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가, 쨍쨍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쨍쨍 저자 인터뷰
대게 사람들은 이미 소통이 안 될 거라는 가정하에 있는데, 사람 살아가는 데 사용하는 언어는 거의 비슷하거든요. 전 세계가 밥 먹고 이야기하고 만나고 사랑하니까 언어가 달라도 다 통할 수 있어요.
빨간 꽃, 노란 머리, 파란 선글라스 그리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열린 마음. 이것이 길 위의 집시 쨍쨍의 여행 필수품이다. 쨍쨍의 여행에는 그 어떤 가식이나 편견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또 타인을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그녀의 여행은 관광지가 아닌 ‘사람’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누가 봐준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행여나 자신의 여행기를 기다리는 자가 있을까 싶어 수년간 4,000여 개에 달하는 글을 블로그에 남긴 그녀는 이제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일 정도다. 1997년 첫 여행이 시작된 이래로 20년이 된 2016년 연말, 쨍쨍은 그간 여행기를 담은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를 펴냈다. 현재 제주를 베이스 캠프로 잡고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마음으로 제주를 여행 중인 쨍쨍을 만나러 쨍쨍랜드에 다녀왔다.
여행지에서 세계문화유산, 관광 명소보다 사람 사는 곳을 더 찾아다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말 알죠? 저는 그 말이 딱 맞는다고 생각해요. 유명한 명소를 만든 건 사람이니, 그 명소보다 빛나는 건 사람이에요. 또 제게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이 있어요. 그래서 건축물이 몇 년도에, 무엇을 위해 세워졌는지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갖고 만든 것인가가 더 궁금해요. 건물은 나와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사람은 나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잖아요. 저와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니까요.
말조차 안 통하는 외국에서 현지인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쨍쨍 만의 소통 방법을 알려주세요.
외국인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전제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대게 사람들은 이미 소통이 안 될 거라는 가정하에 있는데, 사람 살아가는 데 사용하는 언어는 거의 비슷하거든요. 전 세계가 밥 먹고 이야기하고 만나고 사랑하니까 언어가 달라도 다 통할 수 있어요. 내가 가진 생각이 저 사람과 별다른 게 있겠느냐는 생각에 사람에 대한 두려움, 벽이 없으니 아주 쉽게 소통할 수 있죠.
중동 국가 중에 사람 초대하는 걸 종교 덕목 중 하나로 여기는 곳이 있어요. 손님에게 극진히 대접하는 게 율법에 있으니 서로 오라고 하는 거죠. 종교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아주 따뜻한 사람들도 많아요. 러시아에서 몹시 가난한 집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식탁이 넘칠 정도로 차려주는 사람도 있었죠. 그래서 저도 여기 제주에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어제도 우연히 만난 사람을 집에 초대해서 차를 대접했어요. 그들도 저와 마찬가지예요. 마을에 갔을 때 자기 동네도 소개해주고, 점심때가 되면 밥을 주고, 목마르다 하면 물을 주는 등 소통할 수 있는 상황이 자연스레 생겨요.
‘여행자는 여행자의 느낌으로 여행하자’ 가 여행 신조인데, 이 말의 의미가 궁금해요.
몽골에서 한 달간 여행할 때 어느 한국 식당 사장에게 몽골이 너무 좋다고 하니 딱 이렇게 대답했어요. ‘여기 살아보라’ 라고. 제가 몽골이 너무 좋았던 건 여행자의 마인드니까 그랬던 거예요. 제주도에서도 마찬가지로, 여기서 몇십 년 산 사람들도 쨍쨍은 여행자라서 제주도가 좋은 거라고 말해요. 그래서 저는 제주에 집이 있지만, 항상 제주를 ‘여행 중’입니다 라고 해요. 평생 한곳에서 살 게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전 세계를 여행 중인 ‘여행자의 마인드’로 살고 싶어요.
