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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상사맨의 초상

『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 최서정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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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과 수확이 정해진 곡물은 종교, 식습관, 가뭄이나 홍수 같은 기후 등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석유나 철광석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곡물 트레이더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환경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돼요. (2018. 0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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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에 서류 가방 하나 들고 당당하게 길을 나선다. 그 발걸음은 거침없이 해외를 누비고, 외국인과 능수능란하게 소통하며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 80년대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던 종합상사에서 오랜 선배들이 해온 트레이딩. 이제는 거기에 새로운 사업과 먹거리를 찾기 위한 에너지 자원, 해외 농장 개발 등의 일이 더해져 상사맨의 역할은 더욱 몸집이 커졌다. 한때 웹툰이자 드라마 <미생>의 영향으로 상사맨의 존재와 그들의 생활에 큰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사이 많은 이들의 기억이 흐려질 때 오히려 이 역동적인 세계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버린 ‘젊은 장사꾼’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상사맨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늘 분주한 이미지의 ‘상사맨’, 어떻게 책을 쓰게 되셨나요?

 

전공이 사학과다 보니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한국의 종합상사에서 3년을 근무했고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곡물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는데요. 처음 회사 업무를 하며 부족한 것들을 공부하고 출장을 다니며 느낀 것들을 틈틈이 정리해보고자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게, 결국 책까지 내게 됐습니다.

 

저자님이 한국 종합상사에 있을 때, 국내 최초로 세계 곡물 시장의 중심인 런던곡물거래협회에서 곡물 트레이더 인증을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곡물 트레이더라는 직업군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해외에서는 어떤가요?

 

트레이딩이 발달한 싱가포르 같은 나라나 식량 수출이 활발한 나라에 한하여 말하자면 트레이더에 대한 인식은 ‘돈 잘 버는 직업’, 동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일 거예요. 이는 비단 곡물뿐만이 아니라 원자재 트레이딩 전반에 대한 인식이라고 봐요. 싱가포르에 처음 와서 집을 구할 때도 집주인이 제게 직업을 물어 트레이더라고 대답을 했더니 첫 반응이 ‘그럼 돈을 잘 벌겠네’였거든요. 트레이더의 절대적 연봉이 어마어마하게 높다기보다 철저하게 성과를 공유하는 시스템 때문에 이런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버는 해에는 그만큼 트레이더도 보너스를 많이 받는 거죠. 반대로 실적이 안 좋다면 언제든 책임지고 짐을 쌀 준비도 해야 하는 거고요. 보상이 확실한 만큼 책임도 확실해요. 이 때문에 트레이더는 항상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고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도 짧아요.


트레이더라는 직업군 안에서도 주식 트레이더, 석유 트레이더 등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곡물을 선택하신 이유가 뭔가요?

 

트레이더가 되기로 결심하고 곡물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반대였죠. 곡물(식량)을 만지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다 보니 곡물 트레이더가 됐어요. 만약 ‘돈 잘 버는 트레이더’가 되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었다면 원자재 시장에서 곡물보다 위상이 큰 석유나 철광석 같은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트레이더가 되고 나서 느낀 곡물만의 매력을 덧붙인다면 곡물은 다른 품목에 비해 사람 그리고 환경과 훨씬 가깝다는 점이에요. 파종과 수확이 정해진 곡물은 종교, 식습관, 가뭄이나 홍수 같은 기후 등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석유나 철광석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곡물 트레이더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환경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돼요.

 

한국의 종합상사에서 싱가포르 트레이딩 회사로 이직하신 이야기를 할 때 퇴사를 이별에 비유하셨어요. 그만큼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는 걸 텐데요. 당시 특별히 각오하거나 계획하셨던 것이 있나요?

 

첫 회사를 제가 참 좋아했어요. 좋아하고 익숙한 것을 떠난다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회사를 떠날 때는 절대 후회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별이든 퇴사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낯선 자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나 자신 또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마치 다시 신입사원이 된 것처럼 일해야겠다고 각오했어요. 그렇게 하면서 전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나, 아쉬움이 남았던 것들을 조심스럽게 실천해보고 있어요. 아직까지 후회라는 감정이 든 적은 없지만, 돌이켜보면 전 회사에서 겪은 문제들의 과정이 이해되기도 해요. 역설적이지만 떠나고 나서야 상대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사람이든 회사든 마찬가지로요.

