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위켄드, 구구절절 사랑의 상흔
위켄드(The Weeknd) 『My Dear Melancholy』
가슴 아픈 이별 서사극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까지 거머쥐었으니 슬프긴 해도 인기와 음악성에서만큼은 안도해도 좋겠다. (2018. 04. 25)
밥 딜런이 아내 사라 로운즈와 행복했던 시절 <Blonde on Blonde>를 발매하고, 이혼 후에는 <Blood on The Tracks>을 통해 아픔을 발화했듯,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기습 등장한 위켄드의 첫 번째 EP <My Dear Melancholy>에는 구구절절 사랑의 상흔이 담겼다. 촉매제는 결별 후 다시 전 애인 저스틴 비버(현재는 또다시 결별했다)의 곁으로 돌아간 셀레나 고메즈. 정확히 그녀의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가사 곳곳에 펼쳐진 대중에게 알려진 그들의 일화는 어렵지 않게 음반이 이별, 그 이후의 심정을 품었음을 알려준다.
사랑이 짙었던 만큼 감정의 동요도 큰 탓일까. <Beauty Behind The Madness>, <Starboy>를 통해 완전히 주류 팝 노선으로 진입한 듯했던 그가 다시 원류로 돌아왔다. PBR&B 대중화에 한몫한 거두로서 초기 작품 <Trilogy> <Kiss Land>로 회귀한 앨범에는 몽롱하고, 음울한 분위기에 더해 울림 가득한 보컬과 마이클 잭슨에 비견될 만큼 월등한 가창 실력이 더해져 탄탄한 만듦새를 자아낸다. 30곡에 달하는 믹스테이프를 묶은 <Trilogy>, 비슷한 구성의 반복으로 시들한 반응을 얻었던 <Kiss land>에 비해 6곡으로 압축된 음악에 진보된 멜로디,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풀어 나름의 성장도 일궜다.
그 바탕에는 함께 손잡은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한 「Get lucky」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 그룹 다프트 펑크의 멤버 기마누엘드 오멩크리스토, 카니예 웨스트의 명반 <Yeezus>의 「Black skinhead」 「Send it up」를 공동 프로듀싱하며 이름을 알린 프랑스 뮤지션 게사펠슈타인(Gesaffelstein). 이외에도 덥스텝을 주류로 건져 올린 스크릴렉스, 캐나다 프로듀서 프랭크 듀크스의 손길을 통해 애절한 감성을 섬세하고 다채롭게 녹여냈다.
타이틀 「Call out my name」는 끈적한 R&B를 자극적인 훅 라인과 후반부 오토튠 보컬로 맛을 내고, 이어지는 「Try me」는 몇 개의 신시사이저를 겹쳐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자글거리는 소리를 뚫고 나오는 가녀린 음색과 스크릴렉스의 프로듀싱답게 약간의 덥스텝이 돋보이는 「Wasted times」는 음악의 깊이를 더하고, 「I was never there」은 별다른 가사 없이 전조와 변주, 보컬을 뒤로 빼는 구성으로 호흡을 잡는다.
사랑에 대한 6개 트랙이다.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식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는 없는 거야’라며 원망하기도 하고(「Call out my name」), 전 애인을 비난하며 동시에 상처 주고 싶지 않은 이중성을 변칙적인 리듬과 풍부한 가성으로 고백하기도 한다(「Hurt you」). 처절한 원망과 그리움을 직선적으로 드러냈으나 단조롭지 않고 오히려 세세한 EDM 요소로 진한 향을 우려냈다. 가슴 아픈 이별 서사극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까지 거머쥐었으니 슬프긴 해도 인기와 음악성에서만큼은 안도해도 좋겠다.
관련태그: 위켄드, My Dear Melancholy, Blood on The Tracks, Beauty Behind The Madness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