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이원태 “백범 김구는 대장 김창수의 시절을 짚어야 한다”
소설 『대장 김창수』와 영화 <대장 김창수>로
영화로, 드라마로, 소설로 자꾸 나와야 오히려 역사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해요. 관심 없이 덮어놓으면 그게 죽은 역사죠. (2017.11. 21)
백범 김구가 김창수로 불리던 청년 시절, 명성 황후의 복수를 하겠다며 일본인을 죽인 사건이 있었다. 치하포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았지만, 이후 백범 김구가 인천감옥소에 갇혀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소설가 김탁환과 방송사 PD 출신 기획자 이원태는 김창수가 감옥에 갇혔던 순간을 주목했다. 가려진 백범 김구의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다.
둘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창작 집단 ‘원탁’은 하나의 이야기를 장편 소설, 모바일 웹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모든 형태로 만들고자 한다. 이제까지 영화(무비)와 소설(노블)을 합친 ‘무블 시리즈’로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조선 마술사>, <아편전쟁>에 이어 <대장 김창수>까지 네 번째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특히 이번 <대장 김창수>는 이원태가 직접 영화의 감독을 맡았다.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일
두 분은 어떻게 작업을 같이하게 됐나요?
김탁환 : 전에는 텍스트 작업과 영상 작업이 서로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제가 하는 소설 쓰기와 이원태 감독이 하는 영상 작업이 결국 이야기를 통해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죠. 마침 각자의 회사에서 나오는 시기가 겹쳐서 같이 뭔가 해보자 했어요.
이원태 : 제가 먼저 회사를 나왔는데, 김탁환 작가가 멀쩡히 잘 다니던 학교를 나오겠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우리 나이가 딱 마흔 될 즈음이었거든요. 작품에 몸을 던지고 싶은 기분이 있어서 가능했죠.
‘무블 시리즈’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김탁환 : 보통은 소설을 완성하고 출간한 다음 드라마나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하잖아요. 우리는 기획과 초고가 완성되면 일단 영화 산업 관계자들에게 보여주고 영화화가 결정되면 소설과 영화를 만들었어요.
이원태 : 아예 처음부터 두 마리 토끼를 잡자, 하지만 일단 영화가 가능한 걸 먼저 하자는 콘셉트였어요. 영화나 소설이나 픽션과 팩트 사이에서 인간들의 심리와 갈등과 재미를 다루는 점은 똑같잖아요. 애초에 영화가 될 만한 걸 먼저 만들어보자는 거죠.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원태 : 시대가 그런 것 같아요. 좋은 콘텐츠가 중요하지, 콘텐츠가 어떤 형태로 발현되는가는 두 번째 문제니까요. 실제로 <조선 마술사>는 드라마 제작사에서 아직도 가끔 연락이 와요.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 드라마나 영화, 공연, 뭐로든 다 할 수 있어요.
이제까지 함께 만든 이야기가 네 편이에요. 지금 활동을 스스로 평가해본다면요?
이원태 : 중간 점검 단계인 것 같아요. 네 작품 모두 영화 판권을 계약했어요. 그런데 아이템이 좋다고 확신했던 것만큼 물리적으로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서 이 방향이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앞으로 같이할 기획도 다루기 어려운 아이템에 꽂혀 있어서 고민이죠.
김탁환 : 각자 성향은 섬세하고 여린데, 둘이 있으면 계속 센 것만 하게 돼요. 스케일이 큰 시대물에 특장점이 있고, 같이 만들면서 상승효과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작품을 사 가는 사람도 그 점을 염두에 두는 것 같은데, 만들다 보면 이야기의 덩치가 너무 크니까 힘들어하죠.
정답이 아닌 균형점을 찾아서
이원태 감독님은 <대장 김창수>가 영화로는 데뷔작이에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도 하고, 부담이 심했을 것 같아요.
이원태 : 글을 쓰고 연출하는 건 부담이 별로 없었어요. 역사물이라고 해서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실존 인물이 워낙 큰 인물이다 보니 백범 김구를 작품화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죠. 시나리오도 처음에는 장르성이 명확하게, 재미있게 썼다가 지웠어요. 너무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놓으면 실존 인물을 훼손할 수도 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하고 싶은 이야기 만들려고 영화 하는데, 겁나서 못 할 건 없다는 고집도 동시에 들더라고요.
