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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rfect Weekend Melbourne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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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게 내린 플랫 화이트로 아침을 시작하고, 트램을 타고 다운타운을 둘러보거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다국적 요리를 맛보자. 하루쯤 차를 빌려 도시 외곽을 달리면, 바다에 떠 있는 기암괴석을 만나고 숲속에 숨은 와이너리에서 느긋한 멜버른의 주말을 보낼 수 있다.

MAKE IT HAP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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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 KIM EUN-BIN

 

가는 방법 인천국제공항에서 멜버른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시드니를 경유하는 공동 항공편을 운항한다(약 154만 원부터, flyasiana.com). 캐세이패시픽항공은 홍콩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운항한다(약 109만 원부터, cathaypacific.com).

 

환율 1호주달러는 약 850원이다(2016년 8월 기준).

 

비자 호주 단기 여행 시, 관광 목적의 여행자 전자비자(ETA)를 신청해야 한다. 여행사나 항공사에 의뢰하면 전자비자를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 직접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etavisa-gov.org

 

추가 정보 멜버른 도심의 페더레이션 광장과 버크 스트리트 몰(Bourke Street Mall)에 빅토리아주관광청에서 운영하는 관광 안내 센터가 자리한다.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공식 웹사이트(visitmelbourne.com/kr)에서 멜버른 외곽에 자리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The Lane

 

바쁘게 걷는 멜버니언(Melbournian)의 걸음에 거대한 장애물이 제동을 건다. 바로 도심을 관통하는 트램이다. 직사각형으로 도시를 구획한 멜버른은 ‘바둑판 도시’라고 불리는데, 반듯하게 정렬한 거리를 트램이 헤집고 지나다닌다. 따라서 동서남북 방향을 잘 구분 못하는 길치라도 이곳에서 길을 잃기란 쉽지 않다. 어느 트램을 잡아타도 다운타운 안에서 맴돌 뿐이니까. 만약 작정하고 뒷골목 탐험에 나설 예정이라면, 차라리 트램에서 내려 길을 잃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구글 지도를 뚫어지게 찾지 말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거나, 눈을 유혹하는 길로 방향을 잡는 게 멜버른의 뒷골목을 제대로 만끽하는 방법이니.

 

멜버른 시의회는 2001년부터 다운타운의 뒷골목을 예술가에게 위탁하는 레인웨이스 커미션스(Laneways Commissions) 프로젝트를 시작해 골목 부흥에 나섰다. 암호처럼 그림을 그려 넣은 숍 간판, 재활용 박스를 펼쳐 ‘오늘의 메뉴’를 폼나게 적어놓은 비스트로, 색색의 스프레이로 장식한 담벼락, 조형물로 변신한 쓰레기통 등. 공공시설을 거리의 예술가와 나누기 시작한 정부 프로젝트 덕분에 어두침침하던 뒷골목은 문화를 창조하는 거리로 변신했다. 샛길 모퉁이에서 기발한 예술 공간을 만나고 상상 이상의 볼거리는 예고 없이 나타난다. “종종 시 외곽에 사는 학생들이 다운타운 레인 투어를 체험 학습으로 신청해요.” 교복 차림의 무리가 횡단보도 앞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가르키며 가이드가 말한다. 현지인이나 여행객에게 레인 투어는 멜버른 문화를 이해하는 첫 관문이다. 이곳에서 무얼 먹고, 마시고, 보든 그것은 분명 지금 멜버니언이 누리는 일상의 한 축임은 분명할 테니까.

 

*시티 순환 트램(City Circle Tram) 시내 중심가를 순회하는 무료 트램으로, 4개 도로를 1바퀴 도는 데 약 30분 소요. metlinkmelbourne.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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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ffee

 

아침 7시.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Degraves Street)의 노천 레스토랑 테라스는 텅 비었고, 지난 밤 거리의 잔재를 치우는 청소부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내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녀가 골목에 나타나더니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카페로 사라진다. 다운타운으로 출근하는 멜버니언은 보통 이른 아침을 카페에서 시작한다. 나무 스툴에 간신히 엉덩이를 붙인 노신사는 조간신문을 한 손에 쥔 채 플랫 화이트 1잔을 받아 든다. 자리를 놓친 손님들은 카페 앞에 서서 머핀을 한입 베어 물고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홀짝인다.

