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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에 담긴 두 개의 스릴러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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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액자식 구성은 지금까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퍼즐과도 같다. 작가는 말한다. "이 퍼즐에서 빠진 조각을 찾아봐."

오프닝

 

크리스마스에 잠옷을 입고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것.
휴가 기간에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는 것.

 

덴마크 사람들은 이런 삶을 ‘휘겔리’하다고 표현합니다.
요즘 이 ‘휘게(hygge)’라는 말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이죠.
영국 사전출판사 콜린스도 지난해 올해의 단어로 ‘휘게’를 선정했고요.
여기저기서 ‘휘게’를 2017년의 키워드로 꼽았거든요.

 

『휘게 라이프』란 책을 쓴 덴마크 행복연구소 마이크 비킹 소장에 따르면요.
‘휘게’는 사물에 관한 거라기보단 어떤 정취, 경험과 관련된다고 해요.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느낌인데요.
가령, ‘양초를 켜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가 오갈 때 느끼는 행복감’
‘아늑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의 편안함’같은 거죠. 
 
덴마크인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1위인 이유가 바로
이런 ‘휘게 라이프’ 때문이라는 건데요. 
핵심은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그렇다면 여기 이렇게 함께 모여서 따뜻한 찻잔을 감싸 쥐고
책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 저녁... 
이런 것도 ‘휘게’ 아닐까요?
참, ‘휘게’라는 말의 어원은 포옹을 뜻하는 ‘허그’에서 왔을 거라고 하네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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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권의 소설이 있습니다. 한 편은 수잔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고, 다른 한 편은 그녀가 읽는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소설 입니다. 책상 위에 놓인 이 두 권의 소설 앞에 우리는 바삐 움직여야 합니다. 수잔의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토니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수잔의 의식을 살펴야 하죠. 그래야만 이 위대한 스릴러 소설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바로 그 조각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토니와 수잔』
한 권의 책에 담긴 두 개의 스릴러


1) 책 소개

 

매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원작 소설을 가장 잘 각색한 영화를 선정하여 그 원작에 최우수 각색상을 수여한다. 2016년 수상작으로는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이 선정되었다. 2003년 영화 판권이 팔렸고,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17년 1월,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영화 <싱글맨>으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치른 톰 포드의 2번째 장편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로 제작되었다.

 

패션 저널리스트 팀 블랭크스의 추천으로  토니와 수잔을 읽게 된 톰 포드 감독은 망설임 없이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 감독 스스로 '<싱글맨>보다 미학적으로 더욱 세련되고 훨씬 거대하며 더 야심 찬 프로젝트(보그 코리아)'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을 내비친 <녹터널 애니멀스>는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2016 제73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스릴러로서는 드물게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주인공 수잔의 이야기와 작중 수잔이 읽는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의 주인공 토니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독자는 수잔의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토니의 이야기를 읽는 수잔의 독백이나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이 책의 액자식 구성은 지금까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퍼즐과도 같다. 작가는 말한다. "이 퍼즐에서 빠진 조각을 찾아봐."

 

2) 저자 :


오스틴 라이트
1922년 미국 뉴욕 주 용커스에서 태어난 오스틴 라이트는 1943년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1948년 시카고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1959년 동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신시내티 대학의 영문학과에서 거의 40년 동안 깐깐하지만 덕망 높은 교수로 재직했다. 그가 강의한 현대문학과 창작 수업은 학생들에게 열띤 호응을 얻었고, 그가 주최한 세미나들은 항상 정원이 다 찼다. 라이트는 좋은 글쓰기의 기술적인 면에 관심이 많았고, 학생들이 마치 현미경으로 생물체의 DNA를 찾는 것처럼 소설을 낱낱이 해부하고 분석하길 바랐다. 그가 짠 소설의 플롯들은 종종 ‘풀어야 할’ 퍼즐처럼 보였고, 주요 테마인 남녀 관계에 대한 통찰은 위트 있으면서도 아이러니한 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액자식 구성을 띤 독특한 소설  토니와 수잔』은 신시내티 대학 영문과에서 재직할 당시 그가 쓴 다른 소설들에 비해 별로 인기가 없었지만 1993년 초판 출간 이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증쇄를 거듭했다. 이 책은 2003년 그가 사망하기 전에 영화 판권이 팔렸고,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영화 <싱글맨>으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치른 톰 포드의 두 번째 장편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로 제작되어 2017년 1월 개봉하게 되었다. 원작소설을 충실하게 그려냈다는 평과 함께 높은 완성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영화는 2016 제73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독자와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오스틴 라이트의 다른 저서로는 『Camden’s Eyes』, 『After Gregory』, 『Telling Time』, 『Disciples』 등이 있다.


◆ 209-210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강남의 탄생』


한강이 장벽이었던 시절. 그 위로 하나 둘 다리가 놓입니다.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고,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돈과 이권, 재산과 탐욕, 그런 눈 먼 것들이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렇게 미지의 공간은 채워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곳을 '강남'이라 불렀습니다.
오늘 우리는 바로 그 '강남'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 아래 놓인 공간과 발자국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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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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