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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네, 조곤조곤한 그루브
아미네(amine) 『Good For You』
강한 캐릭터의 신예가 내놓은 데뷔 음반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다수 포진되어 있고, 중독성 있는 팝랩 트랙들이 수록되어있다. 이 점만으로도 음반을 재생할 이유는 충분하다. (2018. 04. 25)
미국의 유명 힙합 잡지 <XXL>은 매년 힙합 신의 주목할 만한 신인을 선정, 마치 우리나라의 <쇼 미 더 머니>처럼 이름이 오른 래퍼 중 상당수가 스타가 된다. 2016년엔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나 릴 야티(Lil Yachty), 코닥 블랙(Kodak Black) 등 멈블 랩의 주자들이 리스트의 지분을 가져갔고, 「XO TOUR Llif3」 「Tunnel vision」 등의 트랙들이 차트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그렇다면 <XXL>은 작년의 신인들로 어떤 래퍼들을 주목했을까. 「Magnolia」로 선전하고 있는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온라인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XXXTentacion)과 싱글 차트 4위까지 오른 「iSpy」의 카일(Kyle) 등의 래퍼들이 새로운 스타의 등장을 예고했다. 포틀랜드 출신의 아미네도 그중 한 명이다.
2017년의 리스트에 오른 신예들 사이에서 아미네는 조금 평범해 보인다. 그는 멈블 랩이나 억양을 강조하는 자극적인 랩이 아닌, 비교적 조곤조곤하고 나긋한 톤으로 특유의 그루브를 생산하는 래퍼다. 듣기에 거부감과 피로가 없는 래핑. 여기서 그의 강점이 발생한다. 그는 차트 11위에 오른 싱글 「Caroline」이 내세운 키치함과 발랄함을 영민하게 활용하여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톡톡 튀는 사운드 소스들, 거리낌 없이 들을 수 있는 래핑,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가 데뷔 앨범 <Good For You>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Spicy girl」 「STFU」 「Wedding crashers」으로 이어지는 중반부는 시류에서 따온 독특한 사운드 소스들을 기반으로 캐치한 멜로디를 장착한 훅과 재치 있는 펀치라인을 얹어 큰 재미를 선사한다. 그에 비해 후반부에 배치된 「Dakota」 「Slide」 「Money」 등의 트랙들은 음반의 매력 번뜩이는 재치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진중하고 심도 있는 주제의식으로 어느 정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 현시점의 경향 중 하나라면, 정말,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이 <Good For You>의 가장 큰 소구력이다. 음반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한없이 가볍다. 그는 억지로 스웨그를 뽐내려 하거나 과도한 스토리텔링을 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유별난 너드의 정서와 일상에서 따온 영감들을 노래한다. 음반에서 가장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Sundays「와 돈에 대한 관념을 일갈하는 「Money「마저도 예사로운 수준. 그러나 이러한 아쉬운 감상으로 작품의 단상을 결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강한 캐릭터의 신예가 내놓은 데뷔 음반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다수 포진되어 있고, 중독성 있는 팝랩 트랙들이 수록되어있다. 이 점만으로도 음반을 재생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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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