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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50점짜리 당신, 괜찮은 사람이에요”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개정증보판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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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50%만 나를 괜찮다고 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인 거예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50점이라면 나는 괜찮은 사람인 거고요. 우리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이유도 100%짜리를 찾기 때문이거든요.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순금도 99%인데 어떻게 생명체가 100%가 될 수 있냐’는 거예요.

“인간관계에서 나만 손해 본다는 느낌, 나만 참는다는 느낌을 갖고 살아간다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저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선언에 응답한 이들이 30만 명을 넘어섰고, 많은 사람들은 책 제목만 보고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왜 이토록 까칠한 삶을 동경하는 걸까. 그 바람이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랑과 인정에의 욕구, 그 뿌리에 자리하고 있는 나르시시즘에서 해답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타인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 방법, 이른바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을 들려준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 『엄마에게』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양창순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ㆍ신경과 전문의로서 인간관계와 삶의 문제를 상담해왔다. SBS <양창순의 라디오 카페>, CBS <양창순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SRICEO에서 100회 이상의 강연을 이어가며 오피니언 리더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현재는 ‘(주)마인드앤컴퍼니’, ‘양창순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면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원하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첫 출간 이후 5년여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찾아온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독자들에게 안부를 묻는 듯하다. ‘그동안 ‘까칠하게’ 잘 지내셨나요?’ 인사를 건넨다.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면 또 한 번 책을 펼쳐도 좋다. 새롭게 수록된 내용들-‘건강한 까칠함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5단계 솔루션’, ‘인간관계를 이루는 기본적인 심리 유형 8가지’에서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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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독하게 나르시시즘적인 존재다


지금까지 30만 명의 독자들이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까칠한 삶’에 목말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은 까칠하게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죠. 상담을 해보면 많은 분들이 거절하는 게 어렵다고 말씀하세요. ‘나는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면 이야기를 다 들어주는데, 왜 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하시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자기만 상처받았다는 느낌을 받아요.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상대와의 관계도 잘 유지되는 방법’을 찾고 싶어 하시죠.

 

독자들로부터 “이 책 제목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다고요. 책을 다 읽으신 분이라면 ‘까칠함’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셨을 것 같아요.


책이 나온 뒤에 그런 말도 많이 들었어요. ‘(제목에서) ‘까칠하게 살자’고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착하게 살자’는 이야기더라’라고요. 그동안 우리가 까칠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까칠하게 하면 못돼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까칠하다는 것이 무례하거나 못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니까, 거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도 책 제목에서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어요. 거절해야 할 경우가 있을 때 ‘제 책 제목 아시죠?’라고 말씀드리면 재밌게 생각하시거나 ‘나도 그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거절에 대한 공포’가 까칠하게 사는 걸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일까요? 


그렇죠.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들한테 사랑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거거든요. 인간관계를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내가 상대한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상대가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거부 불안이 많은 거죠. 제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핵심심리가 나르시시즘인데요. 흔히 이야기하는 공주병, 왕자병과는 다른 거예요. 그건 나르시시즘이 병든 상태이지 나르시시즘 자체가 아니죠. 가장 중요한 건 ‘소중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예요. 나의 자존감, 자긍심을 갖자는 거죠.

 

거부 불안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게 결국은 자존감하고 연관이 되는 거잖아요. 마음속에 ‘나는 사람들이 사랑해줄 존재가 아니야,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지도 몰라’ 이런 불안감이 있으면 항상 인간관계에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죠. 그럴 때는 꼭 필요한 순간에도 거절을 못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건 건강한 자긍심을 갖는 거예요. 상처가 빨리 아무는 데에는 회복 탄력성이 중요한 것처럼 마음의 탄력성을 갖자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자존감이 낮으면 탄력성을 갖기가 쉽지 않잖아요.

 

‘인간관계에서 나만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의 밑바닥에는 일차적으로 나르시시즘적인 심리가 깔려 있다’고 하셨어요.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가 성장과정에서 분리 불안을 경험하잖아요. 그게 거부 불안의 가장 시초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은 ‘나를 사랑해주고 보호해줘야 하는 사람이 나를 버리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분리 불안을 겪는 거거든요. 성장하면서 그 대상이 부모에서 친구, 애인, 선배, 상사 같은 사람들로 바뀔 뿐이죠.

 

“인간은 누구나 지독하게 나르시시즘적인 존재”라고도 말씀하셨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상담해 오셨는데, 인간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많이 받은 질문이 ‘성선설이 맞느냐, 성악설이 맞느냐’는 거예요(웃음).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고요. 사실은 인간이 나르시스틱한 존재라는 게 나쁜 건 아니에요. 우리도 생명체잖아요. 생명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보호하고 존재의 영속성을 통해서 이어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나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사람들이 자신을 숨기고 싶어 하는 이유가 ‘내가 이렇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야?’라는 생각에 ‘남들이 알면 나를 나쁘게 생각할 지도 몰라’ 하고 걱정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게 본성인 거거든요.

