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대화가 어려울 때는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세요”
행동분석가이자 비언어 커뮤니케이터 이상은 『몸짓 읽어 주는 여자』 펴내
남성과 여성을 보더라도 키가 다르니까 항상 여성이 남성을 올려다보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우리도 모르게 파워에 대한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예요. 아이들도 부모를 올려보게 되죠. 보통 CEO나 대표는 연단 위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하고, 직원들은 앉아서 올려다보면서 듣고요. 더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올려보게 되어 있는 거예요. 시선의 높낮이에 의해 파워가 정해지는 거죠. (2018. 06. 05)
유난히 빠르게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감정을 읽어낸다. 한 번의 손짓으로 상대를 집중시키고 호소력을 높이는 이들도 있다. 소리 없는 커뮤니케이션에 강한 사람들. 그들은 단지 ‘감’이 좋은 것일까?
『몸짓 읽어 주는 여자』 에 따르면, 그들은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읽고 활용하는 데 능통한 사람들이다. 시선, 손동작, 자세에 담긴 수없이 많은, 그리고 조용한, 신호에 대해 알고 있다. 그들 앞에서 우리의 태도는 더 우호적으로 바뀌곤 한다. 이심전심,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앞에서 누군들 빗장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 실제 연구 결과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몸짓 읽어 주는 여자』 는 “어느 분야든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사람들의 90%는 바디랭귀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말한다.
미국과 호주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바디랭귀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세일즈맨은 평균 이해도의 세일즈맨보다 연봉을 3,000만원 이상 더 받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다른 동료들에 비해 판매량도 20% 더 높고 공감능력도 10% 더 높았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 또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42%나 더 높았다. (『몸짓 읽어 주는 여자』 15쪽)
『몸짓 읽어 주는 여자』는 이렇듯 강력한 힘을 가진 언어 ‘바디랭귀지’를 읽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MBC <전지적 참견시점>,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등 다수의 방송을 통해 대중과 만나온 ‘행동분석가’, ‘비언어 커뮤니케이터’ 이상은이다. 사람들의 몸짓과 표정 등을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공공기관, 기업, 대학 등에서 활발하게 강연하면서 쌓아 은 경험과 지식을 담아냈다.
대화가 어려울 때,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세요
아직까지도 ‘행동분석가’라는 직업이 생소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분야예요. 이 분야가 방송과 접목이 되면서 이해하시기 편하도록 ‘행동분석’이라고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저를 행동분석가라고 말씀해주시는데요. 사실은 '비언어 커뮤니케이터'가 더 정확한 표현이죠. 행동분석에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분야도 있고, 아이들이나 장애인을 위해 활용되고도 있어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문으로까지는 아직 발전하지 못했고, 교과목의 하나로 수업이 진행되는데요. 외국에는 관련 기관들이 많이 있어요.
평소에 우리가 상대의 몸짓을 보면서, 무의식중에 감정을 읽고 있는 걸까요? 작가님의 설명을 듣다 보면 ‘저런 의미가 숨어 있었구나, 몰랐네’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놀라시는 이유는 선택적 지각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에요. 주변에 항상 있던 정보들이고 그걸 읽고 계시면서도, 이전까지는 그걸 설명하지 못했던 거죠. 제가 설명을 드리다 보면 ‘맞아, 그랬었지’ 하고 느껴지시는 거예요. 예를 들면,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고민할 때는 턱을 비비는 행동을 하거든요.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인데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거예요. ‘나의 두뇌가 활동하기 시작할 때 나는 그런 행동을 한다’고 느끼지 못했던 거죠. 그러다가 설명을 해드리면 ‘그렇구나’ 하고 놀라시는 거고요. 사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비언어적인 사인들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다 가지고 있었어요. 말을 배우기 전까지, 엄마의 표정을 보고 소리를 내면서 메시지를 보냈잖아요. 언어가 없던 시절의 인류도 마찬가지죠. 소리의 높낮이라든지 그런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했어요. 그런데 성장하면서 언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까 잊어버리기 시작한 거죠.