역사적 사실과 재미 가운데서 어떻게 결론이 났나요?
이원태 : 재구성을 해서 영화적 재미를 높이면 원 인물을 훼손한다는 부담이 있고, 장르성을 줄이고 실제 이야기를 많이 넣으면 또 영화가 재미없어지는 거죠. 중간 지점으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계속 각색을 하다 보니 제가 감당할 만한 균형점이 생기더라고요. 이 이상은 재미를 양보 못 하고, 이 이상은 역사를 못 건드린다는 균형점이요. 정답인 균형점이 아니라 제가 감독으로서 감당하는 균형인 거죠.
김탁환 작가님은 재미와 의미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요?
김탁환 :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게 해야죠. 이야기 자체가 사람을 끄는 힘이 있어야 하니까요. 『대장 김창수』는 사형까지 갔다 살아남아 탈옥하는 두 가지를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펼쳐요. 세계 역사상 두 가지를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한 건 백범 김구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두 가지만 쥐고 있어도 엄청나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죠. 재미를 살리려고 소설 쓰면서 1인칭으로 할 건지 3인칭으로 할 건지 고민했어요. 그냥 1인칭으로 쓰면 차라리 『백범일지』를 봐야 할 것 같고, 3인칭으로 하면 청년 김창수의 내면을 드러내기 힘드니까요. 김구의 마음과 이영달(조선인이지만 어쩔 수 없어 친일을 택한 인천감옥소의 간수)의 마음을 둘 다 느껴야 설득이 된다고 생각해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도 아니고 1인칭 김구 시점도 아닌, 김구와 이영달의 회고를 섞었어요.
등장인물도 달라졌어요. 의료 과장 조경신이 소설에서만 나왔다면, 영화에서는 독립신문 기자 한영희가 있었어요. 이영달은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 악독한 인물로 나오죠.
이원태 : 시나리오에서는 극적 구성이 더 필요하니까 인물이 변화하는 진폭이 더 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설은 분량이 영화보다 한계가 덜하니 사람의 내면을 글로써 표현할 수 있지만, 영화는 어떤 사건과 인물 사이의 갈등으로 사람을 표현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사건을 더 강조하고 변곡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이영달 캐릭터가 영화에서 세졌어요.
영화에서는 강형식이 박동구나 이영달보다 주목받은 느낌이에요.
이원태 : 강형식이 전형적인 친일파로 보이는 게 싫었어요. 일제강점기 10여 년 전, 어디에 붙어야 잘살지 고민하는 캐릭터였어요. 잘산다는 게 개인의 욕심도 있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잘살지 고민하는 것도 있는 거죠. 망해가는 나라의 엘리트 지식인이 일본을 이용하려는데 감옥의 인간 같지 않은 놈들은 협조하지 않는 부조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저라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 같아요.
<대장 김창수>, 영화의 뒷편
주역인 조진웅 씨도 처음에는 역할이 부담스러워서 고사하셨다고 들었어요.
이원태 : 저와 같은 이유에요. 처음 시나리오 기획할 때 제가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거든요. 배우는 자기 이름과 얼굴을 전면에 내세워서 해야 하니까 부담이 더하죠. 그래서 3년 정도를 미뤘는데, 그 사이 조진웅 씨가 배우의 아우라가 잡히면서 어느 순간 자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투자사에서도 조진웅 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요. 그게 맞물리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이경영, 이선균, 박소담 씨 등 특별 출연, 우정 출연한 배우가 많아요.
이원태 : 이경영 배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영화는 해야 한다면서 쉽게 출연하겠다고 결정했어요. 이선균 배우는 조진웅 배우와 워낙 친해서 주저 없이 하겠다고 했고, 박소담 배우도 하고 싶다고 해서 들어왔어요. 원래 배우들이 특별출연 잘 안 하려고 해요. 다들 영화의 의미를 좋게 봐주셔서 그랬던 것 같아요. 고 진사를 맡은 정진영 배우도 어떻게 보면 분량이 적은데 흔쾌히 수락했어요.
영화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빚을 진 셈이네요.
이원태 : 빚이라기보다, 인연이 생긴 거죠.
조진웅 배우에게 『백범일지』를 읽지 말라는 말도 하셨다면서요.