 

역으로 생각해 보면, 상대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당연한 일인 거네요.


내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상대도 그렇고, 내가 자기중심적인 것처럼 상대도 그렇다고 생각하면 덜 상처받는 거죠. 그게 본성이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 상처가 반으로 줄어드는 거예요. (원래) 인간이 그렇다는 걸 알면 덜 기대하잖아요. 인간관계에서 기대치가 크면 클수록 실망도 크니까요. 그런데 자존감이 허약한 사람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지 내가 원하는 만큼의 반응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부모자식 관계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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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점짜리 당신, 괜찮은 사람이에요


이번에 출간된 개정증보판에는 새롭게 수록된 부분들이 있죠. 그 중 하나가 ‘인간관계를 이루는 기본적인 심리 유형 8가지’예요. 무척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스스로가 어떤 유형인지 아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8가지 모두 해당사항이 있었거든요(웃음).


인간이 굉장히 오묘하잖아요. 요지경과 같죠. 그래서 저는 어느 한 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책에 실린 8가지 유형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도 있는데요. 친밀형, 지배형, 회피형이에요. 친밀형은 인간관계에서 사랑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보다는 다른 사람의 욕구에 더 맞춰주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자기 주장을 잘 못하고, 가장 상처를 많이 받죠. 친밀형의 사람에게는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 사랑 받고 인정받는 거예요. 그런데 지배형은 권력, 성공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항상 자신이 우위에 있어야 되고, 조금이라도 누가 자기 위에 있으면 못 견뎌요. 통제하고 명령하는 사람들인 거죠.

 

회피형의 경우는 어떤가요?


사실 지배형이든 친밀형이든 회피형이든, 심리는 다 똑같거든요. 소중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회피형은 거부 불안이 너무 크다 보니까 이솝우화의 신포도 이야기처럼 ‘나는 인간관계 필요 없어, 만나봤자 피곤하거든’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기질적으로 혼자 있는 걸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것도 나쁜 건 아니에요.

 

‘8가지 심리 유형’을 알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어요. 상대가 어떤 유형인지, 그 유형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 관계 맺는 방법을 찾을 수 있잖아요.


그렇죠. 예를 들면, 친밀형 사람들은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겠지만 회피형인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거나 피해서 갈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 상처 받지 않고 ‘그냥 저 사람은 그런 유형이구나’ 생각하면 되는 거죠. 그리고 조금 전에 질문하실 때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실은 우리 안에 각 유형들의 특징이 다 있어요. 정신과적으로 건강하다는 건 시의적절하게 행동하는 거거든요. 우리가 때와 장소에 맞춰서 옷을 갈아입는 것과 똑같아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리드해야 할 때는 리드하고, 맞춰줘야 할 때는 맞춰주고, 어울리고 싶을 때는 어울리고, 혼자 있고 싶으면 혼자 있는 거예요.

 

‘까칠하게’ 맺는 관계란 어떤 건가요?


조금 더 자연스럽고 자유스럽게 하자는 거죠. 어차피 사람들은 다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천사처럼 해도 나를 욕하는 사람은 있어요. 책에서 ‘인간관계는 50점이 만점’이라고 주장한 게 그런 의미죠. 그런데 우리는 150점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힘든 거거든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50%만 나를 괜찮다고 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인 거예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50점이라면 나는 괜찮은 사람인 거고요. 우리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이유도 100%짜리를 찾기 때문이거든요.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순금도 99%인데 어떻게 생명체가 100%가 될 수 있냐’는 거예요. 어른들이 항상 말씀하시잖아요. 한 눈 감고 만나라고요. 그게 정말 중요한 거예요.

 

‘건강한 까칠함의 5단계’에서는 거절하는 방법을 조언해주셨어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리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해야 한다고요.


어려운 이야기일수록 ‘간결, 명료, 부드럽고, 단호하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빙빙 돌려가면서 중언부언하잖아요. 거절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다 이야기하고요. 그러면 상대는 메시지를 간파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대개 거절할 때 보면, 자기는 거절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승낙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니까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간결, 명료, 부드럽고, 단호하게’ 하세요. 내가 그렇게 하면 상대도 그렇게 받아들여요. 만약에 그걸 가지고 앙심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내가 계속 부탁을 들어줘도 나에게 고마워할 줄 모르는 거예요.

 

“인간관계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나네요.


나무도 가지가 너무 많으면 잘 자랄 수가 없잖아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예요.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지 못하면 결국은 줄기와 뿌리가 썩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한테 다 잘하려고 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주위 사람들한테 못하게 되죠. 그러니까 관계를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많은 남성들이 은퇴한 후에 관계가 다 끊어지면 굉장히 힘들어하는데요. 관계의 깊이와 넓이를 잘 보셔야 돼요. 무엇이든 깊고 넓게 할 수는 없어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다른 면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데 인간관계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조금 두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안 되겠네요(웃음).