감정이 행동으로 드러난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행동이 바뀌면 감정도 바뀐다’는 생각은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네, 감정도 바뀌고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생리적인 변화도 일어나요. 행동을 바꿈으로 인해서 창의력,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많이 있었어요. 기억력이 3배 이상 높아진다든지, 엄마가 손동작을 많이 쓸수록 자녀의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결과들이었죠. 그런데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호르몬의 변화까지 가져온다는 거예요. 자신감과 관련된 테스토스테론, 스트레스와 관련된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거예요. 굉장히 큰 발견이었죠. 나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어떤 것들이 달라지는지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니까요.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서는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반가운 친구를 만났을 때 하는 행동들을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면 일단 껴안는 듯한 자세를 취하잖아요. 양팔을 둥글게 벌리면서 환영한다는 인사를 보내요. 그 사람을 향해서 몸을 열어주고요. 닫힌 게 하나도 없는 거죠. 반대로 만나기 싫은 사람과 있을 때는 마주보고 앉아있는 것도 불편하잖아요. 마주보고 앉아 있지만 몸을 약간 옆으로 피한다거나 팔짱을 끼기도 하죠. 그러한 행동들이 대부분 ‘닫힌 자세’예요. 나의 중요한 부위,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심장, 폐, 간, 위 같은 신체 부위를 가리고 막는 건데요. 그러면서 심리적 안정을 얻는 거예요. 정말 좋아하는 사람, 적극적으로 다가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렇게 하지 않죠. 상체를 다 오픈하고 몸을 열어줘요. 이야기를 나눌 때도 고개만 돌려서 쳐다보는 게 아니라 자꾸 몸을 돌려서 보고 싶어 하고요.
“시선의 높낮이가 가진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는데,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남성과 여성을 보더라도 키가 다르니까 항상 여성이 남성을 올려다보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우리도 모르게 파워에 대한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예요. 아이들도 부모를 올려보게 되죠. 보통 CEO나 대표는 연단 위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하고, 직원들은 앉아서 올려다보면서 듣고요. 더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올려보게 되어 있는 거예요. 시선의 높낮이에 의해 파워가 정해지는 거죠.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자녀가 있다면 자녀를 소파에 앉게 하고 부모는 바닥에 앉은 채로 자녀를 올려다보며 대화를 시도해 보자”고 제안하셨어요.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면서 이야기하면 부탁을 하기가 조금 더 쉬운 건가요?
그렇죠. 예전에 저한테 컨설팅을 받으시던 분이 계셨는데, 자녀들이 사춘기가 되니까 대화하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를 소파에 앉히고 바닥에 앉아서 이야기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위로하실 때도 절대 서서 하지 마시고 앉아서 하시라고 했고요. 그렇게 하시고 난 뒤에 실제로 자녀분과 대화하는 게 더 수월해지셨대요. 저한테도 굉장히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사례가 됐어요.
“거만한 사람을 상대하려면”이라는 꼭지도 있는데, 읽으면서 통쾌했어요(웃음). 뒤로 기대앉아서 팔짱을 끼고 있으면 물건을 건네줄 때 직접 받도록 하라는 거잖아요. 앞에 내려놓지 말고요. 세일즈를 할 때도 활용할 수 있는 팁일 것 같아요.
네. 고객한테 설명을 해야 되는데 뒤로 기대 있고 아예 관여하지 않겠다는 행동을 보이면,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하잖아요. 그러면 몸이 더 앞으로 가거든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몸을 숙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상실해 버리는 거죠. 그때는 물건을 내려놓지 말고 손으로 직접 받을 수 있게끔 건네주는 거예요. 손을 뻗어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거리를 조정하고요. 굉장히 세세하지만 상대방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팁이 되는 거죠.
남과 여, 서로 다른 ‘비언어’ 사용법
‘그린라이트’에 관해서 블로그에 쓰신 글을 봤어요(웃음). 부담스럽지 않게 그린라이트를 보내는 방법이 있나요?
우선, 여성분들이 마음에 든다는 사인을 보낼 때 남성분들이 그걸 잘 캐치하지 못한다는 걸 이해하셔야 할 것 같아요. 남성분들은 비언어적인 사인을 캐치하고 이해하는 일을 관장하는 뉴런의 숫자가 여성분들보다 적어요. 그래서 사인을 보내고자 할 때는 남자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여성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은 횟수로 보내줘야 돼요. 남녀가 만나서 호감을 가지는 동안 일어나는 다섯 가지 패턴이 있어요.
