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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먼지를 몰아내는 첼로
『Let There Be Cello』
듣고 있노라면 강렬하고 시원시원한 사운드에 어느새 사이다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켠 것 같은 상쾌함이 밀려온다. (2018. 11. 16)
언스플래쉬
미세 먼지가 자욱했던 어느 날, 두어 권의 책을 들고 커피가 맛있는 동네 카페로 향했다.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 학창 시절 음악을 전공하다가 우연히 커피에 빠져 일본으로 건너가 오랜 기간 커피를 배우셨다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자주 들르는 곳은 아니지만 조용한 공간이 필요할 때 떠오르는 곳, 어쩐지 갈 때마다 오래 머물게 되는 카페다. 다른 손님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신기하게도 그곳은 손님이 가득 찬 날에도 늘 특유의 차분함과 조용함이 깔려 있다. 그날은 홀로 앉아 있는 남자 손님이 눈에 띄었다. 다 녹아버린 얼음, 딱 봐도 맹물처럼 보이는 커피가 그가 머문 시간을 말해주었다. 컴퓨터를 앞에 두고 계속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숨을 쉬기도 하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그때 문득 그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곡이 떠올랐다. 2Cellos의 곡이었다.
자욱한 미세 먼지를 물로 씻어내듯 개운해지는, 어느 탄산음료의 광고처럼 마시면 온몸에 전율이 오를 만큼 청량감이 넘치는, 그야말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곡, 바로 2Cellos의 곡이다. 특히 이번에 발매한 <Let There Be Cello>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라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듣고 있노라면 강렬하고 시원시원한 사운드에 어느새 사이다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켠 것 같은 상쾌함이 밀려온다.
2Cellos는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준수한 외모를 겸비한 미남 첼리스트 듀오로, 크로스오버 장르를 주로 연주한다. 유명한 팝송이나 클래식, 영화 음악 등을 첼로 듀엣 버전으로 편곡해서 연주하곤 하는데, 록 음악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강렬하고 확고한 그들만의 스타일로 전 세계 수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크로스오버 장르의 연주자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연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흔히 '퓨전'이라는 단어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크로스오버'는 기존의 음악 장르들을 융합해 만들어진 음악이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장르의 음악이 한 곡에 합쳐지는 것이다. 2Cellos의 이번 음반에 실린 「Whole Lotta Love」는 베토벤 5번 교향곡과 팝송을 적절하게 섞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곡으로 재탄생시켰다. '적절히 합친다', 얼핏 설명만 들으면 쉬워 보일 수 있는 이 시도는 그 새로움과 흥미로움 때문에 많은 애호가를 탄생시키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안티 팬을 양산하기도 했다. 순종, 즉 혈통 있는 기존 장르를 훼손하지 말라는 이유에서였다. 클래식이면 클래식, 팝이면 팝, 록이면 록 등을 추구하는, 순종 애호가들의 박해(?) 속에서도 장르뿐만 아니라 문화를 초월한 명곡들이 점점 더 많이 탄생하게 되자 크로스오버는 하나의 장르로 당당히 인정받게 된다. 2Cellos는 여기에 엄청난 실력과 화려한 쇼맨십, 카리스마까지 더해, 오늘날 크로스오버 음악이 더욱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도록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음반은 곡의 완성도가 매우 탄탄해서 그 뛰어난 음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그들 음반의 강렬함과 화려함은 우리를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마성을 가지고 있다. '음반으로도 이토록 통쾌한데 실황으로는 어떨까' 궁금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2Cellos의 공연장은 흡사 클럽 내지는 록 콘서트의 현장을 보는 것 같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음반뿐만 아니라 그들의 공연 영상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 영상을 찾아보면 오히려 그들의 기교가 음반에서 더욱 절제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친 듯이 달려나가는 열정을 뽐내는 2Cellos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숨막히는 날씨에 답답한 오늘이라면, 깨끗한 숨을 한가득 들이마시고 상쾌해지고 싶은 지금이라면, 2Cellos의 <Let There Be Cello>가 당신의 공기를 바꾸어줄 것이다.
2Cellos (투첼로스) - 'Let There Be Cello'John Lennon, Antonio Vivaldi, Ed Sheeran 작곡/2Cellos 연주 | Sony Classical / Sony Classical
1번 트랙으로 등장하는 와 4번 곡 이 바로 그것인데, ‘송라이터 투첼로스’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관련태그: Let There Be Cello, 첼로, 크로스오버, 상쾌함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美버클리음악대학 영화음악작곡학 학사.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 박사. 現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전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