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름만으로 감동이 되는 명작 -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모두의 운명을 건 거대한 전쟁이 시작되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포기하지 않고 길을 만들어 나가며 온 몸으로 세상과 맞서 싸우는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2018. 06. 27)

untitled.jpg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눈부신 붉은 빛의 석양을 배경으로 한 남녀가 나누는 강렬하고 격정적인 키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시그니처 장면이자,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시 넓고 화려한 무대 위에 그 장면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모두가 숨죽이게 되는 명장면을 눈 앞에서 직접 마주한 감동은 영화보다 더 황홀하고 감동적이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는 1936년 출간된 마가렛 미첼의 동명 소설과 그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를 재창작한 작품이다.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새로운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3년 만에 관객 앞에 다시 찾아왔다. 당차고 강인한 여성 스칼렛 오하라를 중심으로 미국 남북전쟁 같은 현대사부터 사랑과 가족애 등 다양한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남부에서 대농장 타라를 경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온 스칼렛은, 부유층의 자제답게 밝고 명랑하며 매력적이다.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구애를 하지만 스칼렛은 친구인 애슐리를 사랑하고 있기에, 그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애슐리는 스칼렛의 고백을 거절하고 멜라니와 결혼하게 되고, 이에 화가 난 스칼렛은 홧김에 멜라니의 오빠와 결혼을 하게 된다. 스칼렛이 애슐리에게 고백을 하는 과정을 우연히 지켜 보게 된 레트 선장은 스칼렛의 당당하고 당돌한 매력에 빠져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 노예문제를 둘러싼 남북 전쟁이 벌어지게 되고 스칼렛과 그의 주변 인물들 역시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는 주인공 스칼렛을 통해 소설이 창작된 당시의 시대에 흔치 않은 여성상을 투영해냈다. 스칼렛은 순종적이고 나약하게 남편, 혹은 아버지의 밑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여성이다. 다른 남자들의 고백을 거절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고백했던 어린 시절부터, 과부가 되고 고아가 되어 시련을 겪게 되는 순간까지, 스칼렛은 당차고 강인하게 그 모든 일들을 이겨나간다. 때론 아파하고 때론 힘들어하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길을 만들어 나가며 온 몸으로 세상과 맞서 싸운다. 열정적이고 용감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존경스러운 그녀의 모습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더군다나 요즘 같이 여성들의 인권을 위한 운동이 큰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서, 1920년대 여성에게 채워진 억압의 족쇄를 스스로 끊어내는 스칼렛의 존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는 당당한 여성 스칼렛의 이야기 속에 레트와 스칼렛의 사랑 또한 큰 줄기로 그려내며 작품 전개시킨다. 자신감 넘치고 열정적인 성격까지 쏙 빼 닮은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러브 스토리 역시 흥미 진진하다. 허나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고, 일련의 오해가 쌓여 파경을 맞는 과정의 서사는 다소 급진적이고 개연성이 부족하다. 언제나 당당하고 당찼던 스칼렛이 후반부에서 그 매력을 많이 보여주지 못하는 점 역시 아쉽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분량이다 보니 3시간의 러닝타임 안에 그 세세한 내용과 그 깊이를 완전히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가 가진 한계점이다.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흑인 노예들의 이야기는 오래 이어지는 감동이나 여운을 느끼기도 전에 짧게 끝나버린다. 스칼렛과 애슐리, 멜라리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멜라니의 캐릭터나, 감정변화가 다소 급작스러운 애슐리의 캐릭터도 조금은 아쉽게 다가온다. 세 사람의 삼각구도에 대한 서사가 조금 더 보완된다면 각 캐릭터의 당위성도 보다 확실해 질 듯하다.

 

화려한 의상, LED 영상을 이용한 웅장한 무대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눈을 사로잡고,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로 귀를 황홀하게 해주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는 7월 29일까지 샤롯데 시어터에서 공연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첨단 도시 송도를 배경으로 한 세태 소설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화려한 고층 건물에 살고 있는 중산층부터 그들의 건물이 반짝일 수 있도록 닦아내는 청년 노동자까지 오늘날 한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계층의 서사를 써냈다. 그들의 몸을 통해 욕망과 상처로 얼룩진 저마다의 삶을 복합적으로 표현했다.

사유와 성찰의 회복과 공간의 의미

'빈자의 미학' 승효상 건축가가 마지막 과제로 붙든 건축 어휘 '솔스케이프’. 영성의 풍경은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 사유하고 성찰하는 공간의 의미를 묻는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공간이야말로 건축의 본질이기에, 스스로를 어떻게 다듬으며 살 것인가에 대한 그의 여정은 담담한 울림을 선사한다.

당신의 생각이 당신을 만든다.

마인드 셋 전문가 하와이 대저택이 인생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알렌을 만났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집어 들었던 제임스 알렌의 책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생각하는 대로 삶이 이루어지는 내면 생각의 힘과 그 실천법을 만나보자.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순간

‘이기주의 스케치’ 채널을 운영하는 이기주의 에세이. 일상의 순간을 담아낸 그림과 글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소재를 찾는 것부터 선 긋기, 색칠하기까지,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인생이 배어 있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마주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