이번에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의 개정판도 출간이 됐잖아요. 주위 분들에게 책을 선물하다 보니까, 남자 분들은 화를 내시더라고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누구라도 만나야 된다고 하시는 거죠(웃음).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건데, 대인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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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죄책감을 버리자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으면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동굴로 숨어드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것도 자기 삶의 스타일인 거죠.

 

그러다 보면 말을 함으로써 감정을 정리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는데, 문제는 없는 걸까요?

 
우리 뇌는 대단히 뛰어난 기관이에요. 자기가 해결해야 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을 하려고 해요. 그런데 내가 어떤 감정을 그냥 가지고 있으면 해결이 안 되고 남아 있는 거잖아요. 그럴 때 뇌는, 내가 의식을 하든 의식을 하지 않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전전긍긍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감정을 숨기고 동굴 속에 있어도 불쑥 불쑥 나타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때는 그걸 털어내 놓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게 우리 뇌를 도와주는 일이에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으면 집중이 안 되고, 결국에는 만사가 다 귀찮아지잖아요. 이유가 있어요. 뇌가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지금 너한테 더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닌데, 왜 진짜 중요한 문제를 해결 안 하고 다른 데 신경을 쓰고 있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뇌를 도와줘야 하는 순간인데요. 감정을 말하는 게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그냥 생각을 하는 것하고, 그걸 말하거나 글로 쓸 때는 참 다르잖아요. 고인 물이 썩듯이 감정도 고여 있으면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만약에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나한테 말을 하는 거예요. 나한테 글을 써보고요. 뇌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 언어 중추가 좌뇌에 있는데 우리가 불안하고 우울할 때 제일 먼저 좌뇌의 기능이 떨어져요. 그런데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좌뇌가 자극을 받아서 더 빨리 현실로 들어올 수 있거든요. 동굴로 들어가 있는 시간을 조금 단축할 수가 있는 거죠.

 

까칠하게 살기로 결심하고 나서도 쓸데없는 죄책감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어요. ‘실수할 수도 있지 괜찮아, 상대만 배려할 수는 없잖아, 내 입장에서도 생각해야지’ 싶다가도 ‘내가 너무 뻔뻔한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제가 이 책에서 말씀드리는 건 불필요한 죄책감은 버리자는 거예요. 나도 좋고 상대도 좋도록 감정을 표현하려면, 항상 중요한 게 ‘매너’거든요. 책에서도 머리 나쁜 사람이 매너도 나쁘다고 썼지만(웃음), 정말 그렇잖아요. 주위에 보면 정말 매너 나쁜 사람들이 있죠. 그 사람들을 보면 결국은 실패해요. 영국에서는 군대에서 장교가 되면 두 가지를 먼저 훈련시킨다고 해요. 언어하고 매너예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되 매너 있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어려운 이야기일수록 매너를 못 지키잖아요. 꼭 해야 하는 이야기는 한 번 여과해서 전달하는 게 필요해요. (특히) 분노와 관련된 표현은 하루 정도 생각하면서 한 번 걸러내고 나서 표현해야죠.

 

‘올해에는 부디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는 일 없기를’ 소망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저자님께서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니 상처 받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실 것 같아요(웃음).


맞아요, 어떻게 제 대답을 예상하셨어요(웃음)? 삶에서 상처는 없어질 수 없어요. 우리가 상처를 줄 때 항상 ‘내가 저 사람한테 상처를 줘야지’하고 의도하는 건 아니잖아요. 나는 그냥 한 말인데 상대의 기분에 따라서 상처가 될 수도 있죠. 그러니까 상처에 대해서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거예요. 내가 정말 상처를 준 것 같으면 사과하는 거고,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서 그런 거라면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되는 거죠. 그럴 때 중언부언하면서 ‘나는 그런 뜻은 아니고...’라고 이야기하면 문제가 더 커지잖아요. 일이 더 커질 것 같으면 오히려 그것을 멈추는 것도 방법이에요.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은 기억은 떨쳐내기가 어렵잖아요. 또 다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요즘 사람들이 맛집 순례를 하잖아요. 음식 하나도 내 입맛에 맞는 곳을 찾으려면 순례하고 경험하는 것이 당연한 거죠. 그런데 왜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한 번 상처 받고 실패하면 그걸로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인간관계를 못해’ 하고 생각하느냐는 거죠. 그건 단지 ‘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 때’ 일어난 일이거든요. 평소에 내가 좋아하고 잘해주는 사람이라고 해도 본인이 심각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잘 못해줘요. 우리는 항상 ‘저 사람은 힘든 일이 있어도 나한테 잘해줘야 돼’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가족 간에도 그러지 못할 때가 있잖아요.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꼈다면 그렇게 행동한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면 돼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면, 스스로 상처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어요.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양창순 저 | 다산북스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심리적인 방법을 다양한 임상 사례와 심리학 이론을 통해 통찰력 있게 풀어낸 이 책을 통해 모두가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힘을 ‘건강한 까칠함’에서 찾아보자. 나를 위해서나 상대를 위해서나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데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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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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