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휘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공감하고 싶어”
이인휘 작가, 12년 만의 신작 『건너간다』 출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어요. 마침 정태춘이 광화문에서 노래를 하는 바람에 확신을 가졌죠. ‘희망’을 소설의 마지막까지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23일, 이인휘 장편소설 『건너간다』 출간 기념으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 날 북콘서트는 가수 정태춘, 가수 꽃다지, 박남준 시인이 함께 했다. 공연장은 이인휘의 이야기와 정태춘의 노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온 독자들로 가득 찼다. 꽃다지의 축하 무대로 북콘서트가 시작되었다.
꽃다지는 일 년 반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그들은 활동 재개 후 첫 무대를 북콘서트에서 열었다. 꽃다지는 “존 레논은 유작을 이주일 만에 만들었다고 해요. 설사하는 것처럼 곡이 나온 것이죠. (웃음) 이인휘 작가의 신작 『건너간다』도 그런 것 같아요. 지금처럼 작품 활동이 지속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응원하며 공연을 마쳤다. 꽃다지의 무대로 공연장의 분위기는 한 층 고조되었다.
북콘서트의 사회자로는 영화감독 변영주가 나섰다. 변영주는 영화 <낮은 목소리>, <화차> 등을 제작하였으며 2012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저자를 존경하는 마음,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회를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변영주 : 요즘 가난, 노동, 불평등을 이야기하면 촌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그것들의 근원이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잖아요. 그때의 가난과 지금의 가난은 큰 차이가 없어요. 『건너간다』는 1990년대 노동문학이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을 때부터, 지금 광화문 촛불시위까지 담아낸 책인 것 같아요. 『건너간다』는 이인휘의 자서전이기도 하며, 노동문학의 회고록이기도 해요.
이인휘 작가와 대화를 나누기 전, 박남준 시인이 「봄날은 갔네」를 낭송했다. 박남준은 “이인휘 작가와는 20대에 처음 만났어요.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인휘 작가의 멋은 묵을수록 좋네요.”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변영주 : ‘구로사람 이인휘’라는 말을 들었어요. 오늘 공연이 열린 이곳도 구로네요. 작가님에게 구로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인휘 : 광주항쟁 때 대학에 다니는 것을 포기했어요. 그리고 구로동에 왔죠. 구로에 와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제가 글을 쓰게 된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죠.
변영주 : 12년 만에 출간된 신작이에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셨나요?
이인휘 : 아내가 아팠어요. 아내가 아픈 동안 모든 것을 다 내려놨었죠. 지금은 다행히 몸이 좋아져 다시 글을 쓰게 되었어요. 나이가 들어서 다시 공장에 들어가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제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세상이라는 것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껴졌어요.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몸 안에 병이 생기더라고요. 글을 다시 못쓰게 될 줄 알았는데, 다시 쓰게 되었네요.
변영주 : 소설을 쓰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시, 영화 등 예술을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와 닿는 이야기일 것 같아요. 하지만 창작이 ‘나’에서 시작되는 것은 위험한 도전이기도 해요. 글을 쓰시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으신가요?
이인휘 : 『폐허를 보다』를 정말 힘들게 썼어요. 단편집이지만 각 단편의 내용은 커다란 줄기를 중심으로 이어져있어요. 억지로 이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어느 날, 우연히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듣는데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그 노래를 소설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건너간다』예요. 물론 쓰다 보니 제 이야기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정태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소설이에요.
변영주 : 정태춘 선생님과는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이인휘 : IMF 때 잡지를 만들었어요. 그 당시 잡지를 만들려면 1억에서 3억 정도가 필요했죠. 이곳 저곳에서 돈을 모았더니 700만원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후원금을 모으려고 호프집을 열었어요. 가수가 와서 공연을 했으면 해서 가수 13명에게 편지를 썼어요. 고맙게도 그분들이 다 와줬고, 그 중 한 명이 정태춘이었어요. 감사한 마음에 돈 몇 푼을 드렸더니 구로동 친구들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돈을 다시 주고 가더라고요. 그게 첫 만남이에요.
과거와 지금의 사이에서 희망을 찾다
『건너간다』의 주인공 박해운은 아픈 아내를 간호하며 공장에서 일을 한다. 어느 날 박해운은 우연히 하태산의 노래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듣게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하태산이 바로 가수 정태춘이다.
변영주 : 소설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의 회고적 태도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이인휘 :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어요. 마침 정태춘이 광화문에서 노래를 하는 바람에 확신을 가졌죠. ‘희망’을 소설의 마지막까지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영주 : 누군가 저에게 촛불집회에서 울고 있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그날은 정태춘 선생님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어요. 저도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작가님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이인휘 : 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오늘 이곳에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남은 시간 즐겁게, 힘 있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젊은 독자층도 『건너간다』를 읽었으면 해요.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공유하며 공감하고 싶어요.
이인휘의 이야기가 끝난 후, 북콘서트의 마지막 순서로 정태춘의 공연이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정태춘은 “오늘은 이인휘 작가만의 행사”라고 말하며 이인휘 작가의 소설 출간을 축하했다. “아, 노쇠한 한강을 건너간다. 휘청거리는 사람들 가득 태우고 이 고단한 세기를 지나간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정태춘의 곡 「건너간다」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건너간다이인휘 저 | 창비
2016년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억압적 정치현실을 핍진하게 그려 절절한 감동을 안겼다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인휘가 12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건너간다』를 선보인다.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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