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운진 “책은 내게 가장 충직한 친구”

이운진 시인의 서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에도 책 속의 문장들을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을 내려놓곤 했습니다.

메인.jpg

 

책을 읽는 시간은 다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기 때문에 책과 나와 단둘이 있을 때면 언제나 좋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에도 책 속의 문장들을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을 내려놓곤 했습니다. 가방 속에 책상 위에 식탁 위에 제각각 놓인 책들을 앉는 자리마다 펼쳐 읽는 게 저의 독서 습관인데, 그러다 보니 책은 제게 가장 충직한 친구 같습니다. 결국 책 속에서 만나는 건 나이고, 문장 속에 숨어 있다가 마주치는 건 제 마음이지만, 그 수많은 만남들로 저는 조금씩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참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그래서 여러 번 시도하고 여러 번 포기했던 책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데, 이젠 제법 그 문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마르셀의 마음에도 공감이 가곤 합니다. 무엇보다 프루스트가 사랑한 화가들과 그림을 소설 속 이야기와 이어보다가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될 때는 은밀한 즐거움도 느낍니다. 아마도 한 동안은 프루스트가 골라서 전시한 이 미술관을 서성거리며 보낼 것 같습니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서 오래전부터 하나 둘 화집을 모으고 화가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지난 가을에 『고흐씨, 시 읽어 줄까요』라는 에세이를 내게 되었습니다. 시와 그림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들을 만나면 자기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열어준다고 믿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함께 하고자 쓴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나 그림을 감상하는 데에는 정해진 틀이나 대단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감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족하다는 제 생각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독창적인 많은 예술작품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명사의 추천

 

시지프 신화
알베르 까뮈 저/김화영 역 | 책세상

카뮈는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서 그의 전집을 모두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 『시지프 신화』와 『전락』에서, 부조리 속에서도 살아가는 것 자체를 사랑하라고 말하는 카뮈와 스스로를 먼저 심판대에 세우는 카뮈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과 세계의 문제를 바라보는 작은 눈을 뜨게 해준 책들입니다.

 

 

 

 

 

끝과 시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저/최성은 역 | 문학과지성사

이 시집을 읽고 시인의 자세를 배웠습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 제도와 폭력을 향한 비판, 새로운 시각,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까지, 냉철함과 열정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어와 사유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퇴색하지 않은 시의 치열함은 본보기로 삼고 싶은 것입니다.

 

 

 

 

평행우주
미치오 카쿠 저/박병철 역 | 김영사

우주와 별은 늘 저를 끌어당기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특히 "다중우주이론"은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더 놀라운 상상력의 공간을 열어주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다른 우주들이 존재하고 그 안에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하고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진짜 '나'는 누구일까 의문을 던지고 우주의 풍경에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니체 극장
고명섭 저 | 김영사

니체의 뜨거운 영혼에 놀라고 그가 보인 삶의 모순과 역설에 다시 또 놀라고, 마침내 니체라는 한 인간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되는 책입니다.

 

 

 

 

 

 

 

기억의 집
최승자 저 | 문학과지성사

치유할 수 없고 화해할 수 없는 마음이 깊을 때, 이 시집에 기대어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잔인하지만 아픔은 구원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
Alfonso Cuaron /산드라 블록/George Clooney | 워너브러더스

광활한 우주의 고요와 어둠속에서 오로지 혼자가 되어 지구를 바라보는 마음. 그 먼 거리와 깊은 고독으로부터 다시 일깨우는 삶에 대한 의지. 영화가 끝나고 삶의 중력이 되는 사람들에 대해 가만히 감사했던 영화입니다.

 

 

 

 

 

비포 콜렉션(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감독:리처드 링클레이터출연:에단 호크, 줄리 델피 | 워너브러더스

18년이라는 세월과 함께 만들어지고 영화 속 주인공들과 똑같이 나이가 들며 지켜본 영화입니다. 그 시간 안에서 변하는 것들, 사라진 것들, 빈 자리를 새로 채워주는 것들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랑이 천천히, 알아채지도 못하는 가운데, 하지만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었음을 곁에 있는 사람의 얼굴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오늘의 책

당신의 잠재력을 펼쳐라!

2007년 출간 이후 17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뇌과학 지식, 새로운 사례를 더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몰입』 최신판. 창의성과 사고력을 키우려는 학생부터 집중력을 잃어버린 직장인까지 몰입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에게 맞는 몰입법으로 내 안의 잠재력을 무한히 펼쳐보자.

할머니가 키운 건 다 크고 튼튼해!

『당근 유치원』 안녕달 작가의 열한 번째 그림책. 토끼 할머니와 돼지 손주의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하루를 담았다. 할머니의 넘치는 사랑으로 자란 오동통한 동식물과 돼지 손주의 입에 쉴틈없이 맛있는걸 넣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우리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이 정겹다. 온 세대가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40년간 집을 지은 장인의 통찰

로빈 윌리엄스, 데이비드 보위 등 유명인들은 마크 엘리슨에게 집을 지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가 뉴욕 최고의 목수라서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 최고가 된 사람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신념, 재능, 원칙, 실패, 부 등 저자가 집을 지으며 깨달은 통찰에 주목해보자.

150만 구독자가 기다렸던 빨모쌤의 첫 책

유튜브 '라이브 아카데미'를 책으로 만나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말하는 빨모쌤. 실제로 영어가 쓰이는 걸 많이 접하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키우길 바란다고 제안한다. 수많은 영어 유목민이 선택한 최고의 유튜브 영어 수업을 책으로 만나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