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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평등해야 안전하다”

『제가 왜 참아야 하죠?』 펴내 성폭력은 구조, 성범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탓하는 분위기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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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포함해서, 인간은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입니다. 여성 혐오, 성차별, 강간 문화에 젖은 사회에서는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진짜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약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책도 읽으며 치열한 자기 성찰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2018.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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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는 여성을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너무 좋아해서, 여성이 너무 필요해서 여성을 공짜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각종 시스템, 사고방식, 차별, 문화가 여성혐오입니다. 여성혐오에 물든 남성들은 여성은 동등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 사랑, 보답 없이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성을 열등하거나 나쁜 존재로 만들어서 이용합니다. 반대로 '모성 예찬', '순결한 성녀 숭배'처럼 찬양해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성들은 사랑 못 받을까봐, 나쁜 여자로 찍힐까봐 두려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참고 자발적으로 이용당하게 됩니다. 이때 인간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속성들은 전부 여자의 특성이 되어 여성 집단을 비난할 때 쓰이게 됩니다. 한편, 남성들만 여성혐오에 물든 방식으로 여성을 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여성이어도 나이 든 여성, 더 권력을 쥐고 있는 여성은 더 어리거나 권력이 없는 여성을 이런 방식으로 이용합니다. ( 『제가 왜 참아야 하죠?』   288~289쪽)

 

여성이 남성에게, 남성이 남성에게 저지르는 성폭력도 있지만 대개의 성범죄는 남성이 가해자고 여성이 피해자다. 성범죄는 혐오 정서와 관련 있다. 여성을 너무 좋아하는데, 인간으로서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를 때 발생한다. 그런데 이 범죄는 독특한 면이 있다. 가해자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삐딱해도 괜찮아』, 『이 언니를 보라』의 저자 박신영이 그러한 전형적인 성폭력 현장에 있었다. 목격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10여 년 전 직장에서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가해자에게 당한 피해자는 또 있었다. 피해자들과 합심하여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 방지 약속을 얻었다. 그런데 가해자는 입장이 돌변, 회사에서 피해자들이 일을 할 수 없도록 압박하기 시작한다. 가해자 아내까지 가세했다. 형사 고발과 민사 소송이 이어지고, 지난한 2년의 세월을 견뎌 마침내 승소했다.

 

범죄자를 참교육한 실화를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버무려낸 책이 바로 『제가 왜 참아야 하죠?』 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사회 각 영역에서 이루어진 미투 증언과 이를 둘러싼 기득권 층의 반응을 복기하고, 한국사회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바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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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해야 안전하다

 

2013~2014년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삐딱해도 괜찮아』, 『이 언니를 보라』를 연달아 내시고 그간 저작 활동은 뜸했습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책은 안 나왔지만, 다음 책 준비를 하며 지냈습니다. 여러 건 계약도 있었고 저 스스로 기획안을 들고 출판사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지만 출간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제 능력 부족도 있었지요. 덕분에 겸손을 배우며 지냈습니다. (웃음)

 

이번 책 제목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요.

 

이 책 내용 중, 저에게 이유없이 욕설을 하는 동네 할아버지와 싸우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제목인 “제가 왜 참아야 하죠?”는 그때 제가 한 말입니다. 책 51쪽에 나옵니다. 제 초고를 읽은 바틀비 출판사 편집장님께서 이 말에 감동을 받으셔서 책 제목으로 정해 주셨습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책 출간 소식을 들은 지인분들도 참 좋아하시더군요.

 

책 구상하면서, 이 문장은 “꼭 넣고 말겠다”라고 한 대목이 있다면요?

 

‘평등해야 안전하다’입니다. 제 책 전체의 주제입니다. 이 말은 옆에 메모한 종이를 놓고 문맥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계속 삽입했습니다. 한 4번 정도 한 것 같네요. 그리고 읽어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구슬’을 열심히 넣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가해자 최씨에 대한 사적 복수를 하려는 의도도 있어서요. (웃음)

 

책이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최근 한국사회 미투 운동에 관한 선생님의 논평, 후반부가 10년 전 작가님께서 겪으신 이야기로요. 이렇게 배치한 의도가 있을 것 같아요.