이원태 : 처음 만난 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첫 번째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백범일지』를 읽는 일이라고 했어요. 김구 선생은 성정이 센 분이라, 글도 되게 세요. 자부심도 강하고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도 없어요. 저도 시나리오 쓰면서 그 글에 영향을 받고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동안 힘든 건 나로 족하니까 배우는 시나리오 안의 김창수만 보고 해석하길 바랐어요. 다른 책을 참고하라고 줬었죠.
예를 들면 어떤 책이었나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일부 필사도 했어요. 『김대중 자서전』도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집행이 풀리는 부분까지 몇 번을 읽고요.
좋은 이야기
‘원탁’이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이원태 : 시대의 아픔과 인생의 부조리를 다룬 이야기를 평생 쓰고 싶어요. 살아보니까 인생이 참 마음대로 안 되는 부조리의 시간이더라고요. 타인을 왜곡하고 나 자신도 왜곡하는 불안정한 사람들이 섞여 있으니 부조리할 수밖에 없어요. 시대의 병폐와 인생의 아이러니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야기는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요.
김탁환 : 읽는 사람을 흔드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작품을 읽고 마음이 흔들려서 자기가 확고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게 하는 이야기요.
작가님은 아무래도 소설 쪽에 더 애정이 가지 않나요? 원작으로 썼던 이야기가 영화로 나오면 기분이 어떤가요?
김탁환 : 소설의 상상력은 돈이 안 드니까 무한대잖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자금 압박이 있으니까 제가 상상한 것과 비슷하게 가지는 못하죠. 그래도 다른 소설가가 열 받는 것보다는 훨씬 덜할 거예요. 영화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이해하는 편이니까요.
그런데도 영화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탁환 : 영화에 매혹돼서 그런 거겠죠.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계속 떠올라요. 소설보다 영화가 어렵다는 생각은 많이 해요. 소설은 영화보다 제한이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쓸 수 있잖아요. 영화는 시간과 돈의 제약을 주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상반된 방식인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고 과정도 아주 어렵죠. 처음에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영화를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감히 내가 영화를 한다기보다 영화를 이해하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거죠.
서로 영화와 소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김탁환 : 영화를 보고 원태가 나보다 착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소설보다 따뜻하더라고요. 소설은 훨씬 더 난폭하고, 사람들 더 많이 두들겨 패고, 극단적이고 차갑거든요.
이원태 : 12세 이상 관람가였기 때문이지 제가 착한 건 아니에요. (웃음)
만일 실제 김창수, 백범 김구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이원태 : 김구 선생님의 직계 유가족, 손자분들이 오셔서 영화를 보셨는데 정말 고마워하시더라고요. 할아버지가 정말 그런 말을 했을 것 같다고 말해주셨을 때 행복했어요. 헛짓은 안 했구나 싶어서 너무 다행이었죠. 김구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좋아하실 것 같아요.
김탁환 : 『대장 김창수』에서 『백범일지』보다는 보편적으로 감옥 이야기를 다뤘어요. 흔히 보는 역사소설의 방식이 아니라 장르 문법과 스타일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좋아하실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쓰다 보니 희망에 관해 이야기하기보다 처절한 절망에 관해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내용이 핵심이더라고요. 쓰다 보니 점점 어둡고 차가운 이야기가 되었어요. 절망의 바닥으로 내려가는 부분은 잘 썼다고 하지 않으실까요?
‘대장 김창수 2’가 나올 수도 있을까요?
이원태 : 배우들이랑 제작자가 만들자고 이야기해요. 관객은 많이 안 들었는데 지수는 높았거든요. 제작자가 세계 최초로 ‘원’이 안 됐는데 ‘투’가 나오는 영화가 되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힘들어서 못 할 것 같아요.
김탁환 : 김구 자체는 이야기 가치가 높은 사람이죠. 지금 낸 책 분량으로 서너 권은 더 다룰 만한 이야기가 있는데…… 고민이에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
“주인공을 정할 때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줄 법한 대상을 찾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김창수는 어떤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사람인가요?
