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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시 워싱턴, 땅과 천국으로 조각한 세상

카마시 워싱턴 『Heaven And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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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음악가가 풀어낸 세상과 그 너머의 세계가 여기 가장 설득적인 외양으로 완성됐다. (2018.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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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144분. 그러니까 2시간 24분의 이 장대한 앨범을 듣고 나서 드는 생각은 주인장 카마시 워싱턴의 뚝심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리얼리티는 사실을 얼마나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가가 아닌, 현실의 애매모호함을 얼마나 잘 구현해내는가에서 온다. 여기 1981년, 올해 나이 37살의 이 LA 출신 재즈 뮤지션은 세상을 자신이 바깥쪽에서 바라본 「Earth」와 안쪽에서 바라본 「Heaven」으로 나눠 거대한 음악적 풍토를 일궈낸다. 그것도 듣기 싫은 고음과 빽빽한 쇳소리를 가감 없이 사용하며 말이다.

 

이미 웨인쇼터, 허비 핸콕과 같은 재즈계 유명인사는 물론 로린 힐, 나스, 스눕 독에 이어 켄드릭 라마의 불멸의 저작 <To Pimp A Butterfly>에 참여하는 등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성을 발휘해온 그는 두 번째 정규 앨범 <Heaven And Earth>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뽐낸다. 미국의 유명 음악 웹진 피치포크에서 2015년 올해의 음반 10위로 선정하기도 한 데뷔작 <The Epic>이 펄펄 날뛰다 별안간 울부짖고 또 일순간 여유로워졌다면 뒤이은 첫 번째 EP <Harmony Of Difference>는 조금 더 힘을 뺀 진행으로 청취 등급을 낮췄다. 그렇게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뒤 돌아온 신보는 통속과 비통속의 경계에서 아름답고 장난스런 카마시 워싱턴의 세계관을 연주한다.

 

전면부에 배치된 8트랙의 첫 번째 CD는 전체적으로 빠르고, 힘 있고, 격렬하다. 만물의 소생을 혹은 굴곡진 인생을 압축한 듯한 첫 곡 「Fists of fury」는 복잡하게 음계를 짚고 웅장한 남, 여 중창이 비범한 제 3세계의 진입을 알린다. 사실 이 곡은 이소룡 주연의 영화 <정무문>의 오프닝 트랙을 재해석한 것인데 원곡 이상의 사운드가 중첩되며 영험한 주술을 건다. 이는 다음의 「Can you hear him」에서도 마찬가지다. 키보드가 고저의 피치를 불안정하게 오가고 베이스, 드럼이 파도처럼 울렁이는 심상을 그려내는 이 곡은 거의 한 프레이즈에서도 힘을 풀지 않아 마치 영화 <버닝> 속 욕망을 품은 그레이트 헝거 혹은 리틀 헝거의 춤처럼 뜨겁다. 팽팽한 긴장감을 건네는 「Connections」의 키보드, 「The invincible youth」의 무한대로 뻗어 나가는 선율, 구름 위를 밟듯 부드러운 멜로디로 막을 내릴 준비를 하는 「Testify」와 웅장한 코러스로 문을 닫는 「One of one」까지 ‘땅’의 세계는 활기 넘친다.

 

반면 후면의 8트랙은 몽롱한 천상계다. 브라스와 현악기로 묘한 공간감을 형성하는 「The space traveler lullaby」가 그 반증이며, 베이스시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썬더캣의 연주가 견고함을 더한 「Song for the fallen」이 그 증거다. 다만 ‘천국’은 천진난만한 본연의 그에 더 집중한다. 변칙적인 박자와 보코더의 차용으로 재즈 너머 퓨전을 선보이는 「Vi lua vi sol」은 신세대 카마시 워싱턴이 건져 올린 현대성을 덧대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꽉 채웠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에 대한 향수를 담은 「Street fighter mas」는 전반에 넘실거리는 여유로움과 그루브로 따스함을 전한다. 이는 「Journey」에서 여성 보컬이 들려주는 경쾌함에서도 마찬가지이며, 힙합 비트가 느껴지는 「The psalmnist」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장이 아플 만큼 강렬한 에너지로 무장 했다면 두 번째 장은 한결 부드러운 내면의 감성에 집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음반의 리얼리티는 다시 한번 견고하다. Earth와 Heaven으로 나눠 조각한 세상에 대한 이미지와 내세의 사운드가 강한 소음으로 내달리며 여러 겹의 합창으로 완결된 사운드 스케이프를 포획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안에 본인의 추억을 녹이고 신경질적인 하이노트와 불협화음을 마음껏 넣은 자신감은 앨범의 정점에 주체성까지 올려놓는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 찾아온다 한들 넘지 못할 영역이 바로 이곳이다. 카마시 워싱턴이 주조한 <Heaven And Earth>. 한 음악가가 풀어낸 세상과 그 너머의 세계가 여기 가장 설득적인 외양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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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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