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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염을 물리치는 절대반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생제를 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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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염이든 탈수를 막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기만 하면 저절로 좋아집니다. 심지어 콜레라처럼 무서운 전염병도 수분공급만 제대로 해주면 낫습니다. (20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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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투데이

 

장염의 주 증상은 ‘복통, 구토, 설사, 발열’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을 즐기는데 산통 깨는 말일지 모르지만, 겨울이 다가옵니다. 겨울은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아픈 계절이기도 합니다. 춥고 긴 겨울을 건강하게 나려면 월동준비가 필요합니다. 뭐니뭐니해도 독감접종이 가장 중요하고도 손쉬운 준비겠지요? 독감 얘기, 감기 얘기, 감기의 가장 흔한 합병증인 중이염과 부비동염(축농증)에 관한 얘기는 모두 이 칼럼을 통해 다룬 바 있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다시 찾아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 보면 겨울에 감기도 잘 걸리지만, 장염도 많이 생깁니다. 장염이 뭐냐고요? 토하고 설사하고 배 아픈 병을 장염이라고 합니다.

 

장(腸)은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지나가는 파이프 모양의 통로입니다. 하지만 수도관처럼 그냥 통과시키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고, 몸속의 노폐물을 대변에 섞어 밖으로 내보냅니다.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지요? 그래서 장 벽에는 음식에 들어있는 물과 영양분을 알뜰하게 체내로 흡수하기 위해 아주 가느다란 털, 즉 융모가 촘촘하게 돋아나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는 어느 구석,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굳이 말한다면 장에서는 융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병원균이 장에 침입하여 이 융모를 손상시키는 병이 바로 장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뭔가 손상되니까 배가 아프겠지요? (복통) 길이가 7m나 되는 장은 알고 보면 매우 예민한 친구입니다. 뭘 먹든 그 긴 거리를 하루 만에 통과해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건 음식물이 통과하는 부위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조절하면서 장 전체가 조화롭게 운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디 한 군데가 손상되면 바로 조화로운 운동에 장애가 생깁니다. 제대로 운동을 못하니까 음식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도로 입으로 넘어옵니다. (구토) 융모는 물과 영양분을 흡수한다고 했지요? 그러니 융모가 손상되면 물과 영양분이 흡수되지 못하고 그냥 변으로 나옵니다. 물이 많이 섞인 대변, 소화가 되지 않은 대변을 보게 되는 거죠. (설사) ‘~~염’으로 끝나는 병은 ‘염증’이란 뜻입니다. 우리 몸은 어딘가 염증이 생기면 열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열) 정리하면 복통, 구토, 설사, 발열이 장염의 주 증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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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투데이

 

우리 몸은 물 속에 잠겨 있는 셈이다

 

장염에서는 고열이 나는 일이 그리 많지 않고, 복통도 대개 하루 이틀이면 가라앉습니다. 문제는 구토와 설사입니다. 이게 왜 문제일까요? 바로 물과 관계되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안아키의 김모씨 같은 이는 현대의학이 사람의 혈액량도 정확히 모른다고 비난합니다. 자기가 모르니까 남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코웃음이 날 지경입니다. 인체의 수분량과 그 분포는 이미 100년전쯤에 소상히 알려졌습니다. 자랑스럽게도 소아과 선생님이 밝혀냈습니다. 소아과가 대단한 과라서가 아니라 비율상 어린이의 몸은 더 많은 물로 이루어져 있고, 나가고 들어오는 비율도 높아 물이 움직이는 과정을 관찰하기가 쉬웠던 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 몸은 대략 2/3가 물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 1/3은 세포 외부에, 2/3는 세포 내부에 존재합니다. 세포 외부에 존재하는 물 중 다시 1/4은 혈액 속에, 3/4는 조직 사이에 존재합니다. 60kg 성인이라면 2/3인 40kg이 물입니다. 그중 1/3인 13kg이 세포 외부에 있고, 다시 그중 1/4인 3kg 정도가 혈액 속에 있습니다. 혈액이 물로만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같은 세포 성분과 알부민, 항체 같은 단백질 성분, 기타 많은 성분이 섞여 있기 때문에 실제 혈액은 약 5kg정도 됩니다. (김모씨, 제발 죄 없는 아이들 잡지 말고 공부 좀 하세요!)

 

어쨌든 우리 몸은 물 속에 잠겨 있는 셈입니다.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물은 어떻게 우리 몸에 들어오고 나가나요? 마시는 물과 먹는 음식을 통해 들어오고, 소변과 대변과 땀과 호흡을 통해 나갑니다. 숨쉴 때 나가는 물과 땀의 양이 만만치 않아 소변량의 1/3에서 1/2이나 됩니다. 60kg 성인이라면 하루 소변량이 약 1.5L, 땀과 호흡을 통해 500~800cc, 대변을 통해 100cc 정도로 하루 2~2.5L의 물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8잔씩 물을 마시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 겁니다. 물 한 잔을 250cc로 보고 8잔이면 2L가 되지요. 실제로는 국이나 과일 등 음식 속에 들어 있는 물이 많아 일부러 챙겨 마시지 않아도 됩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대변을 통해 나가는 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설사를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변을 통해 나가는 물이 늘어납니다. 설사할 때 기저귀를 들어보면 묵직하지요? 물이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물 두 잔 정도 설사를 한다고 칩시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요? 250cc로 보면 500cc네요. 문제는 어린이들의 몸이 작다는 겁니다. 몸무게가 10kg이라면 수분은 약 6kg이니까 거의 1/10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물론 물이 빠져나가도 그만큼 마셔주면 됩니다. 그런데 구토가 겹쳐 있다면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게다가 구토할 때 오히려 더 많은 물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설사와 구토가 겹치면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금방 탈수가 됩니다. 탈수가 되면 장염이 낫지 않을뿐더러 자칫 쇼크나 급성신부전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반대로 어떤 장염이든 탈수를 막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기만 하면 저절로 좋아집니다. 심지어 콜레라처럼 무서운 전염병도 수분공급만 제대로 해주면 낫습니다. 그런데 물을 마셔도 토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수분공급을 할 수 있을까요?

 

약국에 가면 경구용 수분공급제라는 걸 팝니다. 가루약을 물에 타서 용액을 만드는 것도 있고, 아예 액체 상태로 나온 것도 있습니다. 이 용액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이 용액이 보급된 이래 가난한 나라에서 설사로 죽는 아이들의 숫자가 크게 줄었으니까요(역시 소아과 선생님들이 개발했습니다, 에헴!). 용법대로만 잘 먹이면 그 효과는 정맥주사에 못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 용액을 잘 먹지 않고, 먹어도 토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때 요령은 티스푼으로 떠먹이는 겁니다. 티스푼 한 숟갈 정도는 먹여도 잘 토하지 않습니다. 티스푼으로 먹여서 언제 먹이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1분에 한 숟갈 꼴로만 먹여도 깜짝 놀랄 만큼 많이 먹일 수 있습니다. 경구용 수분공급제를 당장 구할 수 없다면 이온음료나 물이라도 이런 방식으로 먹여야 합니다.

 

일단 탈수가 돼버리면 문제가 상상 외로 커집니다. 물론 아이가 많이 아파 보이거나, 구토/설사가 아주 심하거나, 고열이 나거나, 자꾸 처진다면 빨리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장염은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생제를 써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모든 장염을 물리치는 절대반지는 바로 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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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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