 

1부는 2018년 보도된 각각의 사건을 놓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성폭력 관련 고정관념을 바꿔주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폭력은 여성들이 흔하게 겪는 사건으로 남성 지배의 일상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일부 변태들의 성욕 때문이 아니라 권력 차이로 생긴다, 그 권력은 젠더 권력이다, 성폭력 발생 원인은 사회 각 부분의 불평등과 관련 있다, 구조의 문제이니 평등해야 안전해진다, 이런 방향이지요. 그 다음 제가 겪은 사건 이야기인 2부로 넘어갑니다. 소설이라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니, 독자분들은 읽어가며 저에게 감정이입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1부에서 제가 주장한 내용에 거부감이 드는 독자분일지라도 2부에서 제가 겪은 성폭력 사건을 저에게 빙의하여 세세히 같이 겪다 보면 1부에서 제가 쓴 성폭력 관련 기본 개념이 저절로 이해되도록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특히 남성 독자분이라면 1부에 제가 한 주장이 가슴에 와 닿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책에서 거듭 강조하는 게 성폭력 발생 원인이 구조라고 봤고, 방금도 그 대목을 지적했습니다.
 
구조적으로 보아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량 제품 한 두 개를 추적해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량 리콜해서 생산 라인을 검토해야 해결이 되는 법이니까요. 남성들이 자꾸 성폭력 문제를 일부 남자의 일탈로 보는 것은 그 일부 남자가 일종의 피뢰침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 덕분에 전체 남성 집단이 벼락 맞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인간은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입니다. 여성 혐오, 성차별, 강간 문화에 젖은 사회에서는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진짜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약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책도 읽으며 치열한 자기 성찰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남성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잠재적 가해자다’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한국 선수가 도쿄돔에서 뛰는 것

 

성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는 처음에는 미안해하는 척하면서 당당해하고 여성이 먼저 유혹했다고 뻔뻔하게 주장하죠. 혹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가해자의 아내는 피해자 여성을 비난합니다. 피해자의 가족들도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피해자 여성을 비난합니다. 각각 행위자들의 심리는 왜 이럴까요.

 

각각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다고 봅니다. 가해자는 무죄 판정을 받기 위해서, 가해자의 아내나 가족은 범죄자의 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 피해자 여성을 문제 있는 여성으로 몰아갑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르는 제 3자들도 사건 기사를 접하면 피해 여성에게서 먼저 원인을 찾습니다. “왜 그 시간에 그 자리에 그 옷을 입고 그 사람에게?”를 묻습니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앞날을 걱정해줍니다. 참 이상하죠? 원래 어떤 문제가 생기면 잘못한 쪽에 “왜 그랬니?”라고 묻습니다. 싸움이 나면 때린 사람에게 “왜 때렸니?”라고 묻잖아요. 맞은 사람에게 왜 맞았냐고 묻지 않습니다.

 

그러니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왜라고 묻는 현상이 바로 사람들은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 여성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성폭력을 당한 것보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한 것이 더 잘못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회 전체적으로 나쁜 여성, 문란한 여성이 계속 공급되어야 남성의 성폭력할 권리가 보장되고, 나쁜 여성들이 계속 비난받으며 존재해야 다른 여성들을 후려쳐서 지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불평등한 사회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어 기득권을 누릴 수 있으니까 다들 피해자부터 비난하게 되는 겁니다. 안타깝지만, 워낙 이런 문화가 만연하기에 피해자 측 지인들도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범죄 자제도 문제이지만, 이후에 법정에서도 여성과 남자의 권력 관계는 너무나 불평등한 듯합니다.