김탁환 :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가?’였던 것 같아요. 그 질문 아래서 김창수가 유학, 동학, 기독교, 불교 등 모든 사상을 받아들이면서 조선 다음에 어떤 국가가 나와야 하는지 고민한 거죠. 그것도 책을 통해 접하는 게 아니라 이거다 싶으면 몸을 던지는 형태로요. 동학이다 싶으면 동학에 몸을 던지고, 의병이다 싶으면 죽을 뻔해요. 그 경험이 왕조나 제국이 아닌 민국의 형태로 상해임시정부를 시작하는 어떤 거대한 과정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김구는 경험주의자였던 것 같아요. 다 해보면서 오른쪽과 왼쪽, 장단점을 자기 안으로 체화하고, 나중에 상해에서도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한테 대응하는 동력이 된 거죠.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면서 특히 즐거울 때가 있나요?
이원태 : <대장 김창수>를 만들기 위해 계속 자료를 보고 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김창수가 이 말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걸 대사로 뱉어내는 순간 엄청난 쾌감이 있더라고요.
김탁환 : 처음에는 과거로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역사 소설을 썼는데, 요새는 과거에서 배울 뿐만 아니라 과거 인물에게 제가 가르친다고 생각해요. 소설 안에 나온 여러 감정은 과거에 그 인물이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나 생각이거든요. 상호 작용을 하는 거죠. 에드워드 핼릿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했는데, 역사 소설은 그가 이야기한 것보다 백배쯤 더 대화인 것 같아요. 현재를 사는 제가 과거의 인물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현재의 어떤 필요나 목적이 과거로 들어가요. 그래서 시간을 역행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전작 『거짓말이다』는 과거가 아닌 당대의 문제를 다뤘었죠. 역사 소설을 쓰면서도 현재 사건이 영향을 끼칠 때가 있나요?
김탁환 : 과거에도 우리 사회에 문제가 많지만, 당대의 문제들이 있어요. 꼭 세월호에만 국한된다기보다, 소설가가 당대에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응하면서 역사적인 비유가 아니라 당대의 목소리로 직접 붙어서 싸우는 방식을 고민하게 됐어요. 그 고민은 지속할 것 같아요. 『거짓말이다』는 역사물을 계속 써왔기 때문에 맷집이 생겨서 쓰기도 했고요.
맷집이요?
김탁환 : 소설은 감정을 이입하는 거잖아요. 한 작가가 어느 정도까지 비극을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했을 때, 다른 소설을 쓰면서 비극을 감당하는 힘이 생겼다고 봐요. 그래서 『거짓말이다』를 쓰면서도 비극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역사 소설에는 늘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따라요. <대장 김창수>는 어땠나요?
김탁환 : 이제 저한테는 그런 비판이 별로 안 들어오더라고요. 몇몇 작품에 대해서만 가끔 들려오고, 나머지는 영화로 다 몰려간 것 같아요(웃음).
이원태 : 역사물을 대할 때 유행처럼 ‘저거 진짜야?’ 하고 보는 태도가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역사물은 오래전부터 동서양 막론하고 많았는데, 유독 요즘 매를 맞고 있어요. 역사를 박물관이나 연구실에 모셔놓으면 김구 이름만 알고 일생의 이야기는 모르잖아요. 영화로, 드라마로, 소설로 자꾸 나와야 오히려 역사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해요. 관심 없이 덮어놓으면 그게 죽은 역사죠. 오늘의 우리가 오늘의 시선으로 소환한 역사가 빛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진위를 따지는 건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사실이냐 아니냐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독자와 관객이 ‘대장 김창수’를 어떻게 읽어줬으면, 봐줬으면 하나요?
김탁환 : 일단 두 개 다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책이나 영화를 찾아보는 식으로 확장하면 더 좋겠죠. 이원태 감독이 처음에 “왜 김구 선생 일대기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부분이 묻혀버렸을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그런 질문을 독자분들도 던졌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의 삶에서 왜 어떤 부분은 가려지는가. 그걸 다시 이야기로 만들어 드러내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 고민까지 확장하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텔레비전을 보면 5년 전만 해도 가려져 있던 게 지금은 다 드러나고 있잖아요(웃음). 이것도 어떤 힘으로 가려졌던 거고, 어떤 힘에 의해 또 드러나고 있죠. 백범 김구도 대장 김창수의 시절을 짚지 않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우리는 드러내려고 하는 쪽인 거죠.
대장 김창수김탁환, 이원태 저 | 돌베개
탄환처럼 개화기를 질주한 문제적 인간. 새 세상을 만들려는 거의 모든 사상을 섭렵하며, 불의와 부당과 불공평에 맞서 싸웠으며, 내일 따윈 없다는 듯 온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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