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데호의 음악은 ‘메뉴판에 없는 요리’
첫 앨범 『Mixtape』 발매
활동 과정에서 음악을 (이론적으로) 어렵게 접근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어려운' 음악을 열심히 만들어 왔다. 그러던 중 좀 더 '직관적이고, 편하고, 친절하게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2018. 11. 23)
까데호(Cadejo)의 음악은 자연스럽다. 소울과 펑크(Funk), 재즈, 블루스, 힙합을 유연히 왕래하며 그 리듬 속 짜임새 있는 구조와 선 굵은 멜로디, 거칠게 몰아치는 힘을 발산한다. 오랜 시간 인디 씬에서 각자 활동해온 이 베테랑 뮤지션들은 멜로디와 리듬으로 대화를 건네며, 각각 개성을 어필하면서도 평화로운 공존을 이뤄낸다. 첫 앨범 <Mixtape>을 발매한 지 어언 6개월, 10월의 마지막 날 홍대 벨로주에서 공연을 마치고 맥주 한 병과 함께 여운을 즐기는 까데호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정기고와 함께 새 싱글 '옆에'를 발표했다. 공연 중 정규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하고. 근황을 들려줄 수 있나.
태훈 : 최근 근황은 딱 그렇게 정리할 수 있다. 12월에 새 싱글을 준비 중이고,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 상반기 안에 정규앨범을 발표하기 위해 합주를 하고 있다. 공연도 매주 한다.
까데호는 각자 활동하던 세 멤버가 뭉친 밴드다. 각 멤버들의 경력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태훈 : 펑크밴드 펑카프릭 부스터(Funkafric Booster)로 시작해서 세컨 세션이란 팀을 오래 했고, 화분이라는 삼바 팀과 사이키델릭 밴드 헬리비전을 지금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규철이를 알게 됐고, 규철이가 재호와도 친해서 작년 재즈 페스티벌을 계기로 연을 맺게 됐다. 재호와는 오복성이라는 팀으로 같이 활동하기도 했다.
규철 : 쟈니 로얄로부터 출발했다. 그전에 비행선이란 팀도 있었는데 그 팀은 금방 없어졌다. 김오키, 서사무엘과도 같이 활동했다. 재호와는 학교 1년 선배인데 15년째 같이 음악을 하고 있다. 밴드는 태훈이만큼 많이는 못한 것 같다.
재호 : 규철이랑은 20~21살 때 처음 만났고 누트립(nuTrip)이라는 팀에서 10년 정도 호흡을 맞췄다. 태훈이와는 홍대 공연하면서 자주 마주치던 사이였다. 서사무엘 밴드도 규철이와 제가 먼저 하고 있다가 태훈이가 합류하고 나서 사정이 있어 나갔다. 제대 후에는 레게 음악을 많이 했다. 소울 스테디 로커스, 윈디 시티에서 활동했다.
셋의 합이 잘 맞아서 팀 결성 전부터 활동을 같이 했는지가 궁금했다.
규철 : 태훈이랑은 시작한 곳이 많이 달라서 계속 몰랐다. 10년 넘도록 몰랐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태훈 : 그래도 오며 가며 얼굴은 몇 번 봤다. 홍대 클럽에서 꽤 자주 겹쳤다.
이태훈의 기타를 세컨 세션 시절의 블루스와 재즈 스타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까데호에서는 그때보다 에너지를 더 영글었다고 해야 하나. 톤이 관능적으로 꿈틀거린다.
태훈 : 밴드를 오래 하다 보니 기존에 거쳐 온 밴드들의 특성이 융합된 것 같다. 2012년 세컨 세션 첫 앨범이 나올 때만 해도 재즈에 꽂혀 있었고 재즈적인 소울 펑크(Funk)를 추구했기에 어려운 편성도 쓰고 솔로를 했다. 그러던 것이 헬리비전에선 좀 더 자유로워지고, 화분에서는 삼바의 팝 멜로디를 더하면서 지금 같은 사운드가 나오는 것 같다.