 

현재 성폭력 가해자에게 팁을 제공하여 무죄나 불기소, 기소 유예, 집행 유예를 받게 하는 산업이 호황입니다. 인터넷 카페는 물론 전문 변호 집단도 많습니다. ‘성폭력 사건 대응’ 등으로 검색해보면 여성 대상으로는 예방법이나 호신술 등인데 남성 대상으로는 사건 후 빠져나가는 방법에 대한 팁을 주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남성들은 가해자가 되어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증거지요. 이를 몇 번 페북에서 글을 썼더니 불쾌하다는 댓글을 다는 남성분이 있었습니다. 검색 해보면 다 나오는 뻔한 사실인데, 왜 저에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우습게도요, 페북에 이런 글을 쓰면 모르는 남성에게 이따금 공격 받아요. 욕설 댓글, 협박 메시지도 자주 받고, 칼이나 남성 성기 사진도 종종 받습니다. 저는 꽃다발이 아니라 좆다발을 받으며 살고 있죠. (웃음) 이로 보아 여성에게 불평등한 현실을 알리고 대처 방법을 찾게 하는 것 자체가 남성 집단에게는 괘씸죄를 지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상상 외로, 기존 불평등을 유지하여 남성 집단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이지 않는 손’의 활동이 있다는 증거겠죠. 맞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서까지 여성이 접하는 정보는 가해자 남성보다 적습니다. 경찰서에서도 법원에서도 불평등합니다. 일상의 권력 관계 자체가 불평등하니까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한국 선수가 도쿄돔에서 뛰는 거예요. 아무리 멋진 플레이를 펼쳐도 비난을 받죠.
 
미투 운동 이후로 관련하여 다양한 책이 나왔죠. 그 중 한 권이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인데요. 올바른 페미니즘을 규정 지으려는 시도에 관해 어떻게 보시나요.

 

오세라비 저자의 책에서나, 주위 명예 남성이신 여성분들이 하는 말씀은 한 마디로 표현해서 ‘시어머니의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포장되었든 어떤 근거를 갖고 말하든 결국 ‘옛날(내가 젊었던 시절)에는 불평등한 것이 사실이었다, 페미니즘이 필요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여성들이 이렇게나 살기 좋은데 왜 불만이냐? 남자(내 아들)가 더 불쌍하니 남자에게 잘 해 줘라’, 하는 말이니까요. 누구의 주장이든,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출발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페미니즘 책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어서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며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는 말도 있는데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티 페미니즘이 훨씬 돈이 됩니다. 양진호 회장의 성공 사례를 보십시오. 온갖 성범죄 관련, 여자 장사 자체가 얼마나 호황인데요.

 

개저씨, 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이 등장하죠. 주변에도 드물지 않고요. 오히려 흔한 듯한데 이유가 뭘까요? 특히나 남자들은 유사과학인 진화심리학적 설명, '남자의 성욕은 제어하기 힘들다'를 주술처럼 외우고 다닙니다.

 

저도 그게 의아합니다. 현재 40대, 50대 남성들은 386세대, 엑스 세대, 이러면서 민주적 가치와 탈권위를 지향하던 집단이었습니다. 왜 이들이 자라서 개저씨가 되었을까요? 나이 들어 경제력과 지위 등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위 보고 나이 보고 어린 여성들이 참고 대우해주는 것을 굳이 이성적 호감으로 착각하는 것도 권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겠죠. 해도 되니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성폭력의 원인이 성욕이 아니라 권력 확인이라고 이 책에서 내내 주장했고요. 그런데도 진화심리학이니 뭐니 들어서 성폭력을 합리화하려는 남성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그러니까 ‘우리 남성들은 계속 나쁜 짓을 할 것이지만 우리를 나쁘게 보지는 말아달라’, 이 말인가? 하하. 설사, 그렇게 진화했다고 치더라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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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딸 같아서 그랬다.”라는 발언에서 친족을 강간해도 큰 문제가 아니었던 고대사를 연관 지어 설명했습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고 관련 책을 다양하게 읽잖아요. 지금 한국 사회는 미투 이후로 얼마나 진보했을까요?

 

제가 쓴 첫 책이 역사 에세이였죠. 네, 저는 역덕이어서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역사적 유래를 찾아야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여성사를 공부해 봤더니, 현재 벌어지는 모든 성차별적이고 부당한 일들의 유래를 보려면 고대사, 문헌으로는 특히 함무라비 법전과 구약성경을 보면 답이 나오더라고요. 두 문헌을 보면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가부장의 소유물로 보고 있죠. 여성은 남성에게 있어서 가축이나 노예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됩니다. 이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고대에서 성욕을 부정적으로 보았다고 해도, 그 성욕을 유발하는 존재인 여성을 부정적으로 본 것이니 뭐 여성혐오 역사로 보면 예나 지금이나 같죠. 미투 이후 사회의 인식이 바뀌기는 했다고 실감합니다. 특히 여성들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여성혐오에 물든 일반 남성들과 인식 차이, 그 갭이 더 커진 점에 있다고나 할까요. 이 부분에서 일어날 폭력이 저는 심히 우려됩니다.

