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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주종혁, 그저 무대가 좋다

뮤지컬 <6시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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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온전히 그 캐릭터로 살아 있다면 라이언이든 주종혁이든 상관없더라고요. (2018.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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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파란이 최근 10년 만에 활동을 재개해 화제다. 변치 않은 가창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뮤지컬을 즐겨 보는 관객이라면 멤버 가운데 라이언이라는 이름으로 노래하는 그가 조금은 낯설 수도 있겠다. 파란 활동을 중단했던 지난 10년간 그는 뮤지컬배우 주종혁으로 열심히 또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많은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서지만,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정된 작품, 한정된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로서 다양한 무대와 인물을 만나왔으니까. 당사자인 주종혁 씨는 요즘 어떤 기분일까? 뮤지컬 <6시 퇴근>에 참여하는 그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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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란의 라이언이 아니라 배우 주종혁으로 봐달라’고 했는데, 다시 음악활동을 하고 있네요(웃음)?


“제가 무대에서 온전히 그 캐릭터로 살아 있다면 전혀 상관없더라고요. 예전에는 나만의 이런저런 기준이 참 많았는데, 나이 들면서 관대해지고 유연해진 것 같아요. 주변에서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맞아!’ 하는 순간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로 자유로워졌어요.”

 

몇 년 사이 활동을 재개한 팀이 많지만, 그래도 ‘파란’으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는 특별한 계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동생들 때문이에요. 동생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제가 형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동생들이 파란이란 이름으로 다시 활동하고 싶어 했고, 제가 조금 힘을 보탰을 뿐이에요. 요즘은 무척 즐거워요. 함께 활동하는 것도 좋고,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시고 반가워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감사하죠.”

 

작품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텐데, 뮤지컬 <6시 퇴근>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심플한 편이에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개만 봐요. 너무 많이 생각하면 선택할 수가 없거든요. 가장 큰 건 연말에 밝은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연기적인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서 좀 세고 어두운 캐릭터를 지향했는데, <6시 퇴근>은 밝고, 게다가 밴드뮤지컬이거든요. (고)유진 형이 녹음한 음악을 들으니까 좋아서 하고 싶더라고요. 파란을 좋아하는 분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생각했죠. (최)성욱이도 같이 하고, 음악적인 면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소극장 공연인데 등장인물도 많고 캐릭터마다 스토리가 있어서 어떤 관객이 와도 감정이입이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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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밴드 이야기인데, ‘장보고’라는 인물에 고유진 씨도 함께 캐스팅된 걸 보고 일단 출중한 가창력이 필요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웃음).


“밴드뮤지컬이라 합창이 많은데, 장보고는 특히 노래가 많고 전부 고음이에요. 춤추면서 부르면 죽어납니다(웃음). 기타, 피아노 등도 연주하고요. 그런데 느낌이 좋아요. <6시 퇴근> 개인 사진 촬영할 때 조명이 나갔고, 극장에 들어가서 연습할 때는 제 마이크가 죽었어요. 예전에 파란 ‘첫사랑’ 녹음할 때도 정전된 적이 있거든요. 이번 공연 정말 잘될 것 같아요(웃음).”

 

장보고라는 인물은 한때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던 소심남으로 소개되던데요.


“비정규직이기도 해서 <미생>의 장그래와 비슷한 캐릭터로 생각할 수 있는데, 좀 다른 결을 내고 싶어요. 극에 윤지석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음악에 대한 열정도 있고 스마트해요. 대리라서 자기 생각도 표현할 수 있죠. 반면 장보고는 윤지석과 비슷한 면이 많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상황 때문에 참는 부분이 많아요. 두 사람이 대립되게 표현하면 어떨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리숙한 사람이 무대에서 노래할 때 돌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럼 관객들도 안 신나죠. 그래서 능력도 있고 끼도 많은 인물로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살려보고 싶어요.”

 

하긴 소심한 캐릭터치고는 몸이 너무 좋은 거 아닌가 생각했습니다(웃음).


“일부러 운동을 안 해서 근육을 좀 뺐는데, 매진 공약을 걸어볼까. 공연이 매진되면 셔츠를 찢어버리죠! 커튼콜 때는 캐릭터와 상관없잖아요(웃음). 제가 운동을 좋아해요. 담배도 안 하고, 술은 한두 잔 마시니까 운동과 음식이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거든요. 그래서 항상 준비는 돼 있습니다. 몸의 크기만 다를 뿐 모양은 똑같아요. 참, 공연이 3월까지라고 느긋하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저를 보려면 빨리 오셔야 해요(웃음).”

 

배우로도, 가수로도 안정돼서인지 굉장히 밝은 에너지가 전해져 오는데요.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들을까요?


“예전보다는 배우로 봐주는 분들이 많지만, 좀 더 욕심을 내야할 때인 것 같아요. ‘믿보배’라고 하잖아요. 믿고 보는 배우로서 확신을 드리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면 이제는 또 다른 걸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열심히 달려야죠.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 6곡 정도가 실린 파란 미니 앨범도 나올 예정이에요. 저는 무대가 좋아요. 앞으로도 무대에서 즐거운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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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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