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특집] 자연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곳 ‘생태공간 목수’
<월간 채널예스> 11월호 목수책방의 새로운 공간 ‘생태공간 목수’
숲에 들어선다. 우러러보며 나무를 만나고, 엎디어보며 풀을 만난다. 인간이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새삼 깨닫는다. ‘생태공간 목수’가 자연과 그 속의 사람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2017.11.06)
생명, 흙, 나무, 숲, 늪, 똥. ‘목수책방’이 만든 책들의 키워드다. 2014년 『생명의 교실』을 시작으로 『서울 사는 나무』,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엄마는 숲해설가』, 『우포늪, 걸어서』 등 10권의 책을 펴냈다. 최근 출간한 책의 제목은 『거룩한 똥』. 인간과 동물의 배설물을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내용이다. ‘지속가능한 삶, 순환의 질서’는 책의 주제인 동시에, 생태 분야 전문 1인 출판사로서 목수책방이 지향하는 바다.
올해 3월, 서울 원서동에서 옥수동으로 자리를 옮긴 목수책방은 ‘생태공간 목수’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자연에 관한 책을 만들고, 우리 차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과 만나고, 숲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생태 플랫폼’으로 재탄생한 것. 하나의 공간 안에서 전은정 대표가 운영하는 서점과 장세이 작가가 여는 생태교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잡지사에서 선후배로 만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은 목수책방의 탄생부터 함께했다. 생태를 주제로 책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장세이 작가가 직접 책방의 이름을 지었다. 이후『서울 사는 나무』, 『엄마는 숲해설가』를 만들면서 편집자와 작가로서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서울 사는 나무』는 목수책방에서 출간한 첫 번째 국내 저자의 책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생명존중과 인간성 회복”이라 말하는 장세이 작가는 존엄과 생명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책 속에서 ‘길가 사는 나무’를 말할 때, 그 위로 겹쳐진 것은 도시 속의 인간이었다. 깊게 뿌리 내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 곳의 현실은 나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작가는 사람이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공간으로써 자연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우리는 미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식물에 대한 애정과 유기농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목수책방’의 문을 연 전은정 대표는 “생태 공부를 하면 우리가 모두 이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서로를 살리는 관계가 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눈뜨게 된다는 것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깨달음은 겸허한 태도로 이어진다. 전은정 대표가 “숲은 관계 맺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교육 장소”라고 말하는 이유다.
목수책방은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이 아닌,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생태 이야기를 전한다. 『엄마는 숲해설가』를 통해 아이와 함께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제안했고, 『우포늪, 걸어서』는 ‘공생을 지향하는 걷기 여행’을 꿈꾸는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옥수동 사랑방’을 자처하며 주민들과 같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4월과 5월에는 ‘원더풀(원래도 좋았는데 더욱더 좋아지는 풀)’과 ‘거기나무(거룩하고 기나긴 생, 나무)’라는 이름의 생태 인문학 강의를 진행했다. 장석주 시인, 성석제 소설가, 이순정 숲해설가 등이 함께했으며 장세이 작가가 진행한 어린이 생태 글짓기 교실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생태독서모임 ‘산책만보(산을 책으로 만나보자)’, 생태 자수와 뜨개 교실, 벼룩시장 등을 열며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생태공간 목수’의 한쪽 벽면은 생태 관련 도서들로 채워져 있는데, 목수책방에서 만든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출판사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장세이 작가가 인상 깊게 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름 사전』 역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방대한 정보가 실려 있고,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책이다. 장세이 작가는 “이 책을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추가로 구입했다”고 귀띔했다. 책장에는 과학전문 출판사 ‘에이도스’의 책들도 다수 진열되어 있는데, 생물학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담고 있다. 이 책들과 함께 전은정 대표가 추천하는 책은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저서다. 『도시에서, 잡초』,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등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책들은 식물 입문서로 제격이라고.
1년 평균 3~4권의 책을 선보이는 목수책방은 작은 출판사에서 큰 성과를 이뤄냈다. 『식물 이야기 사전』이 4쇄를 찍었고, 『엄마는 숲해설가』는 우수 출판 콘텐츠로 선정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았다.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는 ‘2016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됐다. 11월에는 유기농 가이드북이 출간될 예정이고, ‘첼시플라워쇼’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정원 디자이너가 쓴 책과 <뉴욕타임즈>에 전원생활 칼럼을 연재해 온 칼럼니스트의 에세이가 출간을 앞두고 있다.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리처드 루브 저 | 목수책방
자연 ‘밖’에서 자연을 이용하고 통제하려는 기술의존적인 인간들에게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관련태그: 생태공간 목수, 『생명의 교실, 서울 사는 나무,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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