 

책을 보다 보면 식량 산업과 식량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식량과 관련해서 가장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고민이 있다면요?

 

오늘날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식량을 소비하고 있어요. 소비뿐만 아니라 엄청난 낭비도 이루어지고 있죠. 매일 식당과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멀쩡한 음식들을 보면 섬뜩할 정도예요. 식당에서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시켜 놓고 버리고, 아직 먹을 수 있지만 유통기한이 지나 또 버리고. 돈만 주면 언제든 싱싱한 음식을 새로 사 먹을 수 있으니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죠. 이는 시장을 통해 식량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식량의 생산과 점점 공간적으로, 심리적으로 단절되면서 심화하는 현상인 것 같아요. 과거에 농민이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였던 시절에는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무엇을 맞바꾸어야 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예쁘고 신선하게 포장된 과일과 고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잘 그려지지 않아요. 가축에게 사료로 주기 위한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드넓은 땅이 불에 타고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오염되는 동안 말이죠. 지금처럼 소비와 낭비가 계속 늘어나고 교역이 늘어나면 트레이더로서 제가 할 일이야 많아지겠지만, 이 땅에 같이 사는 한 사람으로서 식량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어요.    
 
아무리 해외 출장 경험이 많더라도 외국에서 회사를 다니며 자리 잡고 산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타지 생활은 어떤가요?

 

제가 있는 싱가포르는 한국인이 자리 잡고 적응하기에 크게 어렵지 않은 곳인 것 같아요. 주재원으로 나오시거나 현지에서 취업한 한국 분들, 그리고 여행객들도 정말 많아서 나라 크기에 비해 한국인 커뮤니티가 몹시 잘 발달된 곳이거든요. 작정하고 살면 한국에서 지낼 때와 생활환경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현지 문화(?)에 저 자신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노출하려고 해요. 식사는 한식당 대신 호커센터에서 한다거나, 슈퍼마켓에서 정체불명의 음식들을 매주 하나씩 사서 먹어 본다거나, 최근에는 취미로 조정을 시작해서 주말마다 하고 있고요. 워낙 문화적 다양성이 큰 곳이라 해볼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물론 한국 생활이 그리울 때도 있죠. 싱가포르의 직장동료들은 업무 외적 관계에서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합리적인 문화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친구나 가족처럼 일상과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한국 회사의 동료들이 그립기도 해요. 이런 ‘한국적인’ 관계가 지나치면 물론 부작용도 있겠지만, 업무에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순기능을 가져올 때가 있거든요.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 치킨에 맥주 맛이 가끔 떠오르기도 하고요.


제2의 삶을 개척 중이신데요. 지금 싱가포르에서 궁리 중인 계획이 있나요?

 

일단은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 식량에 대해 많이 배우고 싶어요. 한국에 있을 때 업무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것들을 이곳에서 많이 배워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벅차서, 다음 계획을 궁리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점인 것 같아요. 배움이 쌓이고 때가 되면 다음은 무엇을 위해 나아가야 할지 자연히 길이 보이리라고 믿어요.


하지만 동남아시아에 대한 다음 책을 한 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벌써부터 들어요. 첫 회사에 있을 때도 가장 많이 출장을 간 지역이 동남아였고, 새로운 회사에서도 동남아 시장을 무대로 일을 하고 있어요. 지리적인 위치 덕분에 싱가포르에 있는 동안은 주말을 이용해 인근 동남아시아 나라들로 답사를 다니기도 몹시 편리한 환경이고요.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동남아시아 역사를 연구하고 계시는데, 학자와 비즈니스맨의 눈으로 바라본 동남아시아를 언젠가 부자가 함께 책으로 낼 수 있다면 무척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아요. (아직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않은 저 혼자만의 계획이지만요) 


 

 

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최서정 저 | 미래의창
역사학자를 꿈꾸던 순수 문과생이 글로벌 무역 현장을 누비는 상사맨으로 변신한 이야기는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심하는 젊은이들에게 색다른 조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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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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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곡물 트레이더의 무대다 전쟁터와 같은 식량의 세계에서 더 많은 이들과의 공존을 생각할 때 진짜 트레이더가 된다 수천 년 전부터 지구를 좁다 여기고 동서남북 사방 천지로 바다, 사막 그리고 초원을 헤치며 다닌 장사꾼의 삶. 오래전 그들이 오가던 항구와 도시, 험지와 오지, 논밭과 바닷길을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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