기타 연주 시 페달을 쓰지 않는 것도 그렇고, 요즘 씬에서 듣기 힘든 톤이다.
태훈 : 페달을 굉장히 많이 쓰다가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라이브 무대에서 몸도 많이 움직이고 눈을 감고 연주해서 이펙트보다는 연주를 더 연습하자는 취지였는데 오히려 생톤의 매력에 중독된 것 같다.
재호 : 음악 씬에서 가장 두꺼운 줄을 쓴다. 그 게이지는 어디서도 못 봤다.
태훈 : 기타라는 악기는 서스테인도 짧고, 한번 놓치면 음이 사라지기 때문에 표현하기 어려운 악기라 생각한다. 기타의 최대치를 뽑아내기 위해 그런 부분에 꽂히는 것 같다. 도 닦듯이. (웃음)
기타가 메인 멜로디를 차지하는데 굉장히 직관적으로 잘 들린다. 주로 멜로디를 짜는 멤버는.
태훈 : 곡마다 다르다. 재호가 들고 와서 내게 "라인 이렇게 쓰자" 하기도 한다.
규철 : 태훈이가 많이 만들긴 한다.
태훈 : 멤버끼리 즉흥 연주를 하면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
<Mixtape>은 보컬과 연주곡 비중이 2/5 정도다. 보컬 트랙을 넣은 의미가 있나.
태훈 : 일종의 시도다. 개인적으로 활동 과정에서 음악을 (이론적으로) 어렵게 접근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어려운' 음악을 열심히 만들어 왔다. 그러던 중 좀 더 '직관적이고, 편하고, 친절하게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컬 트랙들을 몇 개 만들었다. 의도하기보다는 곡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물이다. 예를 들면 리프를 짰는데, 재호가 흥얼거려보니 어울려서 다 같이 보컬 트랙을 넣은 경우가 있겠다.
재호 : 앨범 이름을 '믹스테입'이라 지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콘셉트 생각 말고 일단은 멤버들이 갖고 있는 걸 다 내놓자'는 의미였다 언오피셜로 할지 오피셜로 할지도 고민했고, 의도가 많이 들어간 앨범은 아니다. 멤버들끼리도 첫 만남 아닌가. 각자의 색을 자연스럽게 담으려 했다.
김재호의 베이스라인은 전체적으로 음악을 단단히 받쳐주면서 'Dirty beats'와 'Glue'처럼 전면에 나서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자연스러운 작업 과정에서 나온 결과인가.
재호 : '내가 주도해야지'라 나눈 건 아니다. 까데호에서 베이스를 플레이할 땐 멤버들을 조율한다는 느낌으로 연주를 하는데 (웃음), 'Dirty beats' 같은 경우는 좀 가벼워진 느낌이고 'Glue'는 내가 테마를 잡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나온 것 같다.
까데호에서 베이스를 연주할 때 중점이 있다면.
재호 : '내가 연주하기 편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 나왔던 태훈이의 톤과 페달 쓰지 않는 소리, 줄 게이지와도 연결되어있다. 최대한 직관적으로 연주한다. 녹음을 할 때도 웬만해서는 더블링을 잘 안 한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레어한 감동,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까데호도 그 날 것의 느낌을 살리려 한다. 그러면서도 편안함은 가져가고, 생각을 줄이는 것을 의도하기도 한다. '레어'보다는 '내추럴'에 가깝다.
규철의 드럼으로 넘어가자. 까데호의 내추럴함 속 드럼은 오히려 정격적이다.
재호 : 한국에서 힙합을 제일 잘 치는 것 같다.
규철 : 록 음악을 엄청 좋아했고 힙합은 오래 듣지는 않았다. 드럼도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까데호에서는 정말 모든 걸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서 아무 의도도 안 하고 있다.
규칙적인 드럼 비트가 까데호 음악의 판을 깔아준다는 인상을 주는데.
태훈 : 맥락을 잡아준다. 힙합과 펑크(Funk)의 경계에 있는 리듬.