어떤 건가요?
첫 번째가 눈맞춤이에요. 상대가 그곳에 있다는 걸 시선을 통해서 인지하는 거죠. 여기에서부터 남녀의 차이가 생기기 시작해요. 여성은 마음에 드는 남성을 쳐다볼 때, 남성은 그 눈빛을 빨리 인지하지 못해요. 네 번 정도 시선을 주면 그 의미를 조금 알아차리기 시작해요. 그런데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해요. 거절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날 쳐다본 게 맞나?’ 하고 다시 여성을 쳐다보는 거죠. 그때 여성분이 다시 한 번 사인을 주셔야 돼요. ‘내가 보낸 신호가 네가 지금 해석한 그 신호가 맞다’는 사인을 주는 거죠. 두 번째 현상은 미소예요. 시선이 마주치고 나서 둘 중의 한 명이 미소를 보냅니다. 호의적으로 다가와도 된다는 사인을 보내는 거예요. 그 뒤에 나오는 행동은 ‘깃털 고르기’라고 하는데요. 새가 깃털을 다듬고 펼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거랑 비슷해요.
그때도 남성과 여성이 보이는 행동이 다른가요?
여성분들은 보통 이야기를 하다가 머리를 넘겨요. 목 뒤를 만지거나 웃을 때 입을 가리고 웃기도 하고요. 여성성을 드러내려는 행동들을 굉장히 많이 하는 거예요. 목선을 드러내는 건 내가 굉장히 여린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서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거거든요. 웃을 때 손등으로 입을 가리면서 손목을 드러내 보이는 것도 그래요. 손목이나 목은 생명과 관련된 신체 부위이고, 이것을 드러낸다는 것은 ‘당신한테 복종하겠습니다’라는 의미가 있는 거예요.
‘깃털 고르기’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요?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 게 4단계고요. 5단계가 터치예요. 대부분 여성 쪽에서 먼저, 우연을 가장한 터치를 시도해요. 웃으면서 혹은 이야기를 하면서 툭 치는 거죠. 터치가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행동 중에 하나거든요. 커플 사진에서도 이런 모습이 굉장히 많이 보여요. 여성분이 남성분을 옆에서 안으면서 가슴 쪽에 손을 얹는다거나, 남성분이 옆에 앉아서 여성분의 허벅지 쪽에 손을 얹어놓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사람은 내 거야’라면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거예요. 우리가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손을 갖다 대잖아요. 그런 거예요. 그런데 처음 만나서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때에는 그 정도까지 친밀한 관계는 아니니까, 미세한 터치를 하면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거죠. 터치는 큰 힘을 발휘해요. 접촉이 1/40초만 늘어나도 상대방과 자신이 친한 걸로 인식하거든요.
책에서 말씀하셨죠. 우리 뇌가 ‘저 사람과 친해서 접촉했을 것이다’라고 인식한다고요.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접촉을 하면 그 사람의 뇌에 나를 더 강하게 인식시킬 수 있어요.
의도 없이 한 행동이지만 상대방은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겠죠. 그런 점에서 ‘이건 꼭 고쳐라’고 말하고 싶은 행동이 있나요?
팔짱도 그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팔짱을 끼는 게 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어요. 너무 춥다면 그렇게 되겠죠. 그런데 추울 때 끼는 팔짱과 방어적으로 끼는 팔짱은 달라요. 추워서 팔짱을 끼게 되면 조금 더 자기를 껴안는 듯한 자세를 많이 취하거든요. 방어적일 때는 그냥 벽을 세우겠다, 거리를 두겠다라는 의미가 많이 담겨요. 사실 팔짱을 끼고 있으면 손을 두 개 다 묶어놓고 있는 거니까 자신도 불편하거든요. 그 자세가 편하다는 건 그에 상응하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에요. 팔짱 끼는 게 습관인 사람이라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기쁜 순간이 되면 팔짱을 낄 수가 없어요. 꼈던 팔짱도 풀 수밖에 없어요. 그 자세를 편하다고 느낀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는 거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감정을 주로 느끼는지, 외부적인 자극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나의 표정이 어떤지,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쓰는 손짓 중에도 그런 게 있을 것 같아요.
