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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는 왜 생길까?
『우리 아이 야뇨증과 변비 거뜬히 이겨내기』
몸을 많이 움직이고 활동적일수록 장도 활발히 움직입니다. 결론은 뭔가요. 변을 잘 보려면 1) 물을 충분히 마시고, 2)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고, 3) 활발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기초지식을 응용해서 변비가 왜 생기는지 알아봅시다. (2018. 03. 19)
언스플래쉬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은 변비에도 큰 도움이 된다
행복과 건강을 얘기할 때 흔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를 강조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린 첫 번째에만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닐까요? 뭘 먹으면 키가 크고, 면역이 강해지고, 심지어 머리가 좋아지는지는 누구나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잠을 충분히 자야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워지고,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건 과학적으로 분명히 규명되었는데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요. 똥을 잘 누는 건요? 그건 더 관심이 없습니다. 유아기 때나 대소변 가리기 훈련을 할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일 뿐,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변을 잘 보는지 신경을 쓰는 부모는 매우 드뭅니다. 소비와 욕망 충족에는 그악스럽지만, 쓰레기 처리나 환경보존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도 비슷합니다. 먹는 것, 소비, 욕망 충족 등이 훨씬 큰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중요한 일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욕망을 부추겨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게 속아 그들이 강조하는 일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삽니다. 잠을 잘 자고, 똥을 시원하게 누는 것은 뭘 먹는지 못지 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변비에 대해 알아봅시다.
살기 위해 먹든, 먹기 위해 살든, 누구나 음식을 먹습니다. 음식물을 입에 넣고 씹어서 꿀꺽 삼키면 식도를 거쳐 위로 가지요. 좀 덜 씹어 삼키거나, 조금 지저분한 것을 먹어도 대개 별 탈이 나지 않습니다. 위에서 강력한 산을 분비하여 병원체를 죽여 버린 후, 힘차게 주물러서 음식물을 죽처럼 만들기 때문이지요. 죽처럼 부드러워진 음식물은 소장을 거치면서 영양분이 흡수됩니다. 소장은 우리 키의 두세 배에 이를 정도로 아주 깁니다. 그렇게 긴 통로를 서서히 통과하면서 영양분이 알뜰하게 흡수되기 때문에 소장 끝에 이른 음식물에는 거의 영양소가 남아있지 않지요. 식이섬유와 기타 소화가 되지 않는 물질만 남아 대장으로 넘어갑니다. 대장 속에는 미생물이 엄청나게 많이 삽니다. 이 미생물들이 소화흡수가 거의 끝난 물질들을 발효시키면 대변이 만들어집니다. 대변의 90%는 미생물, 주로 세균입니다. 대변 자체가 세균덩어리인 셈이지요. 반면에 소변은 정상적으로 무균 상태입니다. 의학적으로 보자면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면 손을 꼭 씻어야 하지만, 작은 일을 본 후에는 손을 씻지 않아도 된다는 우스개도 있지요.
요즘은 대장에 왜 이렇게 미생물이 많은지, 그것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속속 밝혀지면서 장내 미생물이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얘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으니 일단 패스! 소화라는 측면에서 대장의 주기능은 물을 흡수하는 겁니다. 물이 많이 흡수되면 대장 속에는 물이 적게 남을 테니 대변이 딱딱해지지요. 반대로 적게 흡수되면 무른 변이 나옵니다. 이때 물이 얼마나 흡수되는지는 (많은 요소가 작용하지만) 우리 몸의 수분 섭취 상태와 대장 속의 식이섬유가 결정합니다. 즉, 우리 몸에 물이 부족한 상태라면 대장에서 많은 물이 흡수됩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은 건강에 두루 좋지만 변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한편 식이섬유는 물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합니다.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면 대장 속에 물을 붙잡아 두어 부드럽게 변을 볼 수 있는 거지요. 식이섬유는 어디에 많나요? 예, 과일과 야채에 많지요. 마지막으로 변을 잘 본다는 건 장 속의 내용물을 장이 원활하게 밀어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야 하는데, 이건 신체의 전반적인 움직임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활동적일수록 장도 활발히 움직입니다. 결론은 뭔가요. 변을 잘 보려면 1) 물을 충분히 마시고, 2)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고, 3) 활발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기초지식을 응용해서 변비가 왜 생기는지 알아봅시다.
신선한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신생아나 유아도 보고, 취학 전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도 보며, 중고생으로 대표되는 청소년도 진료합니다. 각 시기별로 너무나 다른 존재들이지요. 따라서 변비의 원인도 시기별로 각각 다릅니다. 신생아나 유아는 모유나 분유를 먹지요? 이때는 변이 딱딱해지고 횟수가 뜸해지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뭔가 먹는 것이 바뀔 때, 즉 고형식을 시작했다거나, 분유를 바꿨다거나, 생우유를 먹기 시작했을 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는 소아과 선생님과 상의해서 원인을 찾고, 원인에 맞게 대처해야 합니다. 몇 가지 원칙을 말한다면 우선 분유는 바꾸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누가 더 좋은 분유가 있다고 알려주더라도 지금 먹는 분유에 문제가 없다면 종류나 제조사를 바꾸지 마세요. 이유식을 시작할 때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새로운 음식을 추가합니다. 3-4일간 반응을 보아 뭔가 문제가 생기면 그 음식을 일단 중단하고 몇 주 후에 다시 시도해봅니다. 생우유는 하루에 작은 우유팩으로 2-3개 이상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변을 드물게 보거나, 변을 볼 때 아주 고통스러워하거나(얼굴이 빨개지면서 용을 쓰는 건 정상입니다), 변에 피가 섞이거나, 배가 불러오는 것 같다면 빨리 의사를 만나야 합니다.
