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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눈썹 : 지금 우린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 걸까

분노하는 백종원에게 열광하는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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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백종원에게서 정말 소비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적어도 지금으로선 아무리 봐도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희망”을 주는 광경이 아니라, 권위를 지닌 사람이 모두가 흔쾌히 미워할 만한 ‘빌런’ 하나를 잡아 박살을 내고 ‘참교육’하는 광경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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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은 절실하다. 위기에 처한 요식업계 자영업자들에게 사업윤리와 장사비결을 컨설팅 해주는 프로그램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고집불통의 사장들을 상대하며 자주 눈썹을 찌푸리고 뒷목을 잡는다. 살아남기에는 허점이 많지만, 백종원이 제시하는 솔루션을 받아들이기엔 자존심이 강한 사장들을 설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백종원은 “시장 원리에 따라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도태”되는 게 맞다고 믿는 냉정한 사업가다. 그리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자영업자 중 태반은 당장 내일 도태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의 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굳이 저렇게까지 괴로워해가며 설득을 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백종원은 냉정한 사업가이기 이전에, 자기 자신도 IMF 때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랐다가 식당 하나로 일어선 경험을 공유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 자영업자들이 많은 이유를 모를 리가 없다. 그가 “어쩔 수 없이 오픈한 분들은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희망을 전해드리고 싶다”(이상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중, 2018년 10월 12일)고 말한 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혈압을 올려가며 사람을 설득하는 건 그 때문이리라.
 
그러나 백종원의 절박한 선의와는 별개로, 프로그램은 백종원이 분노하는 순간들을 기점으로 성장해왔다. 공덕동 라오스식 쌀국수집처럼 모범적인 점포나, 신포국제시장 타코야키집처럼 어쨌거나 백종원의 솔루션을 듣고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성공한 집들은 큰 화제가 되지 못하는 반면, 충무로 국수집처럼 육수를 우리는 법을 놓고 백종원과 끝까지 싸운 집이나, 해방촌 원테이블처럼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집, 뚝섬 경양식당처럼 마지막까지 백종원과의 불화를 풀지 못한 집들이 등장할 때면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백종원이 분노하고 언성을 높이며 사자후를 토해내는 순간들이야말로 사람들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는 진짜 이유다. 백종원이 순간이나마 방송이란 사실마저 잊고 점주들에게 역정을 내면서 “이래서는 나 방송 안 한다”고 선포하는 순간,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백종원이 불량점주 참교육’하는 순간들 말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는 게 점점 불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방터 홍탁집을 컨설팅하며, 백종원의 눈썹은 좀처럼 즐겁게 호를 그리지 못했다. 음식이나 접객 분야에 컨설팅을 해주면 되는 상황이었던 이전 점포들과 달리, 이 집은 장사할 의욕이 없어 어머니에게 기생하는 아들의 됨됨이를 컨설팅해줘야 했다. 백종원이 늘 미간 쪽이 말려 올라간 눈썹을 한 채 연일 사자후를 토해내는 동안,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9개월만에 다시 시청률 7%대를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백종원에게서 정말 소비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적어도 지금으로선 아무리 봐도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희망”을 주는 광경이 아니라, 권위를 지닌 사람이 모두가 흔쾌히 미워할 만한 ‘빌런’ 하나를 잡아 박살을 내고 ‘참교육’하는 광경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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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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