인도 여행을 7번이나 가셨는데, 그렇게 인도가 매력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도는 길거리에 앉아서 짜이 마시며 사람 구경하기 가장 좋은 나라예요. 가만히 앉아서 사람 구경하느라 세월 가는 줄 모를 정도죠. 인도 사람들은 굉장히 개방적 사고를 가졌어요. 한국은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얘기하고 싶다 하면 일단 경계하며 옷차림과 얼굴부터 살피잖아요. 인도는 그런 절차가 없어서 너무 편하고 좋아요. 저의 첫 여행지가 인도였기에 전 인도를 절대 못 잊고 다른 모든 여행지와 비교하게 돼요.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나라, 인크레더블 인디아예요!
제주도 베이스 캠프 ‘쨍쨍랜드’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들 얘기를 들려주세요.
한국에서 처음 만났다가 베를린 여행 중에도 만난 미국 친구가 재작년에 쨍쨍랜드에 왔어요. 와서 감귤도 따고, 오름도 다니고, 특히 한국 음식을 그 친구가 너무 좋아해서 홍어회, 돼지국밥, 생선 조림 등 많은 한국 음식을 먹었죠.
노르웨이 친구랑 아부오름에 갔던 일화도 생각나네요. 그 친구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아보니 한국 사람들은 무표정해서 다 화난 거 같다고 들었는데, 실제 제주에 와서도 그렇게 느꼈대요. 그런 무표정한 한국인들이 오름에서 제가 지나가자 다 웃는다는 거예요. 제가 꽃 꼽고 다니는 거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다들 웃거든요. 그걸 보고 그 친구가 ‘순자(작가 쨍쨍의 본명) 너무 대단해’ 라고 하더군요.
이번 봄, 사람들이 가보면 좋을 쨍쨍만의 제주 여행지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오름과 숲이 좋아서 제주에서 3년을 오름과 숲만 다녔어요. 오름을 먼저 말하자면, 함덕에 위치한 서우봉 둘레길을 추천해요. 이곳은 오름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고 봄에는 유채꽃이 만발하는 곳이에요. 서우봉에는 저만의 비밀 통로인 정글도 있어서 지인이 오면 쨍쨍 투어 코스로 데려간답니다. 또 입구에서 만나려면 못 만날 정도로 입구가 많은 동거문오름도 있어요. 여긴 다른 오름이랑 굉장히 다르게 생겨서 재미있는 곳이죠.
숲을 추천하자면 오래된 동백나무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동백꽃이 후드득 떨어지는 선흘동백동산이요. 특히 그곳이 좋은 이유는 데크가 안 깔려서 습지, 물웅덩이 같은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요. 어떤 사람은 질퍽하다고 하기도 하지만 데크 없이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길이 좋아요.
올해 꼭 가보려고 마음속에 두고 있는 여행지가 있다면요?
배낭 여행자에게는 블랙홀이 몇 개 있어요. 이집트의 다합, 페루의 쿠스코, 인도의 바라나시, 네팔의 포카라처럼 3일만 여행한다 해놓고 3달 동안 안 나오는 곳을 블랙홀이라고 해요. 그런 블랙홀 중 하나가 파키스탄의 훈자인데, 이곳은 특별히 할 건 없지만, 사람들과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 매해 봄마다 살구 필 때면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곳이에요.
알래스카에 고마운 블로그 친구가 있어서 알래스카도 가고 싶어요. 그분이 저와 제 여행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제발 알래스카에 와서 쨍쨍 여행 이야기 쇼를 하라고 해요. 얼마 전에는 인터넷으로 제 책까지 주문했다고 하는데 그 친구 정성이 놀랍잖아요. 그 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라도 알래스카에 가고 싶네요.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쨍쨍 저 | 북로그컴퍼니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저자 쨍쨍이 6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며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애인이 생기면 애인을 따라, 친구가 생기면 친구와 함께, 그러다가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다시 홀로 길 위에 씩씩하게선 여행기를 담고 있다.
관련태그: 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쨍쨍, 집시, 인도
<쨍쨍> 저13,500원(10% + 5%)
여행계의 행복한 집시, 쨍쨍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이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그녀의 화려한 겉모습과 대담한 친화력, 너무도 자유로운 눈빛과 미소에 당황해 멀찍이 떨어져서 그녀를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곧 그녀의 삶과 여행 스타일에 매료되어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다. 『여행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