조금 큰 아이들에게서 변비가 생기는 중요한 원인은 위에서 썼듯이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지 않고,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계속 이어지는 생활과 디지털 기기의 사용 때문에 요즘 아이들이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제 글에도 여러 번 썼고, 누구나 아는 사실이므로 중언부언하지 않겠습니다. 물은 왜 안 마실까요? 학교에 다니면서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 수업을 듣는 중간에 아이들은 물을 챙겨 마시는 데 별로 관심이 없지요. 수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우유나 주스로 섭취해도 되지만, 살이 찌지요. 신선한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물병을 사주고 물을 담아 가지고 다니도록 하면 생각보다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건 결국 식이섬유를 섭취하라는 뜻입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은 보통 수분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야채류의 85-90퍼센트는 수분이지만, 감자칩의 수분은 2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비타민을 알약으로 먹는 건 좋지 않고 식품을 통해 섭취하라고 했지요? 식이섬유 역시 화이버 음료 등을 통해 섭취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섭취하면 오히려 칼슘 흡수를 저해하여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린이들이 과일이나 야채를 잘 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선 어려서부터 소위 ‘서구식 식단’에 맛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닭튀김, 흰 빵으로 만든 햄버거, 치즈를 듬뿍 뿌린 피자, 감자튀김, 단 것, 인스턴트 식품, 주스나 청량음료에 길들여진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습관 때문에 어린이 비만도 늘지만 사실 체중이 늘어나기 전에 변비가 먼저 생깁니다.
어떻게 해야 어린이에게 야채나 과일을 좀 더 먹일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 야뇨증과 변비 거뜬히 이겨내기』 라는 책에 소개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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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야채를 먹이는 방법>
1.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 때 잘게 자른 야채를 섞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2. 작게 더 작게! 어린이들은 작은 것을 좋아하므로 미니 파프리카, 미니 오이, 어린 당근, 알감자를 줘 본다.
3. 잘게 자른 오이, 파프리카, 당근 등을 넣어 참치 샐러드를 만들어 준다.
4. 감자 대신 고구마 튀김을 만들어 준다.
5. 빵이나 머핀, 스크램블드 에그에 당근이나 단호박을 넣는다.
6. 아이를 야채 코너에 데리고 가서 좋아하는 야채를 2가지 담아 보라고 한다. 집에 돌아와 조리법을 인터넷 에서 찾아 본 후 아이와 함께 음식을 만든다.
7. 셀러리나 당근을 연필 모양으로 길고 가늘게 잘라 컵에 꽂아 놓고 땅콩버터나 샐러드 드레싱에 찍어 먹도록 한다.
8. 피망의 속을 긁어낸 후 오목한 부분을 작게 잘라 음식을 담아 준다.
9. 집에서 피자를 만든다. 치즈 아래 얇게 저민 야채를 깔거나 아이가 직접 고른 야채로 토핑을 얹는다.
<자연스럽게 과일을 먹이는 방법>
1. 시리얼에 얇게 자른 바나나 또는 딸기(신선 또는 냉동)를 섞어 먹인다.
2. 아침 또는 간식으로 과일 스무디를 만들어 준다. 설탕이 들어 있는 요구르트보다 저지방 우유나 두유를 사용한다.
3. 막 익기 시작한 바나나를 얇게 잘라 냉동실에 얼려 두면 달콤하고 부드러워 아이들이 좋아한다.
4. 과일을 잘라 요구르트를 부어 주거나 액상 초콜릿에 찍어 먹게 한다. 과일과 요구르트를 넣어 파르페를 만들어 주어도 좋다.
5. 팬케이크, 머핀, 쿠키, 빵 등을 만들 때 잘게 자른 과일이나 말린 과일, 얇게 저민 사과 등을 넣는다.
6. 과일을 작은 공 모양으로 도려내는 칼을 사용한다. 과일을 꺼리는 아이도 동그랗게 잘라 주면 잘 먹는 경우가 많다.
7. 케이크나 쿠키 대신 사과나 배를 구워 줘 본다.
8. 말린 과일과 견과류를 섞어 간식으로 싸 준다.
9.샌드위치에 얇게 썬 사과나 바나나를 넣는다.
10. 차에 과일을 놓아 두면 방과 후 또는 운동이나 기타 활동을 마친 후 쉽게 손이 간다.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목마르고 배고프면 먹는다.
11. 아이와 함께 ‘과일 피자’를 만들어 보자. 바삭바삭한 과자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설탕을 약간 뿌린 후 신선한 과일을 얹는다.
12. 접시에 얼굴 모양으로 과일을 담아 준다. 블루베리나 포도로 눈을 만들고 키위를 잘라 귀를, 딸기로는 코를, 사과나 배를 잘라 입을 만드는 식이다.
우리 아이 야뇨증과 변비 거뜬히 이겨내기스티브 호지스, 수잔 슐로스버그 공저 / 서울아동병원 의학연구소 역 | 꿈꿀자유
변비가 야뇨증은 물론 다양한 소변관련 증상을 일으키는 근본원이라는 사실을 설명해 문제를 해결할 쉽고 빠른 방법을 제시한다.
관련태그: 우리 아이 야뇨증과 변비 거뜬히 이겨내기, 변비, 수분충전, 식이섬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스티브 호지스>,<수잔 슐로스버그> 공저/<서울아동병원 의학연구소> 역12,600원(10% + 5%)
야뇨증이라고 하면 그간 뚜렷한 치료법이 확립되지 않은 채 '때가 되면 낫는 병'정도로 인식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문제를 겪는 어린이 입장에서는 자신감이 저하되고 불안감이 커지며 심하면 성격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이다. 책은 야뇨증과 변비 사이의 고나계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환자들을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