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선택한 ‘왕의 길’ - 뮤지컬 <1446>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오직 백성으로부터 왕의 길을 찾아 백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려 했던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그린다. (2018. 10. 24)
뮤지컬 <1446> 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세종 28년인 1446년 음력 9월 한글이 반포된 것에서 착안해 <1446>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기자간담회에서 김은영 연출은 “반포연도가 있는 언어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꼈고, 많은 분이 한글이 반포된 해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라고 밝혔다. 태종과 원경왕후 민씨 사이에서 셋째 아들인 세종이 세자로 책봉되고 왕이 된 경위와 나라를 통치하는 과정을 압축해 보여줌으로 세종대왕이 오랫동안 품었던 고민의 깊이를 그린다.
피로 물든 왕좌를 물려받은 세종
뮤지컬의 시작은 피로 물든 반석 위에 왕의 길을 닦기 시작한 태종의 모습을 그린다. 왕자의 난을 일으켜 조선의 세 번째 왕이 된 태종은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왕의 자리에 올라서도 왕권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처남들 또한 죽여 그야말로 거대한 핏덩이로 세운 왕좌에 오른다. 무대 위에는 피로 왕권을 강화하는 아버지 태종의 모습을 지켜보며, 태종의 첫째 아들 양녕과 셋째 아들 충녕이 느꼈을 괴로움을 함께 그린다.
아들들에게는 피로 물든 왕좌를 물려주기 싫었던 태종은 장자승계원칙을 내세우며 세자를 보호하지만, 세자 양녕의 만행은 끝을 모르고 길어진다. 그와 반대로 셋째인 충녕대군은 공부는 물론이고, 백성의 삶에도 관심이 많다. <1446> 의 1부는 태종이 왕이 되고, 장자인 양녕을 폐위하고 충녕이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태종의 왕좌의 난이나 세자 폐위 등의 사건을 표현할 때마다 움직이는 문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무대를 나누어 집중해야 할 인물에 더욱 주목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또 웅장한 넘버와 화려한 의상, 무대 위 가무나 무인들의 무예를 보는 것은 역사극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세종 역할의 배우는 세자로 책봉되기 전 폐위된 형 대신 세자 자리에 올라 왕이 되어야 하는 충녕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자신이 옳다는 것을 믿지만, 아버지에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물을 표현함으로 세종대왕 이전에 ‘이도’라는 인물에 빠져들게 한다.
백성에게 ‘왕의 길’을 찾다
왕이 되었으나 상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신하들에게 휘둘리는 세종이 결단하고 정치를 펼치는 순간부터 극의 흐름이 달라진다. 세종은 아버지 태종과는 달리 오직 백성을 위해 왕권을 펼친다. 신분이나 지위가 아니라 인간성과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장영실과 같은 인재를 중요하게 쓰고, 어리석은 백성이 글자를 몰라 실수하는 것이 안타까워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을 창제한다. 세종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히는 일들이 출발한 계기는 그가 왕이 되기 전부터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백성을 어여삐 여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극 초반 세종은 ‘이것이 왕의 길인가?’라고 질문한다. 아버지가 닦은 길 위에 자신만의 ‘왕의 길’을 찾은 세종대왕은 백성에서 찾은 길 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하고 노력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화려하게 연출한 무대 위에서 보는 것은 새로움을 준다. 세자가 책봉부터 왕이 되기까지 근심이 깊어지는 과정,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종대왕’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한 편의 극에 착실하게 녹아있다. 뮤지컬 <1446> 은 12월 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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