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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없는 가족은 없다

영화 <휘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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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은 가스펠 가수로 유명한 씨씨 휴스턴의 딸이자 팝가수 디온 워익의 조카, 열여섯 살 때 엄마 대신 무대에 올라가서 토네이도처럼 돌풍을 일으켰다. (2018.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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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휘트니>의 포스터

 

 

진실이 궁금했다. 팩트 말고 진실. 휘트니 휴스턴의 몰락에 대하여, 영화 <휘트니>는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다큐 영상을 보면서 조금 울기 시작했고 보고 나서 착잡했으나 이내 명랑을 되찾았다. 휴스턴의 노래가 남았으니, 신이 내린 목소리가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요절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다큐 <에이미>를 볼 때보다 더 복잡한 심경이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이것이다. 노래의 천재성, 아버지의 무한 권력에 대한 고통과 항거, 남편과 불화 그리고 약물 중독. 무대 위의 별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그녀들이 평범했더라면 나는 노래를 얻지 못했겠지, 이기적으로 위로하면서 버티는 마음이 들었다.
 
휴스턴은 가스펠 가수로 유명한 씨씨 휴스턴의 딸이자 팝가수 디온 워익의 조카, 열여섯 살 때 엄마 대신 무대에 올라가서 토네이도처럼 돌풍을 일으켰다. 그때 관객들은 ‘한 대 맞고 나가떨어졌다’고 한다. 그 임시 무대 이후 매일같이 대형 음반사가 오퍼 액수를 올려가며 휴스턴을 찾아왔고, 마침내 미국의 아리스타, 클라이브 사장과 계약한다. 열아홉 살에 TV에 첫 출연, 방송을 본 미국인을 놀라게 했고, 스물하나에 싱글 앨범을 발표. 경이롭고 아름다운 가수의 출발은 감탄사 연발이었다.
 
1963년~2012년. 휴스턴의 무대 밖 인생은 그저 가십거리로밖에 안 알려졌다. 다큐 <휴스턴>의 감독 캐빈 맥도널드의 연출력은 휴스턴의 인생과 미국 주요 정치, 문화 현대사와 연결하고 가려진 가족사를 담담하게, 놀라운 편집력으로 드러낸다. 내가 다큐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편집력에도 있다. 극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팩트의 재구성과 장면 연결이 한 사람의 인생, 주요한 사건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편집력의 매혹은 물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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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휘트니>의 한 장면
 

 

휴스턴의 가족과 직원의 인터뷰가 기반이 된 영화 <휴스턴>은 어린 시절 성추행 사건과 레즈비언 친구와의 동거, 오빠들과 함께했던 약물들, 부모의 외도와 이혼, 매니저가 된 아버지의 권력과 횡령, 남편 바비 브라운의 질투와 폭력, 이혼, 딸 크리스티의 불행한 약물 중독사까지, 낱낱이 드러낸다. 비밀을 폭로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휴스턴의 외로움과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게 만든다. 노래 부르는 휴스턴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관여하는 가업이 된 대형 기획사의 책임자 휴스턴이 파국으로 내딛는 과정이 절절하다. 이 영화의 목적이 휴스턴을 몰락한 뮤지션으로서 가십의 대상으로 버려두지 않고 팬들에게 어떤 이해와 연민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면 성공이다. 영화를 본 뒤에는 절대로 휴스턴에게 ‘약쟁이’라고 야유할 수 없다.
 
1992년에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보디가드>의 여주인공 휴스턴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역대 가장 많이 팔린 기록으로 남았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2천만 장 가깝게 팔렸다. <보디가드>의 “I will always love you”는 전 세계 패러디로 넘쳐났고 사담 후세인의 아랍어 버전 선거 운동곡으로 변신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남겼다. 국경, 인종, 성별과 무관하게 사랑받는 팝가수로서 휘트니 휴스턴은 절정에 다다랐다.
 
절정에서 몰락까지, 휘트니에게 가족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휘트니의 살아생전의 모습, 어린 시절부터 죽기 전까지 다양한 사진과 영상, 무대와 집, 가족과 친구, 증언들로 120분 동안 팝 디바의 삶의 커튼이 걷혔다. 걷혀서 적나라한 느낌보다는 커튼 안쪽의 어둠을 몰아냈다는 감상을 남기려는 영화였다.
 
휘트니는 가족의 비밀, 빛과 그림자의 간극, 삶의 무게감을 끝내 버텨내지 못했다. 재기하려고 출연, 즐겁게 촬영했던 영화 <스파클> 개봉 6개월을 앞두고 떠나버렸다.
 
마지막 인사처럼 남긴 말, “컵케이크가 먹고 싶어요. 두 개, 한 개만 먹을 수 없어요.”에는 욕조에서 생을 마감한 뮤지션의 외로움이 그대로 묻어 있다. 한 개만 먹을 수 없다는 그 음성도 신이 내린 것이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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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마음산책> 대표. 출판 편집자로 살 수밖에 없다고, 그런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일주일에 두세 번 영화관에서 마음을 세탁한다. 사소한 일에 감탄사 연발하여 ‘감동천하’란 별명을 얻었다. 몇 차례 예외를 빼고는 홀로 극장을 찾는다. 책 만들고 읽고 어루만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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