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김교석의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다이슨 VS 밀레
단 한 톨의 먼지도 남기지 않겠다는 청소의 본령
두 브랜드 모두 고성능 헤파필터를 장착한 고사양 제품들이다. 다만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청소를 중히 여긴다면 한 톨의 먼지도 남겨놓지 않겠다는 본령을 잊지 말자는 제안이다. (2018. 02. 20)
올드스쿨 청소기의 제왕 밀레(Miele) 유선 청소기
독립이든 비운의 1인 가구든, 신혼부부든,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을 갖게 됐다는 건 청소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자신의 공간을 더욱 윤택하게 가꾸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새댁들 사이에선 지난 10년간 끊이지 않는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비록 당신이 육아나 신혼과는 담을 쌓은 삶이라도 일선에 얻은 경험과 논쟁으로 쌓아 올린 이 데이터베이스는 꽤나 참고할 만하다.
필수 가정용품인 진공청소기를 놓고 벌어지는 다이슨(Dyson) 스틱형(무선) 청소기와 올드스쿨 청소기의 제왕 밀레(Miele) 유선 청소기 사이의 선택이 그것인데, 샐러드마스터 대 무쇠팬, 전기레인지 대 가스레인지처럼 사실상 이미 판가름 난 전투다. 낙동강 방어전선처럼 절대 함락되지 않는 사람들도 일부 있으나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가볍다는 편의성 때문에 판세는 다이슨으로 기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블랙프라이 데이'가 곧 '다이슨 데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지켜보던 다이슨은 아예 지난해 말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굴지의 가전회사에서도 최근 꽤 수준과 가격이 높은 제품을 출시해 스틱형 청소기 시장에 참전했다.
이미 패색 짙은 이 전투에 굳이 끼어든 이야기를 꺼내게 된 건 너무나 많은 비교와 고민, 경험담 속에 바닥청소 본연의 목적이 혼탁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기 구입은 쇼핑의 차원이 아니라 언제나 변함없는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견고한 울타리 공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다이슨 무선 청소기의 장점은 경량의 기동성과 특허기술인 싸이클론 방식의 특징인 먼지봉투와 필터교체 등의 소모품 구입비용 절감이다. 수십 만원이 넘는 초기 비용이 드는 선택이다 보니 유지비용의 절감은 꽤나 매혹적이고, 육아에다 결국 청소까지 떠맡은 주부들에게 경량성은 포기할 수 없는 복지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집 안 일이 아직 서툴거나 손목 힘이 약한 새댁들의 입장에서 고려할 법한 사항이다. 자신의 공간을 가꿀 줄 아는 남자라면 어떤 청소기라도 깁슨의 플라잉브이를 연주하듯 자유자재로 후릴 줄 알아야 한다. 또, 헤파필터의 노고를 머쓱하게 만드는 먼지통 청소시 배출되는 먼지와 2~3년이면 찾아오는 배터리 교체를 소모비용으로 분류한다면 또 다른 계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량성과 소모품 문제는 청소의 근원적인 의미를 흐리게 만든다. ‘리브 노 맨 비하인드leave no man behind’. 단 한 명의 병사도 적진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이 말은 기념비적인 전쟁영화 <블랙호크다운>의 세계관이자 실제 미군의 대표적인 슬로건이다. 여기서 단 한 단어만 바꾸면 그대로 바닥청소에도 적용된다. 손목터널 증후군이 있다거나 나사에서나 쓸법한 디자인이 딱 취향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진공청소기는 헤드가 지나간 자리 뒤에 먼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 단 한 톨의 먼지도 남기지 않겠다는 청소의 본령에 가장 충실한 제품이 바로 헤드가 벽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밀레다.
하드플로우툴이 없다면 맨들맨들한 바닥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하지 못하고, 헤드가 전진할 때만 흡입을 하며, 충전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까탈스러운 다이슨과 달리 밀레는 1년에 한번 헤파필터를, 3~5개월에 한번 먼지봉투만 교체하면 어제와 다름없는 힘찬 모터소리를 10년 후에도 들을 수 있다. 비비드한 색상과 범퍼를 두른 모양은 마치 유럽산 SUV 같지만 관리만 꾸준히 해주면 20년 후에도 변함없는 퍼포먼스로 응답하는 클래식 머슬카다(참고로 밀레에도 일체형 제품이 있긴 있는데 팜플렛을 보면 사람이 사람을 든 것 같다).
2년짜리 배터리를 가진 기괴한 우주선을 둘 것인가 20년을 함께할 레트로 디자인 머슬카와 일상을 함께 할 것인가. 물론, 두 브랜드 모두 고성능 헤파필터를 장착한 고사양 제품들이다. 다만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청소를 중히 여긴다면 한 톨의 먼지도 남겨놓지 않겠다는 본령을 잊지 말자는 제안이다. 그러니 로봇 청소기는 아무리 스마트해진다고 한들 당신의 선택지에서 영원히 논외로 한다.
푸른숲 출판사의 벤치워머. 어쩌다가 『아무튼, 계속』을 썼다.
<제임스 다이슨>,<자일스 코렌> 공저/<박수찬> 역14,400원(10% + 5%)
‘영국의 스티브 잡스’ 제임스 다이슨 열정과 성공스토리 남다른 사고방식, 틀을 깨는 자유로운 상상력, 독특한 역발상으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 등을 개발하여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의 열정과 성공스토리!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첫 번째 실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