상대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말하고 싶을 때, 허공에서 손을 위아래로 흔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굉장히 방해받았다고 느껴요. ‘빨리 너의 이야기를 끝내, 내 이야기를 할 거야’라는 의미가 전해지는 거죠. 직장의 매니저 같은 분들이 이런 제스처를 사용하시면 팀원들의 불만이 굉장히 많아져요. 협조를 잘 안 하려고 하고요. 자기가 어떤 말을 해도 무시당할 것 같으니까요.
‘무심코’, ‘의도 없이’ 하는 행동에도 신경을 써야겠네요.
내가 하는 행동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그래서 모두가 상대방한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옷을 입는 거예요. ‘이 옷을 입으면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면서 신경을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사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건 옷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보여주는 행동들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뭐 입지?’라는 질문의 숫자만큼이나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본의 아니게’ 한 행동이었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걸 알게 됐다면 수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나한테 어울리지 않거나 잘못된 옷을 입지는 않잖아요.
기술보다 진심이 먼저입니다
<전지적 참견시점>에 출연하고 계신데요. 출연자 중에서 ‘평소 대중에게 보여진 이미지와 실제 몸짓이 전하는 의미가 사뭇 다른’ 출연자도 있었나요?
이영자 씨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약간 센 언니, 직언을 하는 사람으로 보일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실제 녹화 현장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배려하시고 조심성도 굉장히 많으세요. 리더 역할도 정말 잘 해주시고요. 마음이 약한 분에 더 가까워요.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시고요. 프로그램을 위해서 장난도 치시거나 상대방을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하시는 거지, 사실은 사람 하나하나를 굉장히 깊게 보세요. 전현무 씨랑 양세형 씨도 TV에서는 까불까불한 이미지로 보이잖아요. 그런데 그분들도 상처받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하세요. 양세형 씨는 장난꾸러기가 아니라 굉장히 차분하고 똑똑하신 분이고요. 전현무 씨는 사람이 상처받을까 봐 말 하나도 정말 조심스럽게 하세요. 같이 녹화를 하면서, 그 분들이 그런 성격과 인성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그 자리까지 올라가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책에서 이런 이야기도 하셨어요. 송중기, 송혜교 커플이 연인 관계라는 걸 발표했을 때 놀라지 않았다고요(웃음). 미러링이 많이 관찰된 건가요?
네. 두 분이 개인적인 자리에서 편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을 몇 장 봤었는데요. 단순히 동료 사이가 아니라 호감이 있고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행동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말씀하시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서도 미러링 현상이 보인다고 하셨어요.
이번에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유병재 씨 통해서 미러링 현상을 이야기했는데요. 도보다리 회담에서 같은 현상을 보신 분들이 계셨더라고요. 블로그에 그런 글이 올라왔대요. 어떤 기자 분께서 저한테 전화를 주셔서 설명을 해달라고 하셨고, 그래서 인터뷰를 했었어요. 많은 분들이 미러링 현상을 이해하기 시작하신 거니까 저한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고요. 예전에도 그랬다면 미러링 현상에 대해 아시는 분들이 많았다면, 송중기, 송혜교 커플 사진을 보고 ‘혹시, 둘이?’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어요. 지금 다시 사진을 찾아보시면 아마 알아보실 거예요.
미러링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에게 ‘거울신경세포’가 있기 때문이죠?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는 건가요?
네. 유대감이 있고 호감을 갖고 있을수록 더 자연스럽게 많이 관찰되는 거예요. 서로 데면데면하다가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미러링 현상이 많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그 주제에 대해서 서로가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고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 주제가 아니더라도 관계 자체에 유대감이 있기 때문에 미러링 현상이 보일 수도 있고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공감하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거예요. 상대방을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공감하지 않고, 유대감이 없다면, 나오기 힘든 거예요.
