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게 좋은 거지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편집 후기
선생님이 갈무리해 주신 원고를 받아 일독한 후, 반성했다. 재일조선인 2세로 평생 일본에서 살아온 분에게 일본이 어떤 곳인지 들어보고 싶다는 기획을 했건만, 정작 내가 일본을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구나 싶었다. (2017.09.12)
서서히 출간 준비를 시작하던 때, 서경식 선생님과 한참을 티격태격했다. 선생님은 일본이 지금 얼마나 우경화됐는지 설파하셨고, 나는 작금의 한국이 얼마나 피곤한지 말하곤 했다. ‘일본’에 대한 책을 펴내기로 했으니 좋은 편집자라면 필자의 이야기를 잘 듣고 갈무리해서 품어야 할 텐데, 그게 잘 되질 않았다. 촛불 집회 시국이었는지라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한국은 불의를 보고 사람들이 매주 거리로 나오잖아요. 그게 한국의 저력이지. 일본은 정치인이 거짓말을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얼마나 조용한데.”
“선생님, 주말마다 쉬지도 못하고 거리에 나가야 하고 매일 뉴스 챙겨보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이게 나라 꼴이냐고요!”
“그래도 그게 좋은 거지, 사실을 외면하는 것보다는. ‘조선인은 꺼져라’ 외치는 사람들이 활보하는 이곳보다는.”
선생님이 갈무리해 주신 원고를 받아 일독한 후, 반성했다. 재일조선인 2세로 평생 일본에서 살아온 분에게 일본이 어떤 곳인지 들어보고 싶다는 기획을 했건만, 정작 내가 일본을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구나 싶었다.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현실을 40여 년 간 줄곧 이야기해온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했다. 이미 안다고 여기면서 망각하거나 오래 전 과거로 치부하거나 심지어 사실을 외면하고 호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견주며 현실을 증언해온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당사자라면 무척이나 힘들겠지만 독자로서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나도 선생님과 조금은 덜 티격태격해야지.
관련태그: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나무 연필, 서경식 선생님, 재일조선인 2세
출판사 나무연필에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경식> 저/<한승동> 역14,400원(10% + 5%)
우리는 지금의 ‘일본’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날카로운 소수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일본의 풍경 근대의 시발점부터 지금까지 ‘일본’은 우리에게 어렵고 곤란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위안부’ 문제에서 알 수 있듯 식민지배라는 무거운 과거사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숙제이며, 재특회(在特?) 등의 세력이 거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