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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를 다스리는 세 가지 원칙
가려움증, 피부건조증, 만성염증
터무니 없이 비싼 보습제나, 보조제, 건강식품을 피하세요. 현대의학을 어리석다고 폄하하면서 ‘어디에 열이 많다’는 둥, ‘어디가 기가 약하다’는 둥 희한한 소리를 늘어놓는 돌팔이들을 멀리 하세요. 구분법은 간단합니다.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하거나, 남들은 모르고 자기만 아는 척하면 가짜입니다.
출처_imagetoday
알레르기 질환 얘기가 나왔으니 아토피를 짚고 넘어가야겠지요?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가 가렵고 건조해지는 만성 염증 질환입니다. 따라해 보세요. 가려움증, 피부건조증, 만성염증. 이 세 가지가 아토피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열쇠입니다.
1. 가려움증
아토피는 꽤 일찍 생깁니다. 젖먹이 때부터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아 때는 양쪽 볼에 있다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지요. 두 돌 이상 되면 팔꿈치 안쪽과 무릎 뒤쪽에 잘 생깁니다. 어른도 아토피에 시달리는 분들이 있지요. 일차적 문제는 무지 가렵다는 겁니다. 유아들도 베개에 대고 볼을 비빕니다. 좀 큰 아이들은 피가 나도록 긁지요. 시원하게 긁은 후에는 덜 가려우면 참 좋겠는데, 긁을수록 더 가렵습니다. 계속 긁으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각질이 일어나고, 검게 변색되고, 번들거립니다. 긁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토피가 심한 아이가 팔이나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리 가려워도 긁을 수가 없잖아요. 몇 주 후 깁스를 풀면 신기하게 아토피가 싹 사라져 있습니다. 긁지 않는 것, 즉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아이를 하루 종일 따라다닐 수도 없고 완전히 긁지 않게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이때 두 가지 아주 간단한 점만 챙겨도 큰 도움이 됩니다.
첫째, 손톱을 잘 깎아주세요.
아토피가 심해서 비싼 보습제를 쓰고, 용한 의사를 찾아 병원을 돌아다녔다며 한숨을 쉬는 부모가 오면 아이 손부터 봅니다. 놀랍게도 긴 손톱 밑에 까맣게 때까지 끼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환상적인 뭔가를 찾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긁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해도 긴 손톱으로 긁는 것과 짧은 손톱으로 긁는 것은 자극 정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게다가 손이 깨끗하지도 않다면 피부에 세균 감염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는 정상 피부에 비해 방어 기능이 약합니다. 세균 감염이 되면 잘 안 낫는 데다 쉽게 퍼집니다. 여름에는 농가진이 되기도 하고요. 피부가 세균에 감염되면 진물이 나고, 더 가렵고, 약도 안 듣습니다. 처방대로 연고를 열심히 바르는데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세균 감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항생제는 자꾸 먹어서 좋을 게 없잖아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손톱을 짧게 깎아주고,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을 들여주세요. 손 씻기는 아토피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둘째, 때밀이 수건을 쓰지 마세요.
때밀이 수건은 피부를 망가뜨리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약한 아토피 피부를 때밀이 수건으로 밀어버리면, 피부는 모든 방어막을 잃어버린 채 세균과 바이러스 앞에서 벌거벗고 있는 꼴이 됩니다. 아토피가 아니더라도 때밀이 수건을 쓰면 피부가 상하고 정상적인 방어 기능을 잃어버리므로 쓰지 마세요. 사실 아토피 어린이는 부드러운 수건이나 손으로도 때를 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어떻게 목욕을 시키느냐고요? 자극이 별로 없는 비누로 두피와 얼굴, 겨드랑이, 음부와 항문 주위만 씻어내면 됩니다. 역시 자극 피하기 차원에서 목욕물은 너무 뜨겁거나 차지 않게 해주고요. 옷이나 침구도 까끌거리지 않는 면으로 된 것이 좋습니다.
2. 피부건조증
누구나 알듯 피부가 건조하면 더 가렵습니다. 건조하다면 물을 줘야지요. 바로 보습입니다. 피부에 물을 주는 방법은 목욕이죠. 10~15분 정도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가줍니다. 물에 담그기 어려운 부위는 거즈나 부드러운 천을 물에 적셔 올려놓으면 됩니다. 물에 안 들어가려는 아이도 많죠. 엄마가 안고 들어가거나 물에 뜨는 장난감을 쓰면 좋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물기를 닦는데, 수건으로 문지르는 것도 자극이 되어 가려워지므로 톡톡 찍어내듯 물기를 닦아줍니다. 물기를 제거하자마자 보습제를 듬뿍 발라줘야 합니다. 아토피 피부는 물기를 잡아두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 발라줄수록 좋습니다. 아예 목욕물에 오일을 떨어뜨려 물에서 나올 때 몸에 코팅이 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건조하기 쉬운 겨울에는 가습기를 틀어 실내 습도를 유지해주시고요.