김어준 총수를 두고 ‘쉽게 사기당할 사람이 아니지만 한 번 당하면 크게 당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웃음). 턱을 만지는 행동을 자주 해서 그런가요?
턱을 만지는 것 자체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그 행동이 보여주는 횟수 때문에 더 그런 말씀을 드렸던 거였어요. 어떤 정보가 들어왔을 때 그냥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다 자기의 필터로 거르는 사람이 있는데요. 김어준 총수의 경우는 후자예요. 자기가 처음 듣는 이야기가 나오면 계속 턱을 만져요.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서 그 말이 맞는지 판단하겠다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사기를 잘 안 당해요. 사람 말을 잘 믿지 않고 자기가 필터링을 하니까요. 그런데 당하면 크게 당해요. 자신이 판단한 결과 상대를 믿어도 된다고 결정하면 그것에 올인하거나, 자기 결정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저 사람은 몸짓 언어를 참 잘 활용한다’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한 명만 꼽는다면 故 스티브 잡스일 것 같아요. 각자 다 특징이 있는데요. 오바마 전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비언어적인 사인을 통해서 본인의 매력을 굉장히 확장시킨 스타일이에요. 스티브 잡스는 비언어를 통해서 언어적인 메시지를 너무나 명확하게 전달하는 스타일이고요. 우리나라에서는 김창옥 교수님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상 깊게 본 모습이 있었는데, 김성주 씨가 MC를 맡으셨던 강연이었어요. 김창옥 교수님한테 ‘성악을 전공하셨다면서요?’ 하고 질문하면서 ‘그러면 성악을 한 번...’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교수님이 갑자기 팔을 활짝 펼치시면서 시범을 보이시는 거예요. 그 자세 자체가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열린 자세잖아요. 반전 모습을 보여주면서 상대를 웃게 만들면서,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같이 전달한 거예요. 의도하신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훌륭한 전략적 태도라고 생각됐어요.
“내가 읽은 몇 개의 몸짓을 가지고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도움을 얻거나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행동을 공부하실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사람을 보고 싶어서 배우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고, 저 사람이 이야기해주지 않는 진심이 뭔지 궁금해 하시는 거죠. 사실은 우리가 나 자신도 이해 못할 때가 많은데, 내가 배운 지식을 가지고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너무 맹신하게 되면 직접 다가가서 풀 수 있는 문제도 풀지 못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누군가 나를 거부한다고 생각하면 다가가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그게 거부의 제스처가 아니고 그냥 습관일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행동분석에 대해 배워서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하려고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굳이 해독하고 독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상대의 행동을 미러링하면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시작해요. 그게 더 중요한 거죠. 상대의 거짓말을 밝혀내겠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읽거나 공부하시는 건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바디랭귀지를 단지 ‘기술(skill)’로써 활용하는 걸 경계하시는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실행하기 전에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진심“이라고 강조하셨죠.
진심이 없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잘 활용하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책을 쓸 때 대전제로 놓았던 게 진심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진심이 없어도 이렇게 ‘척’을 하시라고 이야기한 건 아니었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진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척’을 해봤자 얼마나 설득이 되겠어요. 나의 진심과 상대가 이해하는 메시지 사이에 간극이 있고, 그래서 상처를 받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걸 조금 줄이기 위해서 이 책을 참고하셨으면 좋겠어요. 무엇 때문에 내 이미지가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이는지, 행동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진심이 없어도 이렇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식의 내용으로는 책을 쓰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많은 분들이 행동을 조금 더 이해함으로써 행복해지시길 원했어요. 우리가 괜찮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은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걸 짚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고 조금 더 옆에서 지켜봐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관계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말없이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를 원했고요. 상대를 보는 눈을 자신에게 돌려서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를 원했어요. 많은 분들이 힘들 때 ‘할 수 있어’라고 언어적으로 자신을 설득하시는데, 그것보다 먼저 어깨를 펴고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도와줄 수 있다는 지혜를 가지시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셨을 때 주변 사람들한테 경험한 것들을 나누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점차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거기에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몸짓 읽어 주는 여자이상은 저 | 천그루숲
내가 하는 스피치를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고 싶다면 그들의 감정을 움직여야 한다. 감정을 움직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몸을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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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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