 

꽃뱀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로서 민사까지 가서 받아낼 수 있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내용인데요.

 

제 경우 500만원을 받았는데, 소송에 져서 보상을 받지 못한 다른 피해자분들과 균등분배 했으니 300만원 받은 셈이죠. 2년간 투자해서 겨우 300만원 번 겁니다. 그 기간 동안 직장을 다니면 그 돈의 10 ~ 20배는 벌죠. 이 부분을 책에서 강조해 썼습니다. 왜냐하면, 남성들이 꽃뱀에 대해 비현실적 공포감을 갖고 있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말합니다. 돈 벌자고 성폭력 고소를 허위로 하는 여성은 없습니다. 시간이건 돈이건 에너지건,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그래도 굳이 고소하는 이유는 진짜 성폭력 피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피해자 발생을 막기위해 사회 정의를 위해 힘든 길을 가는 겁니다. 이들을 꽃뱀으로 몰아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됩니다. 아니다, 꽃뱀은 있다, 주위 아는 형님이 꽃뱀 피해를 봤다, 라고 말하는 남성분도 많이 봤는데, 그건 그 형님이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범죄자는 불리한 것은 가족과 지인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이를 모르고 지인의 말에 속아서 피해자를 2차 가해하다가는 모욕죄로 고소당합니다.

 

블로그에서 페이스북으로, 작가님의 글쓰기 플랫폼이 확장되었잖아요. 이런 플랫폼 변화가 선생님의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합니다.

 

블로그는 서점에 리뷰를 쓰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제가 자꾸 산 책을 또 사서 말이죠. (웃음) 페북은 그때 그때 이슈를 잡아 글 쓰기 좋은 곳이어서 강남역 살인남 사건과 촛불 시위를 거치면서 주로 페미니즘 이슈 관련 글을 쓰고 있고요. 그저 제가 쓰려는 글의 목적에 따라 블로그와 페북을 오가며 쓰고 있지요.

 

소설가 지망생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소설을 쓰실 생각은 없는지요?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태백산맥』  등 대하역사소설 붐이 일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서 문학과 역사 관련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지금은 아직 어리니, 더 나이 들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익으면  『삼대』『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다양한 세대가 한 시대를 통과하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여성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쓰고 싶습니다. 차기작은 다시 역사 에세이입니다. 명작의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하는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닐까』의 개정판과 2편이 내년 1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동양편인 3편도 기획 중이어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닐까』는 3부작이 될 예정입니다.

 

어느덧 2018년이 끝나고 있는데요. 2018년은 어떤 해였는지요?

 

이 책을 쓴 해였네요.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고발 이후 계속 성폭력 관련 기사를 읽고 관련 이론서를 찾아 공부했습니다. 현재 이 시대 이 사회에 의미 있는 책을 쓴, 보람찬 한 해를 보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제 인생의 중요한 사건을 정리하였기에, 뭔가 ‘레벨 업’한 기분도 들고요. (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스24 블로그, 채널예스 독자분들은 제게 각별합니다. 이 책에 쓴 직장 성폭력 사건 겪고 힘들어 하던 시절, 무작정 책 읽고 영화 보고 블로그에 글 쓰며 지냈지요. 그때 댓글 달아 ‘글 좋다, 작가 되라’며 격려해주고 오프 모임을 통해 손 내밀어 주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요. 같은 시대를 살며 함께 고민하고 성장해가는 친구들이 곧 제 책의 독자인 것은 작가로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책  『제가 왜 참아야 하죠?』 도 많이 사랑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왜 참아야 하죠?박신영 저 | 바틀비
지금 당장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실용적인 정보를, 강간당할까 두려워 제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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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제가 왜 참아야 하죠?

<박신영> 저13,3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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