보습제는 굳이 값비싼 것을 쓸 것은 없습니다. 아이에게 맞는 제품 중 저렴한 것을 골라 자주 발라주는 편이 낫습니다. 아이에게 맞는다는 것은 사용해봐서 별 부작용이 없고 아토피 증상이 악화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엄마들의 답답한 마음을 이용하여 이런저런 기능을 보강했다는 제품들이 나오는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대부분 비용만큼 좋은 효과를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물론 매우 효과가 좋은 제품도 있지만 아무리 좋은 보습제도 자주 바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저렴한 것을 써도 열심히 챙겨서 발라주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3. 만성염증
알레르기 비염에서 강조했지만 염증을 잡는 데는 스테로이드가 최고입니다. 스테로이드든 항생제든 의사의 지시대로 정확히 쓰면 안전합니다. 스테로이드 자체는 몸에 나쁘지만 국소요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요? 약을 무조건 피할 게 아니라 적절하게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고 의사가 있는 거고요.
저는 환자의 아토피가 심하다면 일단 약을 ‘세게’ 쓰는 쪽을 택합니다. 초기에 강력한 스테로이드 연고나 로션으로 적의 기세를 꺾는 거지요. 연고를 바를 때는 많이 바른다고 좋은 게 아니라 조금씩 잘 펴서 바르는 게 더 좋습니다. 2~3일 후 좋아진다면 바로 약한 것으로 바꿉니다. 우선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이렇게 하루 네 번 바르면서 경과를 보세요. 상태가 좋으면 하루 세 번, 두 번으로 횟수를 줄여갑니다. 바르는 양도 줄입니다. 더 이상 양을 줄일 수 없으면 로션에 섞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이틀에 한 번씩 발라줍니다. 요점은 횟수와 강도를 서서히 낮추어 가는 겁니다.
이렇게 횟수와 양을 줄이는 과정에서 상태가 다시 나빠진다면, 바로 전 단계가 아이에게 맞는 것으로 보고 그 횟수와 양을 꾸준히 바릅니다. 그러면서 자극을 피하고 보습을 잘해주면 서서히 연고 바르는 양과 횟수가 줄어듭니다. 갑자기 줄이려고 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는 거죠. 앞에서 말했듯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정도까지 약을 줄여서는 안 됩니다. 아토피가 잘 낫지 않는 이유는 스테로이드가 좋지 않다는 통념 때문에 무작정 피하거나 양을 줄이기 때문입니다. 약을 쓸 거면 제대로 써야 합니다. 제대로 쓰지 않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부작용만 생깁니다.
우리 몸에서 피부가 가장 얇은 곳이 어딘지 아세요? 눈꺼풀입니다. 그 다음이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피부가 접혀 밀폐되는 곳입니다. 이 부위에 아토피가 심하다면 스테로이드를 쓰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이때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개인별로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가 아토피를 앓으면 부모는 답답하지요. 계속 긁으며 피부가 나빠지는 모습을 보기도 괴롭고, 그렇다고 스테로이드를 쓰자니 겁이 납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여 기승을 부리는 것이 상업주의와 유사과학입니다. 터무니 없이 비싼 보습제나, 보조제, 건강식품을 피하세요. 현대의학을 어리석다고 폄하하면서 ‘어디에 열이 많다’는 둥, ‘어디가 기가 약하다’는 둥 희한한 소리를 늘어놓는 돌팔이들을 멀리 하세요. 구분법은 간단합니다.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하거나, 남들은 모르고 자기만 아는 척하면 가짜입니다. 비방이나 명의 같은 건 없습니다. 원칙에 따라 꾸준히 노력하는 방법만이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좋은 소식을 하나 들려드릴게요. 결국 대부분의 아토피는 나이가 들면서 좋아집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겁니다. 부모로서 중심을 잡고, 올바른 지식으로 무장하고,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랍니다.
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서민,강병철 공저 | 알마
병원은 갈수록 번쩍번쩍한 장비로 채워지고, 건강 정보도 발에 채일 정도로 넘쳐나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자꾸 아픈 걸까? 과연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엄마들을 위해, 의학 대중서를 쉽고 흥미롭게 쓰기로 소문난 서민 교수와 약에 의존하지 않고 기본을 챙기는 강병철 소아과 의사가 ‘똑똑한’ 소아과 책을 펴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