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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은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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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든 계절’을 담아낸 그녀의 영화의 일기를 읽다 보면 영화에 대한 사유와 비평이 영화를 뛰어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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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만들어?” 출판사 다닌다고 하면 주위 친구들이나 어른들이 늘상 묻는 질문이다. 지난 겨울 나라가 혼란한 탓에 출간 일정이 계속해서 미뤄진 탓에 촛불 든 광장에서 내가 매번 내놓던 대답은 “응? 김혜리 기자 영화의 일기. 연재하던 거야. <씨네21>에”였다. 책이 나온 지 이제 2주, 오늘도 아침잠을 깨면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나를보는당신을바라보았다 해시태그를 넣어본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도 마지막으로 했던 일이다. 밤잠엔 스마트폰을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이라는데 난 아직도 그게 안 된다. 왜? 이 책과의 사랑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글을 읽고 기획할 때부터, 원고를 정리하고 책 모양으로 만들어가면서, 제목을 구상하고 표지를 완성하기까지.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는 김혜리 기자의 애독자이자 영화 관객인 나로 하여금,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마법 같은 책이었다. ‘다가오는 것들’,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은’ 등 제목 후보로 올렸던 단어들을 떠올려보면 영화뿐 아니라 이 책과 저자 김혜리 기자, ‘영화의 일기’에도(영화 일기가 아니라 ‘영화의 일기’인 이유가 책 서문에 나온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길) 짝사랑을 느꼈던 것 같다.

 

“인도에서는 눈썰미 좋은 아이에게 여럿이 돈을 모아 영화표를 사주고 나중에 둘러앉아 그의 구연을 통해 영화를 보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어쩌면 영화 주간지의 독자들에게 일종의 전기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서문 중) 전기수라면 낭독가, 이야기꾼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텐데 내가 처음으로 김혜리라는 영화 전기수를 만난 건 MBC 라디오 ‘FM 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 영화 소개 코너였다. 영화 속 캐릭터를 이야기한 ‘김혜리의 영화, 사람을 만나다’ 코너는 내게 영화를 처음으로 다른 눈으로 보게 해준 시간이었다.

 

취미를 물어보면 늘 영화 관람이라 대답했지만, 영화 감상문을 쓰라면 대개가 줄거리 요약이나 한 줄 남짓 느낌을 쓰는 게 다였던 나. 대학 시절 어두운 자취방에서 밤을 새우던 시간, 김혜리 기자의 영화 이야기는 내 시야를 환하게 탄생시켜주는 느낌을 주었다. 요즘 쏟아지는 스핀 오프처럼 영화 속 인물의 영화가 새로, 다시 쓰이는 경험을 했다면 과장일까. 그렇게 <엑스맨>의 매그니토, <멋진 하루>의 조병운, <해리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 <고양이를 부탁해> 태희의 속 깊은 인생사와 내밀한 고백을 들었다. 이건 어떤 느낌이냐면, 정말 소중한 친구를 만났을 때, 혹은 이성친구와 깊이 사귈 때에만 털어놓을 수 있는 내 가족 이야기, 나의 약점, 혹은 사랑 고백 같은 것이랄까. 가장 뜨겁고 가장 뭉클하며 가장 두근거리는 그런 것을 공유한다는 느낌 말이다.

 

이후 난 영화를 ‘어쩌다 시간이 되면’ 보는 게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 보는 사람이 되었고, <씨네21>은 영화를 함께하는 소중한 벗, 이정표가 되었다. 김혜리 기자는 자연스레 가장 신뢰할 만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짝사랑 같은 존재가 되었고.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속 영화 ‘캐롤’을 이야기할 때 “때로 사랑이 우리에게 주는 최대의 선물은 관점이다”라고 표현한 대목이 크게 인상 깊었던 바. 김혜리 기자라는 짝사랑을 만난 뒤 영화를 대하는 내 관점이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모든 계절’을 담아낸 그녀의 영화의 일기를 읽다 보면 영화에 대한 사유와 비평이 영화를 뛰어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직 보지 않은 영화라면 영화적 체험을 가장 신중하고 현명한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일 테고, 이미 경험한 사람이라면 내가 가보지 못한 혹은 무심코 지나간 작고 여린 것들, 혹은 너무 높거나 낮아 혹은 빛나거나 어두워 쉬이 다가가지 못한 사람과 사물 마음들까지 비로소 경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내밀한 자기고백, 영화에 대한 사랑, 정보 전달이나 품평보다는 영화에 빌려 혹은 영화에 빠져들어 자기 치유적인 글 같다고 할까. 그래서 나(이번 기회에 나는 영광스럽게도 그녀의 추가 원고의 첫 독자가 될 기회를 얻었다)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은 위로 받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리라.

 

“소박하지만 미문이고 마음 한편 어딘가를 건드리지만 글의 기교가 아니라 선사 받는 총체적인 체험”을 한다는 이종범 만화가의 말마따나, 기자님 발자국을 따라 거닐며 마음의 지지를 얻고, 기자님 목소리를 마음의 환기창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애청자의 사연을 생각하면 이 책을 더 알리고 많은 독자에게 권하는 게 기획편집자로서 남은 일이지 싶다. 소중한 공간에 편집자의 일기 같은 부끄러운 글이나마 싣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내 사랑을 조그마하게 표현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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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태영(어크로스 에디터)

일보다 SNS를 많이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아니, 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을 너무 자주 받아 녹음기로 대답하고 싶을 정도다. 알아서 잘 해요. 걱정 고마워요. (사실 잘 하는지, 확인된 바 없다. 내 판단영역 밖이라. 아무튼, 늘 즐겁게 책을 만들고 알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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