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누군가의 혹은 우리들의 이야기
지친 하루 끝에 찾아간 공연장에서 받은 뜻밖의 위로는 작지만 잔잔한 파동으로 가슴을 울린다. (2018. 08. 30)
인생 고민 상담소
원작이 있는 작품을, 그것도 이미 마니아층이 탄탄한 작가의 작품을, 그것도 한국이 아닌 외국 추리 소설을 연극화 하는 건 엄청난 도전정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난 8월 21일 막을 올린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은 이 세 가지 어려움을 안고 탄생한 작품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원작으로 소설 속 스토리 라인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 옮겨냈다.
좀도둑 3인방 아츠야, 쇼타, 코헤이는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중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간판을 단 낡은 가게 안에 숨게 되고, 그곳에서 오래된 잡지를 발견한다. 잡지 속 인터뷰 주인공은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이자 뛰어난 고민 상담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나미야 유지. 인터뷰를 흥미롭게 읽은 세 사람은 자신들 앞으로(사실은 나미야 잡화점 앞으로) 배달 된 편지에 장난스럽게 답장을 보낸다. 그러던 중 세 사람은 편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은 시종일관 따뜻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원작 소설 또한 기존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과는 다르게 판타지적이고, 동화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연극 역시 그와 비슷한 무드로 진행된다. 일본 가정집 특유의 모던하고 섬세한 느낌을 살린 무대 또한 작품과 잘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잘 만들어 낸다. 특히 책에서는 만날 수 없던 감성적인 음악이 어우러지며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은 10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좀도둑 3인방을 제외한 나머지 캐스트는 1인 다역을 소화해내며 작품의 재미를 높여주고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준다. 어딘가 어수룩해 보여서 미워할 수 없는 좀도둑 삼인방은 장난스러운 초반의 모습에서 이내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다른 이들의 사연에 답장을 하고,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그런 세 사람의 모습을 지켜 보는 관객들의 입가에도 어느 새 미소가 번진다. 지친 하루 끝에 찾아간 공연장에서 받은 뜻밖의 위로는 작지만 잔잔한 파동으로 가슴을 울린다.
공연사이트 플레이디비에서 실시한 설문에서 2018년 관객들이 기대하는 연극 1위를 차지했을 만큼 많은 이들이 기다린 화제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은 오는 10월 1일까지 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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