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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특집] 서점지기 6인 “이런 책, 또 만들어 줄래요?”

<월간 채널예스> 12월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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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낙엽 밟으며 책방을 돌았다. 골목길에 숨어 지극히 사적이며 지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는 책방들, 거기서 가을 여미고 있는 책방 지기들이 내민 나만의 책! 2017 올 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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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람(더 북 소사이어티 매니저)
『포스트디지털 프린트:1894년 이후 출판의 변화』 알레산드로 루도비코 지음/ 임경용 옮김ㅣ미디어 버스

 

올 한 해는 더 북 소사이어티에서 운영하는 ‘미디어버스’ 출판물을 필두로, 오랜 경력의 출판사인 ‘워크룸프레스’, ‘프로파간다’의 출판물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판매의 경향의 큰 공간이기 때문에 판매지수보다는 다양한 책들이 고루 분배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때문에 ‘유유’, ‘프란츠’ 등 1인 전문 출판사의 인문학, 음악 분야 전문 서적과 ‘오늘의 풍경’ 같은 1인 디자인스튜디오, 광주의 청년인문학공동체인 '예기치 않은 기쁨' 등 여러 필자들과 협력해 플랫폼을 만들어 글을 생산하고 결과물을 출판한 작은 규모의 제작자들의 활동에 단연 주목하고 싶습니다. 『포스트디지털 프린트:1894년 이후 출판의 변화』는 디지털 책이 유통되는 시대에 출판을 하는 것이 어떤 행위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역사적으로 기술한 책입니다. 책을 사랑한다면 인쇄매체가 디지털 출판을 통해 일으킬 수 있는 문화 운동, 아방가르드 예술이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이유도 함께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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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승 염한별(땡스북스 매니저)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다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ㅣ민음사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 되었다』 이다혜 지음ㅣ현암사

 

올해는 페미니즘 이슈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책이 강세를 이루었어요. 자아를 탐색하는 『자아, 친숙한 이방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취직하지 않고 독립하기로 했다』, 삶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 가치 있는 브랜드와 소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거진B. MUJI』, 『날마다, 브랜드』 등 우리네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꾸준히 판매되었답니다. 이 중 『엄마는 페미니스트』는 ’딸을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15가지 방법’에 대해 편지 형식으로 쓴 에세이인데 성평등에 대한 다정한 글들이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박수를 치게 만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세상의 많은 신혼부부, 커플, 예비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다혜 작가의 책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사소한 일들과 영화 속 여성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이 겪는 혼란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책입니다. ‘사소한 차별과 정당치 못한 인식들이 ‘어른’이 되어가며 눈에 밟히게 되고 제목처럼 더 큰 혼란으로 다가왔다.’라는 문구만으로도 선정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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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밤의서점 점장)

『랩걸』 호프 자런 지음/ 김희정 옮김/ 신혜우 그림 l 알마 

 

2017년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고단함을 더불어 인식하고 공유한 한 해였습니다. 주저앉기 쉬운 시기에 『랩걸』을 만났고,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에서 우직하게 성장해온 여성의 인생을 음미하며  저한테 필요한 양분을 마음껏 빨아들였습니다. 결핍과 성장, 여성들이 이 두 화두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호프 자런의 삶을 통해 들여다본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Keep calm and carry on!”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나의 다정한 여성 동지들과 함께 나눠 읽고 싶은 책이기에 올 해의 책으로 강력하게 밀어봅니다! 덧붙이는 문장 하나, “힘든 건 힘든 거고,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 거다. 돈이 되지 않는 건 되지 않는 거고, 그럼에도 하고 싶은 건 하는 거다” 얼마 전 책방을 다녀간 손님이 남겨준 글인데 2017년을 돌아 보자니 다시금 떠오르는 구절입니다. 지난 1년 간 밤의 서점을 운영하며 참 재미있고 행복했습니다. 찾아오는 손님은 책을 발견하고 저는 손님과 더불어 저와 제 시간을 발견했습니다. 날마다 서로를 발견하는 공간으로서의 ‘밤의 서점’은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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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훈(미스터버티고 대표)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박생강 지음 ㅣ나무옆의자

 

올 한 해 ‘미스터버티고’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책은 2016년 10월에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입니다. 워낙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한 책이라 처음 ‘올 해의 책’을 떠올렸을 땐 당연히 이 책이 따라왔지요. 하지만 다른 책방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여 제가 개인적으로 아끼고 응원해주고 싶은 책을 선정할까 합니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는 다섯 편의 소설을 출간한 바 있는 작가이자 소설가의 실제 이야기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생활고 때문에 신도시의 특급 사우나 매니저로 취직해 1년여 동안 일하면서 겪은 경험담인데 한물간 상류층들의 허세와 갑질의 상황들이 웃음과 헛헛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앞으로도 책이 많이 팔려서 작가가 소설가로 남아 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계속 발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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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국(이라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앙드레 케르테츠 『Andre Kertesz In Paris: Photographien 1925 - 1936』 앙드레 케르테츠/ SchirmerㅣMosel Verlag GmbH

 

앙드레 케르테츠는 헝가리 태생으로 초기에는 프랑스에서, 이후에는 미국에서 활동한 1930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에 대해 이안 제프리는 "작은 사건들에 대한 노련한 리포터"라고 칭하기도 했지요. 『Andre Kertesz In Paris: Photographien 1925-1936』는 올 한 해 이라선에서 인기가 있었던 책이기도 하지만 성곡미술관에서 전시도 열려 화제가 되었지요. 책 속의 사진들은 제목에서 알 수 이듯 케르테츠가 1925년에서 1936년 사이에 파리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당시 케르테츠는 파리에서 몬드리안, 샤갈, 트리스탄 차라 등 다른 예술가들과 친밀히 교류했는데 그들의 아틀리에를 방문할 때마다 공간의 주인과 그 곳의 물건들을 찍었습니다. 잘 알려진 것이 몬드리안의 아틀리에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케르테츠는 선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배경에서 찍은 몬드리안의 사진은 그의 그림까지 연상하게 만드는 훌륭한 초상사진 입니다. 개인적으로 케르테츠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은 한국작가 한영수의 『모던 타임즈』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상 속 찰나의 순간들을 아름다움 구도 안에 포착해낸 작가의 사진집도 더불어 선정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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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가가 77page 대표)
『골목』 김병진 지음

 

가가 77페이지는 전체 책 중 독립출판물이 80%, 기존 출판물이 20%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메인으로 삼고 있는 것이 독립출판물이다보니 기존 출판사에서는 소화하기 힘든 책들, 인디적 성향이 강한 책들 가운데 올 해의 책을 선정하고 싶습니다. 홍유진 작가의 『망한 여행 사진집』과 김병진 작가의 『골목』 가운데 고민을 했는데 오늘은 『골목』이 눈에 들어오네요. 이 책 역시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형식 덕분에 독립출판물의 냄새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골목이라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하나씩 떼어낸 후 이를 다시 분해해서 하나의 존재로 만들어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나 대문옆의 계량기며 문고리 등이 그림으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대학원생인 작가의 작품을 제가 코믹콘 축제 때 보고 직접 컨택해서 입고한 거라 판매하는 곳도 거의 없죠. 다양한 독립출판물이 쏟아졌던 올 한 해 저희 책방에서는 『나무가 되어야겠다』, 『나 너 그리고 우리』, 『사랑의 몽타주』 같은 책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기존 출판사에서 재출간 문의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2018년 역시 인디 냄새 폴폴 나는 책들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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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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