재호 : 규철의 리듬으로부터 출발할 때가 많다.
<Mixtape>을 만들면서 사운드를 참고하거나 영향받은 아티스트가 있나.
규철 : 어려운 질문이다. 너무 많아서. 연주자로는 고등학교 때 랜시드(Rancid)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다만 까데호에서의 레퍼런스는 딱히 없는 것 같다.
태훈 : 규철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고무적인 부분이 있었다. 둘이 판 우물의 깊이가 비슷하다는 것. 일일이 뮤지션, 스타일을 말하지 않아도 '그런 거 있잖아' 하면 자연스럽게 연주로 대답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말보다는 연주, 음악으로 들려주는 것이 편하다.
수록곡 'Autumn leaves'가 그 자연스러움의 결과로 들린다. 제목을 가리면 유명한 재즈 넘버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것 같다.
태훈 : 앞서 얘기했던 재즈 페스티벌 참여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재즈를 해야 하는데 최대한 재즈 같지 않게 삐딱선을 타보자는 생각이었다.
정기고와 함께 발표한 싱글 '옆에'가 가장 최신의 결과물이다. 시티 팝의 느낌도 나는데.
재호 : 우리는 이 곡을 빈티지한 소울 넘버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크루앙빈(Khruangbin) 혹은 시티 팝을 얘기하는 점이 재밌다.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우리가 의도를 넣어도 의도한 대로 안 나오는구나... 오히려 안도를 했다.
작업 과정에도 정기고가 참여했나.
태훈 : 작곡에 참여는 안 했지만 형을 생각하면서 라인을 만들었다.
규철 : 정기 형을 위한 곡이다.
태훈 : 개인적으로 마빈 게이를 좋아하는데, 언젠가 정기 형과 공연 연습할 때 목을 푼다고 마빈 게이를 부르더라. 너무 똑같이 잘 불러서 소름이 돋았다. '언젠가 꼭 같이 해야겠다'라 다짐했다.
VHS 영상을 활용한 복고적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다.
태훈 : 영상을 만드는 믿을만한 친구들이 흔쾌히 도움을 줬다. 올림픽공원에서 영상 찍을 때 정말 더웠다. (웃음)
각자 경력은 베테랑이지만 까데호 팀 단위로는 데뷔 1년 차 신인 밴드다. '이 팀으로 이런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태훈 : 준비를 많이 하고, 정보를 많이 넣어서 레퍼런스를 알아야 이해가 되는 음악을 해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 이건 나를 위한 음악이지,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데호에서는 최대한 그런 습관을 없애고, 직관적이고, 듣기 편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규철 :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이런 사람도 음악을 하는구나! 딴 거 없다. (웃음)
재호 : 다른 팀 할 때도 항상 하는 생각인데, 내가 맘에 드는 앨범을 갖고 싶다. 내가 아쉬움 없는 작품, 아 이거는 마스터피스다 할 수 있는 작품을 내는 것이 목표다.
범용성 넓은 음악을 하는데 같이 작업해보고픈 뮤지션이 있나.
태훈 : 먼저 우리만의 사운드를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재호 : 하고 싶은 분야는 많다.
태훈 : 지금 1집을 만들고 있는데 고민인 게, 어떤 합주할 때는 완전 아프로 펑크(Funk)가 나오고, 어떤 때는 레게가 나오고, 어떤 때는 소울 재즈가 나오고... 너무 분식집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웃음)
어떤 장르 어떤 스타일을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까데호의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까데호의 음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태훈 : 메뉴판에 없는 요리! 사람들이 못 먹어본 요리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규철 : '내가 낸데', '내 건데!' 그런 느낌. 이제 '내 것'을 해 볼 때가 됐다.
재호 : 저도 메뉴판에 없는 요리. 그러나 몸에 좋은 요리다.
인터뷰 : 김도헌, 조해람
사진 : 이해란(HAERAN)
정리 : 김도헌
관련태그: 카데호, Mixtape, 이태훈, 다 내놓자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