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공연 -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이토록 매력적인 여성의 성장담
오래 전 소설로 만난 ‘키다리 아저씨’를 무대 위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2018. 09. 06)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가 다시 돌아왔다. 이름난 가문의 막내아들이자 자산가인 키다리 아저씨는 제루샤 에봇이 사는 보육원의 고액 후원자다. 평소 남학생에게만 후원한다는 이 자산가는 우연히 제루샤 에봇의 수필을 읽고 대학 학비를 후원한다. 후원 조건은 매월 배운 것과 있었던 일을 보고하는 형태의 편지 쓰기다. 답장은 보내지 않는 것도 조건이다. 제루샤 에봇은 특유의 재치로 혼자 쓰는 편지를 이끈다.
새롭게 바라보는 키다리 아저씨
10대에 소설을 읽고 키다리 아저씨에게 동경을 품었다. 2018년 뮤지컬로 다시 본 <키다리 아저씨> 에서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는 제루샤 에봇이라는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루샤는 학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그것으로 기죽지 않는다. 당당하게 받고, 올바르게 갚을 길을 모색한다. 제루샤는 긴 그림자밖에 모르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계속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편지 속에서 키다리 아저씨는 다리가 긴 거미였다가 대머리 신사가 되기도 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키다리 아저씨는 편지를 기다린다. 많은 학생을 후원했지만, 자기에게 관심을 둔 편지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고백한다. 그 역시 점점 제루샤라는 사람에게 흥미를 느낀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는 편지로 이루어진 책과 구성이 같다. 무대 위에는 제루샤 역할을 맡은 배우와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맡은 배우 둘뿐이다. 제루샤의 편지를 두 사람이 번갈아 읽는다. 편지를 읽을 때 배우들은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관객을 보며 말하듯이 극을 이끈다. 제루샤 에봇의 편지는 두 인물을 서서히 입체적으로 그린다.
매력적이고 당당한 여성을 보여 준다
사는 내내 보육원을 벗어난 적 없던 제루샤에겐 모든 것이 새롭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더라면 자연스럽게 알았을 이야기를 몰라서 수업 시간에 여러 번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제루샤는 창피한 순간을 고백하면서도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해가 바뀔수록 제루샤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한다. 여성의 참정권이나 ‘아무래도 사회주의자가 될 것’ 같다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여겼던 제루샤가 워싱턴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친구의 가족을 통해 이상향의 가족을 그리고, 수많은 책을 읽고, 교육을 받으며 자기 생각을 정립한다. 대학을 마칠 때 즈음에는 키다리 아저씨와 자신의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잡는다. 후원자와 고아 소녀가 아닌 제루샤 에봇이라는 사람으로 대하기를 권유하고,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 준다. 무의식적으로 제루샤를 통제 대상으로 대했던 키다리 아저씨에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소설 『키다리 아저씨』 가 출간할 당시는 1912년이다. 소설이 출간한 이후 제루샤 에봇의 캐릭터는 많은 인기를 끈다. 수많은 국가에서 연극, 뮤지컬 등의 장르로 재탄생했다. 한국에서도 소설로 먼저 출간되었고, 뮤지컬로는 2014년 존케어드 연출의 오리지널 팀 공연 이후 2016년 국내 초연했다. 2018년 세 번째 공연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래전 소설로 만난 ‘키다리 아저씨’를 무대 위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11월 18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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