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183일간의 네팔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 2165km, 338만 걸음
‘도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네팔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을 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내게 도전이라는 말을 썼다. 하지만 나는 도전보다 놀러 간다고 생각했다. (2018. 03. 29)
직장 다닐 때 수많은 메뉴 앞에서 늘 계산하며 고민했다. 천 원을 아끼느냐 아니면 먹고 싶은 걸 먹느냐. 대개는 아끼는 쪽을 선택했다. 천 원을 백 번 모으면 10만 원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 10만 원으로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때부터 천 원 더 주고 먹고 싶은 것을 먹기로 했다. 아끼는 것보다 내가 좀 더 행복해지는 쪽을 택했다.
석 달 동안 히말라야를 걷고 돌아와서 다시 나가려니 중대한 문제가 걸렸다. 돈이었다. 시간도 넘쳤고 체력도 괜찮았고 고산 적응도 잘하는 편이었지만 돈은 다른 문제였다. 계산해보니 약 5개월 되는 시간에 4,000만 원이 들었다. 이 돈을 모으려면 한 달에 얼마씩 몇 년이나 걸릴까. 계산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네팔 히말라야를 횡단하겠다며 부풀었던 마음이 잠시 주춤해졌다. 그러다 문득 17년 동안 모아놓은 돈을 단순히 먹고 사는 데만 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이 정도 투자는 해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어딘가에 써야 할 돈이라면 정말 하고 싶은 것에 쓰고 싶었다. 여행 다니다가 돈 떨어지면 밭에 나가서 일해도 되고 할 일이 많았다. 미리 걱정할 필요 없이 뒷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도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네팔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을 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내게 도전이라는 말을 썼다. 하지만 나는 도전보다 놀러 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정한 루트를 고집하지 않았고 가기 전부터 다양한 루트를 고민했다. 가다가 여의치 않으면 돌아서 갈 생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네팔 히말라야 횡단은 동쪽에서 서쪽까지 ‘길을 이어서 간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히말라야는 높은 곳부터 낮은 곳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는 곳이라 어디를 가든 히말라야다. 나는 그저 그 히말라야 줄기를 따라 높은 길이든 낮은 길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보고 싶었다.
살면서 히말라야에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그곳은 내게 너무 먼 세상이었다. 국내의 산들만 부지런히 다녔다. 그러다 인터넷에 떠돌던 네팔 무스탕 지역 사진에 반해 아무것도 모르고 떠났다. 자발적 백수가 된 첫해였다. 인연은 묘하게 흘러갔다. 무스탕에서는 폭설을 만나더니 이듬해 네팔에서는 지진을 만났다. 두 번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다음해 다시 또 네팔을 찾았다. 세 번째 찾은 히말라야에서 막연하게 생각하던 개념이 잡히기 시작했다. 히말라야가 어마어마하게 넓고 크다는 것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그때부터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이미 네팔 히말라야의 삼분의 일을 걸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동쪽부터 서쪽까지 길을 잇고 싶었다. 돌아오자마자 네 번째 네팔 트레킹을 준비했다. 어떤 사람은 계절이 좋지 않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너무 성급하다고 했다. 그래도 가고 싶었다. 가고 싶을 때 가야 했다.
수도승처럼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사람처럼 그곳으로 떠났다.
2018년 봄,
거칠부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거칠부 저 | 궁리출판
네팔 히말라야의 동쪽에서 서쪽 끝까지 그녀가 묵묵히 내딛은 한 걸음 한 걸음의 이야기 속에는 네팔의 문화와 역사,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작가의 진솔한 삶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관련태그: 히말라야,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 네팔, 횡단 트레킹
<거칠부> 저16,200원(10% + 5%)
“걸으면서 분명하게 알았어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사람이 아무리 멋지게 만들어놓은 것이 있어도 반응하지 않는데, 자연이 만들어놓은 것을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와요. 정상에 올라가면 ‘그래, 내가 이걸 보러 여기까지 올라왔지’ 싶도록 멋진 경치가 펼쳐져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넘으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