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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진짜 ‘가족극’이지! - 가족음악극 <한여름 밤의 꿈>

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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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희곡은 딱딱하고 난해하다? 가족음악극 <한여름 밤의 꿈>은 그 편견을 깨고, 한층 더 문턱을 낮췄다. 어른도 아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2018. 0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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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가족극’이 아닙니다


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가 다시 찾아왔다. 2015년 <템페스트>, 2017년 <십이야>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 작품은 낭만희극 <한여름 밤의 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본 프로그램은,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가족음악극’을 선보여 왔다. <한여름 밤의 꿈> 역시 ‘정극의 무게감은 덜어내고, 유쾌함과 발랄함은 더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사실 방학 시즌은 어린이극의 성수기다. 이때 공연되는 작품들 대부분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약속한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아이와 어른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어린이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낮춰야 하고, 그렇다 보니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들은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여름 밤의 꿈>은 무늬만 가족극인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된다.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원작의 스토리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트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부터가 그러하다. 한여름의 숲이 아닌 한여름의 마트. 그곳에 어둠이 찾아온 것은 밤이 되어서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정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판매원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고객들을 안내하고, 소동이 잦아들 무렵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가족을 찾아주기에 앞서 아이부터 달래기로 한 그들은 책 코너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가지고 와서 읽어주기 시작한다. 마치 구연동화를 들려주듯 판매원들은 책 속의 인물을 연기하고, 마트는 한순간에 요정이 사는 숲으로 변신한다. 극중극의 형식을 빌려 원작의 이야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이다.

 

 

서울시극단_한여름밤의꿈_공연사진6.jpg


 

셰익스피어 희곡의 문턱을 낮췄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낭만적이라 손꼽히는 <한여름 밤의 꿈>에는 네 쌍의 연인이 등장한다. 특히 허미어와 라이샌더, 드미트리어스와 헬레나, 네 명의 청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들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허미어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드미트리어스와 결혼시키려 하지만, 허미어는 라이샌더와 사랑에 빠졌다. 드미트리어스는 한때 헬레나를 사랑했으나 변심하여 허미어와 결혼하려 하고, 헬레나는 변함없이 드미트리어스를 사랑하고 있다. 이들의 사정을 알게 된 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는 초승달이 뜨기 전까지 마음을 정해야 한다고 명령하고, 요정의 왕 오베론은 사랑의 묘약을 써서 관계를 정리해주려 한다. 그러나 장난꾸러기 요정 퍽이 나서면서 문제는 더 꼬여버린다.

 

사각관계에 빠져버린 청춘남녀. 이들의 이야기가 식상하게 흘러가지 않는 것은 셰익스피어가 환상적인 요소들과 잘 버무려 놓았기 때문이다. 잠과 꿈을 관장하는 요정, 그들이 사는 숲, 큐피트가 만든 사랑의 묘약, 요정 퍽의 실수와 장난... 이 모든 것이 한 데 뒤엉키자 이야기는 ‘유쾌한 혼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국의 대문호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것이 원작 <한여름 밤의 꿈>이 가진 힘이다.

 

 

서울시극단_한여름밤의꿈_공연사진1.jpg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족음악극 <한여름 밤의 꿈>은 재치와 유머,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익숙한 공간인 마트, 그곳을 채우는 일상적인 사물들이 고전에 녹아 들었다. 밤하늘의 달은 도넛으로 표현되고,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부부싸움 장면에서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온갖 물건들이 동원된다. 무대 위의 크고 작은 소품들, 인물들의 의상에도 마트 안의 다양한 물품들이 활용됐다. 음악과 안무 또한 새롭게 만들어졌는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대사의 각색이다. 특유의 긴 문어체로 이루어진 원작의 대사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쉽고 유쾌하며 낯설지 않은 언어로 풀어냈다. 셰익스피어 문학이 가진 본래의 맛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겠지만, 같은 이유로 작품을 즐길 수 없었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딱딱하고 난해하게 느껴졌다면 가족음악극 <한여름 밤의 꿈>을 통해 편견 너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 희곡에 이르는 문턱을 한층 낮춰줬다고 평가할 만하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 있어서 만큼은 ‘온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말이 뻔한 수사가 아니다.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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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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