업이지만, 번역도 하고 글도 쓰잖아요. 각각의 일이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나요?


제게는 그 일들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어느 시간에 번역하고, 어느 시간에 음악하냐고 묻는데 실제로는 동시에 이루어질 때가 많거든요. 공연이 한가할 때 번역에 집중한다거나, 번역 하다 와서 대기실에 앉아 ‘몇 페이지는 언제 할까?’ 같은 생각들을 혼자 하곤 하죠. 번역이나 글 쓰는 작업은 직업과 무관하게 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었어요. 길티플레저인 거죠. 번역할 때마다 ‘이 시간에 앨범 고민해야 하는데’라는 죄책감이 항상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떤 분이 저를 보고 “자기에게 꼭 맞는 옷만 입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관심 있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게는 음악, 번역, 글 중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게 없어요. 어느 작업이든 80% 정도 진행되었을 때 느끼는 완성도에 대한 압박감도 동일하고요. 다만 함께 일하는 음악 프로듀서나 연주자들에게는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얘기 안 해요. 그래서 이렇게 책이 나오면 쑥스러울 때가 있어요.

 

‘음악 작업 열심히 안 하는 거 아닌가?’라고 오해할까 봐요? 


맞아요.(웃음) 언제 이런 걸 할 시간이 있나 싶어 할까봐... 다른 일에 더 집중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요.

 

SNS 제목이 ‘음악의 회복을 찾아가는 기록’이에요. 음악의 회복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좀 진지했던 시절에 쓴 문구예요.(웃음) 예전에 속해있었던 ‘캐비넷 싱얼론즈’ 멤버들과 음악 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거든요. 그때 나온 말인데, 보통 새로운 마인드를 가지려는 뮤지션들이 ‘음악의 죽음’에 대해 선언을 하잖아요. 기존의 것은 다 죽었고, 우리는 새로운 것을 한다고 말하는데 저는 그게 아니라 ‘회복’을 생각했어요. 관성적으로 일하며 잊어버리는 것을 일깨운다는 의미죠. 많은 음악가들이 음악을 일로 하느라고 처음에 가졌던 즐거움을 잊고 사는 느낌이었거든요. 음악가들끼리 모이면 음악 얘기 안 하고, “컴퓨터 업그레이드 했어?” 이런 거 묻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웃음) 그땐 그 모습이 안 좋아보여서 ‘음악의 회복을 찾아가는 기록’이라고 썼는데 지금은 저도 그렇게 됐어요. 물론 마음 한쪽에는 음악은 어떤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이 있죠. 제가 이 책에 쓰지 않은 게 있다면 그런 부분이에요. 노래를 만드는 일이 제게 어떤 변화와 기쁨을 주었는지에 대해서요.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에게 2018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2018년을 시작할 때 한국대중음악상 4개 부문(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포크 음반, 최우수 포크 노래) 후보에 올랐는데 다 떨어졌잖아요.(웃음) 스태프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제 위치에 대해 깨닫게 되었어요. 한계가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이정도 규모의 일이었구나’라는 사실이요. 만약 상을 받았다면 ‘나는 굉장히 잘난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을 지도 모르겠는데, 상을 받으려다 못 받으니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다’라는 걸 깨달으면서 시작한 한 해였기 때문에 작업의 밀도를 높이는 1년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더 공들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다른 직업에 대한 호기심, 흥미로 책을 집어든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많은 분들이 큭큭 대며 재밌게 읽었다고 해주셔서 기뻤어요. 실용음악과에 가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쓴 책이 아니니까요.(웃음) 음악가뿐 아니라 나와 다른 직업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은 이렇게 사는 구나’ 정도의 감상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다음에 쓰고 싶은 주제나 집필을 계획하고 있는 책이 있나요?


사실 계약된 게 몇 가지 있어요. ‘오션 부옹(Ocean Vuong)’이라는 베트남계 미국 시인이 쓴 첫 소설을 번역해야 하는 일이 한 가지고요. 또 하나는 제 가사 수첩에서 노래가 안 된 메모들을 묶어보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 그 책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수첩의 메모를 독자들이 읽을 만한 형태로 구성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모르겠어요.

 

‘김목인’이라는 이름을 단 책은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겠네요.


네. 음반도 같은 비율로 나와야 할텐데 말이에요.(웃음) 저희 어머니께서 음반으로 돈 벌고, 그걸 만드는 과정을 써서 또 돈 벌어도 되냐고 하셔서 돈 그렇게 못 번다고 했어요.(웃음) 음반 작업은 아무래도 책보다 훨씬 오래 걸리네요.

 


 

 

직업으로서의 음악가김목인 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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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성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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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이토록 찬란한 청춘의 순간들

김화진 소설가의 첫 장편. 사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이번 소설엔 아름, 민아, 해든 세 명의 친구가 등장한다. 삼각형의 꼭짓점에 놓인 것처럼 다르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과 질투 등을 눈부신 계절의 변화와 함께 그려냈다. 숨겨놓았던 감정을 털어놓게 만들 문장들이 가득한 작품.

우리 가족 마음 보살피기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다. 아이는 사랑스럽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왜 다투고 미워하고 극단적으로는 가족의 연을 끊을까? 가족 심리 전문가 최광현 교수가 갈등의 유형,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 가족을, 나를 지키는 심리 처방을 전달한다.

이해인 수녀가 간직해 온 이야기

수녀원 입회 60주년 기념 이해인 수녀의 단상집. 반짝이는 일상의 사진과 함께, 인생의 여정에서 품어온 단문, 칼럼, 신작 시 10편을 책에 담았다. 편지와 사물, 사람과 식물, 시와 일기. 우리가 잊고 살아온 소중한 것들을 말하는 수녀님의 이야기는 삶에 희망을 따스하게 비추어 준다.

2023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

과거는 곧 미래다 정말 그럴까? 벗어나고 싶은 과거와 이어진 고리를 끊고 새로운 미래를 찾아 바다로 나선 열두 살 소녀의 놀라운 모험 이야기. 신비로운 여정과 진정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어둠을 걷는 아이들』에 이은 크리스티나 순톤밧의 세 번째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


문화지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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