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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율로 설명되지 않는 세상, 어떻게 연구하지?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우연학 입문』 빈스 에버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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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고 성실하며 도전 의식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 성공한 건 아닐 텐데 말이죠. 반면에 성공이 모두 개별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 삶이 어떻게 복합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좀 더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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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c)Frank Eidel

 

사람들은 지금의 연인이나 배우자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직업은 어떻게 구했을까? 인생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은 철저한 계획과 노력 끝에 얻어진 결과물일까? 관점을 좀 더 넓혀 범우주적으로 생각해보면, 지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인류는 어쩌다 살아남았을까? 역사를 바꾼 위대한 학문은 계획해서 완성된 것일까?


독일 아마존과 슈피겔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우연학 입문』은 우리의 이런 궁금증을 깊이 있게 탐구한 교양 인문서이다. 물리학자 출신인 빈스 에버트는 자연과학을 토대로 심리학, 경제학, 역사 등의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우연의 흔적을 쫓는다. 40만부 이상 판매된 전작을 통해 검증된 그의 필력은 이 여정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내며, 지적 즐거움과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어판 도서 편집을 담당한 에디터가 아직 책을 읽지 않은 한국의 예비 독자를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연’을 주제로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역사상의 많은 진보와 발전이 우연에 의해서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죠. 예를 들어 도자기는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기 위해 실험하던 중에 만들어진 것이고, 스카치테이프는 치료용 밴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접하면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보면, 개인적인 사생활부터 우주의 탄생까지 정말 다양한 우연의 역사가 소개되어 있어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러한 우연의 역사 가운데, 가장 가치 있고 놀라운 우연의 결과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놀라운 우연의 결과물은 1928년에 발견된 페니실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에 대해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배양접시를 배양기에 넣는 것을 잊어버리고 휴가를 떠났습니다. 이때 생긴 푸른색 곰팡이가 페니실린 발견의 기초가 됐죠. 일주일 동안 설거지를 안 한 덕에 노벨상을 받다니, 완전 꿈 같은 얘기 아닌가요?


지금은 빅데이터의 시대라 불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음, 일단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는 알고리즘이 사건의 인과관계 원리를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죠. 만약 당신이 컴퓨터에게 카세트테이프와 연필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묻는다면, 컴퓨터는 이에 대해 대답할 게 별로 없을 겁니다. 컴퓨터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없죠. 컴퓨터는 상상을 하지도 못하고, 유머를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반면에 인간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죠. 수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긋났을 때, 예측을 토대로 잘 대비했기에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수많은 증거자료가 쏟아져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복잡해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이건 정말 불편한 진실이죠. 수많은 전문가들이 실수를 하는 지점이 바로 이겁니다. 예를 들어 파일럿은 복잡한 시스템을 정확하게 조종해서 비행기를 운행할 수 있습니다. 기업 역시 복잡한 시스템인 건 마찬가지이죠. 하지만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비행기와 달리, 기업의 시스템을 이루는 수많은 직원과 고객들은 비즈니스 플랜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즉 우리는 삶의 복합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삶에 당연시 되는 것들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인 것처럼, 정말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현자가 앞으로 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해도 아마 우리는 믿지 못할 테니까요.


세상 대부분의 일이 우연에 따라 흘러간다면, 계획하고 예측하는 일은 완전히 무의미한 일일까요? 우연의 세상 속에서 계획과 예측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계획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계획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에요. 만약 철도회사가 열차시간표를 정해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차가 늦게 오는지 제대로 오는지 확인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계획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계획은 쓸모 없는 일이 되고 맙니다. 과학에서는 ‘반증가능성’이란 말이 있는데요, 경험에 의한 이론들은 언제든지 더 나은 이론으로 반증될 수 있고, 이렇게 반증가능성이 있어야 좋은 이론이라고 보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에서도 계획을 이런 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미래에 대해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어떠신가요? 개인적인 목표나 커리어 등을 위해 작가님께서 어떤 식으로 인생 계획을 세우고 운용하는지 궁금합니다.


대학 졸업 이후에 저는 직업을 여러 차례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은행과 보험 회사를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 일을 했었는데요, 물리학자 전공이라 기업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경제학 단기속성과정을 공부해야만 했죠. 하지만 결국 3년 만에 이 일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연전문가가 되어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운 좋게도 그 일은 잘 풀렸죠. 최근에는 미국에서 1년 이상 살아보려고 아내와 함께 관련 내용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인생의 기회는 시행착오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요, 이에 대해 좀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스티브 잡스의 광팬입니다. 그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애플사를 시작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한 아주 유명한 연설을 한 바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젊었을 때, 그는 캘리그라피 과정을 수강했다고 합니다. 10년 뒤에 그는 컴퓨터 회사를 창업하면서 예전에 들었던 캘리그라피 과정을 떠올렸고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왜 컴퓨터로는 멋진 활자체를 쓸 수 없는 걸까?” 스티브 잡스는 그의 연설에서 ‘다양한 점들을 이어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점으로 연결해보라는 것이죠. 심지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여도 말이죠. 성공과 행복을 보장해주는 절대 공식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혹은 절대로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면?


확실한 성공 비법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부디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합니다. 성공에 대해 말하는 책들은 대개 이런 식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용기를 가지고 있고 성실하며 위험을 감수할 역량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식이죠. 그런데 진짜 그럴까요? 용기 있고 성실하며 도전 의식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 성공한 건 아닐 텐데 말이죠. 반면에 성공이 모두 개별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 삶이 어떻게 복합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좀 더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 관심을 가진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려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독일 사람들은 유머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리학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보면, 독일인 물리학자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종족 중 한 명일지도 모르겠는데요. 부디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그게 틀린 생각이었다고 말해주면 좋겠네요!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우연학 입문 빈스 에버트 저/장윤경 역 | 지식너머 
이 책은 청바지 쇼핑에서 우주의 탄생까지, 우리의 계획과 예측을 벗어난 우연의 기록을 탐구한 교양서이다.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방대하게 풀어낸 내용과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지적 즐거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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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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