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영화 같은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변덕주의자들의 도시』 펴내 하나도 훌륭하지 않은 사람의 자서전
오랫동안 여행을 떠난 일이 특별히 더 소중했다고 여기진 않아요. 결과론적으로는 덕분에 제가 여행작가가 되었지만. 인생을 조금 더 관대하게 바라본다면, 인생의 모든 순간은 다 의미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2017.06.19)
“어떻게 보면 좋을까?” 싶은 책을 만날 때가 있다. 무작정 읽어도 좋겠지만 약간의 엉뚱한 생각을 하고 보면, 더 좋을 책. ‘오기사’ 오영욱의 『변덕주의자들의 도시』를 보고 든 생각이다. 이 책은 오영욱이 지난 20년간 위대한 생각이 담긴 도시들을 찾아다녔던 경험으로 서울 이태원의 녹사평 언덕 위에 ‘우연한 빌딩’을 지은 기록이다. “참 많은 변덕을 부리며 살아왔다”고 말하는 작가 오영욱. 그가 정의한 변덕주의(Capricism)은 “세상에는 정답이 없음을 전제로 무수한 답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과거에 피웠던 고집을 정당화하고 현재의 삶을 미완성형이 지속되는 상태로 보려는 경향”이다.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39. 이 곳에 오영욱이 지은 ‘우연한 빌딩’이 있다. 1,2층은 임대를 주었고 3,4,5층에 그의 건축사무소가 있다. 재밌는 건 1층이 8.9평, 2층이 12.8평, 3층이 13.9평이라는 사실이다. 윗층으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이 그림 같은 빌딩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015년 9월 공사를 시작해 딱 1년이 지나 완공된 ‘우연한 빌딩’. 『변덕주의자들의 도시』는 1년의 시간을 골조로 20여년간 오영욱의 건축적 자세를 담은 하나의 건축물이다. 2014년 『인생의 지도』를 펴낸 후, 3년 만에 책을 쓴 오영욱을 우연한 빌딩에서 만났다. 시큰둥하기가 어려워지는 이 공간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즐거운 인생인가?’를 엿보았다.
하나도 훌륭하지 않은 사람의 자서전
가제가 ‘실패의 기록’이었다고요. 꽤 멋진 제목이었는데요.
(웃음) 건축 일을 시작한 지 벌써 20여 년이 됐어요. 그간의 기록을 모으면 성공보단 실패가 많겠죠. 이 책은 결국 꿈이 연착륙하는 이야기예요. 우리가 꿈을 꾼다고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마음 같이 잘 안 되고요. 1만 명이 꿈을 꾼다면, 1명 정도가 돋보이는 일을 했을 텐데. 그렇다고 9천 9백여 명의 삶이 잘못된 건 아니니까요. 제각각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하나도 훌륭하지 않은 사람의 자서전일지도 몰라요. 꼭 성공담을 읽어야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누군가의 실패의 기록을 통해 자기 삶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았어요. 1996년 어지러운 간판으로 가득한 신촌 거리에 세워지는 상가 설계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가장 최근에 지은 ‘우연한 빌딩’까지요.
건축을 보는 여러 시선도 곁들였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만 하면 재미가 덜할지 모르니까요. 지식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부분을 넣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건축을 해온 생각들을 정리했어요.
‘우연한 빌딩’을 짓고 친한 친구로부터 “딱 너 같다”는 평가를 들으셨더라고요.
빌딩을 오픈하고 옥상에서 작은 파티를 했어요.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알죠. 작은 것 하나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고민했을지. 고생했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우연한 빌딩에 들어서면서 느낀 감정은 “앗, 재밌다”예요.
그림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잠깐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10초라도 전경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간, 이 건물은 사실 조각이에요. 건물은 1층 임대료가 가장 비싸기 때문에 1층을 크게 짓는 게 보통인데, 우연한 빌딩은 윗층으로 갈수록 더 넓어요. 차도로부터도 멀찍이 떨어져있고, 건물과 길 사이에 있는 배수구에는 재밌는 글자를 적었어요. 건물에 꼭 들어서지 않아도 보고 재밌어 할 수 있는 모습을 넣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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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욱(오기사)> 저16,200원(10% + 5%)
그림 그리는 건축가 오기사, 콘크리트로 그림을 그리다 건축설계를 전공한 작가 오영욱이 지난 20년 동안 만난, 세상을 바꿔온 위대한 생각들과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여정의 기록. 부제 ‘흔들리는 마음에 대처하는 건축적 자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수없이 많은 흔들림과 변덕, 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