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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시인이 함께한 인문학 콘서트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펴낸 김용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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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위기를 과장해서는 안 되지만 피할 수 없는 위기에 눈을 감아서도 안 됩니다. 때문에 앞으로의 젊은이들은 우리를 위험사회, 유동하는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기업과 정부에 대해 저항과 혁명을 일상화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스스로의 삶과 역사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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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문학, 철학의 맛깔스러운 만남으로 20만 독자를 사로잡은 철학카페가 5년 만에 새롭게 단장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는 우리 삶을 관통하는 ‘혁명’, ‘이데올로기’, ‘시간’, ‘언어’라는 4가지 화두를 던지면서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시민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아름답고 적확한 통찰을 들려준다.

 

저자 김용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그것을 향해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 철학의 본분이라 여기며, 대중과 소통하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그 결과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생각의 시대』,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영화관 옆 철학카페』, 『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등 다양한 대중적 철학서와 인문 교양서, 지식소설을 집필했다.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권 혁명이데올로기 편이 최순실ㆍ박근혜 사건, 그에 따른 대규모 촛불집회와 관련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 시국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광화문 촛불시위는 그 자체가 하나의 혁명입니다! 비폭력적이면서도 강력하고, 축제 같지만 동시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가는 시위는 역사적 사건이기도 합니다. 2011년 5월 스페인 마드리드 광장에서 시작한 ‘인디그나도스’들의 시위도, 같은 해 9월 미국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한 ‘월가점령시위’도 비폭력적이었고 축제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저명한 시위들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지요. 그러나 광화문 촛불 시위는 지금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키려는 수순을 밟고 있지 않습니까? 다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거나 새 정부를 출범시키려고 촛불을 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직 사랑하는 사람들과 안전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공동체에서 살기 위해 촛불을 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광화문의 촛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합니다.

 

1권 혁명 편 내용을 토대로 보면, 아마도 촛불집회가 ‘21세기의 혁명’이 아닐까 싶은데요. 진짜 ‘혁명’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혁명은 긍정과 생성을 창출하는 변화입니다. 이런 혁명을 바디우는 ‘생태학적 혁명’이라 이름 붙였고, 저는 책에서 ‘봄 같고 축제 같은 혁명’이라 표현했는데요, 바로 이것이 ‘21세기의 혁명’이고, 또 진짜 혁명입니다. 혁명이 봄과 축제 같기 위해서는 비폭력적 수단이 필수적입니다. 20세기에 일어난 시위, 저항, 혁명을 연구한 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비폭력 시위가 성공할 확률이 폭력 시위보다 두 배 가량 높았고, 비폭력 저항을 경험한 국가들은 5년 동안 민주주의를 유지할 확률이 40퍼센트 이상입니다.

 

그렇다면 시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항하고 혁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두 가지가 필수적입니다. 이미 말씀 드린 대로 시위와 저항이 비폭력적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일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영향 아래 기업과 정부가 기존의 불평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점점 더 심화시켜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선거제도, 정당정치, 법치주의 등이 이미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계층의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 평등이 실제로 확보되는 실질적 민주주의는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지요. 다른 이유 하나는 현대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글로벌 위험들, 예컨대 핵무기와 원자력발전소, 기후변화, 유행성 인플루엔자, 생명공학과 유전공학, 인공지능기술 등에 대한 민주적 대응 및 해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들은 심지어는 인류의 생존과 안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그 심각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비교적 근래에 새롭게 제기된 탓에 기존의 법률, 제도, 명령, 관행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미흡한 것들입니다. 때문에 그 해결을 위해서는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부단한 성찰과 참여, 시위와 저항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4. 2권 ‘시간’ 편에서는 시간을 우리가 시계로 재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와 마음으로 재는 심리적 시간인 카이로스로 구분하고, 카이로스가 우리의 삶과 역사를 의미 있게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오늘날에는 카르페 디엠, 곧 ‘지금을 살아라’는 말이 지혜로 통하잖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카르페 디엠, ‘지금을 충실히 살아라’는 말은 분명 하나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지금’만을 산다면, 우리의 삶과 역사는 단지 흘러가고 마는 것, 무의미하고 값어치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에게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로 연결된 통일체이고, 그 시간의 통일체 안에서 과거는 사라져버리는 ‘허무한 것’이 아니며, 현재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무의미한 것’이 아니고, 미래 역시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불안한 것’이 아닙니다. 시간은 그 순간을 사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책임을 부여하지요. 역사도, 그것이 매 시대가 사멸하지 않고 전체에 이바지하기에,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역사적 의미와 가치 그리고 책임을 부여하는 겁니다. 카르페 디엠!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지금을 충실히 살아야 합니다. 그 지금은 과거와 미래가 하나로 연결된 시간의 통일체 안의 현재여야 합니다.
 
2권 ‘언어’ 편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불의 언어’와 ‘물의 언어’의 개념을 한 번 더 짚어주세요.


예를 들어 ‘물은 물이다’, ‘시간은 시간이다’와 같이 ‘A는 A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내가 말하는 ‘불의 언어’이지요. 불의 언어는 사물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일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의 언어, 과학의 언어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와는 달리 우리는 ‘물은 생명이다’, ‘시간은 돈이다’와 같이 ‘A는 B다’라고도 말합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허구이지요. 그런데 이 허구가 우리의 생각과 언어를 넓혀 인류 문명을 이루어왔습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주장한 것처럼, 기업, 국가, 종교 등도 모두 가상의 실재를 만들어 낸 허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김선우, 김연수, 윤성희, 심보선 작가와 선생님이 주고받은 대담 부분이 특히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담을 꼽으신다면?


어떤 특정한 대담이 더 기억에 남기보다, 네 분의 작가들이 지닌 개성을 비교해볼 수 있었던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김선우 시인은 “시가 사회 못 바꿉니다!”라고 단언했듯 의견을 명쾌하게 말하고, 심보선 시인은 에둘러 비유적으로 말해요. 또 윤성희 작가는 속 깊은 생각을 신중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편이고, 김연수 작가는 말보다 생각이 빨라 말이 뒤따라가기 어려운 편이라고 느꼈어요.  

 

이번 철학카페 시리즈에서, ‘혁명’, ‘이데올로기’, ‘시간’, ‘언어’라는 키워드를 핵심 주제로 선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오늘날 젊은이들은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경제위기, 부단히 공격하는 악성 인플루엔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원전 사고, 상상을 초월하는 빈부격차의 심화, 통제할 수 없는 기후변화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일상화되어 버린 테러와 전쟁,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같은 첨단과학기술에 내재된 위험 등 상대적으로 나쁜 시대를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현실로 다가온 위기를 과장해서는 안 되지만 피할 수 없는 위기에 눈을 감아서도 안 됩니다. 때문에 앞으로의 젊은이들은 우리를 위험사회, 유동하는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기업과 정부에 대해 저항과 혁명을 일상화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스스로의 삶과 역사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성찰해보아야 할 주제로 혁명, 이데올로기, 시간, 언어를 선정했습니다.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1김용규 저 | 웅진지식하우스
혁명부터 이데올로기, 시간, 언어까지 삶을 관통하는 4가지 화두를 던지면서, 혼란과 불안, 혐오의 시대에 맞서 시민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답고 적확한 통찰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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