 

최근 이 골목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카페 중 1곳인 듀크 커피 로스터스(Duke Coffee Roasters)는 오늘의 영업을 시작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문밖까지 줄이 늘어섰다. 멜버른에서 최고의 커피를 찾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 취향에 달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도시는 커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매일 평균 30톤의 원두를 들여오고, 남다른 커피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1950년대 이탤리언계 이민자가 들어오면서 시작된 에스프레소 카페는 멜버른 문화로 이식되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다. 도심에는 2,000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카페가 자리한다. 이 틈에서 스타벅스 같은 외국 브랜드가 백기를 들고 빠져나갈 만큼 멜버니언은 자국의 커피 문화를 지지한다. “우리에게 커피는 아침 잠을 포기할 정도로 중요하죠.” 바리스타가 정성껏 내린 커피를 1모금 들이켠 멜버니언의 얼굴에 세상을 다 가진 미소가 번진다. 아침의 행복을 만끽한 이들이 하나둘 자신의 일터로 흩어지고, 가게가 한산해지자 3명의 바리스타가 둘러앉아 자신이 마실 오늘의 커피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시작한다.


*듀크 커피 로스터스 플랫 화이트 4호주달러, 월~토요일 7am~4pm, 일요일 8am부터, dukecoffee.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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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xcursion


멜버른 도심에서 동서남북 어디로 핸들을 돌리든 야생과 조우하고, 농장의 신선한 먹거리를 맛보는 즐거움이 뒤따른다. 멜버니언의 주말 여행지가 궁금하다면, 도심에서 남쪽으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모닝턴 페닌슐라(Mornington Peninsula)로 향하자. 포트필립 만(Port Phillip Bay)과 웨스턴포트 만(Westernport Bay) 사이에 둘러싸인 작은 반도는 멜버른의 고급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혹자는 이곳을 거대 문어를 잡아먹는 ‘파이터 물개’의 서식지로 기억할지 모르지만, 늦가을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여행객은 와이너리나 골프장, 온천 혹은 목장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낸다.

 

모닝턴 페닌슐라의 중심인 레드힐(Red Hill)과 메인 리지(Main Ridge)에는 20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자리한다. 이 지역은 서늘한 바닷바람과 풍부한 햇볕 덕분에 고급 품종으로 알려진 피노 누아(Pinot Noir)를 주로 생산하며, 호주 내에서도 프리미엄 부티크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와인 맛이 변할 것을 우려해 원거리 유통을 하지 않으니 기꺼이 이곳 숲속까지 찾아와 그 진가를 맛봐야 한다. 다행히 끝도 없는 구릉지를 지루하게 걸을 필요는 없다. 호스백 와이너리 투어(Horseback Winery Tour)를 신청하면 말 등에 올라 야생 숲을 누비는 이색 체험이 기다린다. 말을 타고 와이너리 2~3개를 돌며 시음하는 3시간 동안 한량처럼 떠돌며 한적한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는 얘기. 올리브나무가 촘촘히 메운 농가의 와인 셀러로 들어가 포도주를 홀짝이는 일은 숲속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모험이다.

 

*호스백 와이너리 투어 3시간 와이너리 투어 170호주달러부터, horsebackwinerytour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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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st


“레드힐은 한때 허허벌판이었어요. 최고의 식자재를 길러 멜버른 시장으로 실어 나르는 게 전부였지요.” 레드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디 에피큐리언 레드힐(The Epicurean Red Hill)의 총괄 셰프 대런 본(Darren Vaughan)이 말한다. 1920년대 물자를 나르던 철도 앞엔 식품 저장고로 쓰던 창고가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를 개조해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연 본은 인근 농장에서 신선한 식자재를 직접 가져오고, 100여 개의 주변 와이너리와 협력해 지역 와인을 함께 선보인다. “최근 레드힐 주변 목장과 과수원에는 주말마다 여행객이 북적이고, 온천과 승마를 즐기는 휴양객이 늘었지요. 이제 이곳은 완전히 변했어요. 여전히 곳곳에 말과 캥거루가 뛰어다니고, 와인과 과일 맛은 변함없이 훌륭하지만요.” 본은 이른 점심을 자신의 카페에서 느긋하게 보낸 현지인을 떠나 보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나른한 휴일을 즐기는 멜버니언의 다음 행선지는 페닌슐라 핫 스프링스(Peninsula Hot Springs)다. 디 에피큐리언 레드힐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빅토리아 주의 유일한 온천으로, 자연 지열로 형성된 미네랄 온천수가 지하 637미터에서 뿜어져 나온다. 숲속에 듬성듬성 자리한 여러 탕에서는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돌담길을 총총거리며 다니는 사람들은 마치 자연인으로 돌아간 듯 노천욕을 즐긴다. 아담과 이브와 달리, 모두가 타올과 수영복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지만 말이다.

 

*디 에피큐리언 레드힐 화덕 피자 25호주달러부터, 수~금요일 12pm~9pm, theepicurean.com.au

*페닌슐라 핫 스프링스 입장료 35호주달러부터, peninsulahotsprin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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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측 사진)PENINSULA HOT SPRINGS

 

The Winery


멜버른 북동부 야라 밸리(Yarra Valley) 지역의 와인은 종종 유럽의 고급 품종과 함께 세계 최고 와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서늘한 기후와 포도 재배에 최적인 토양을 갖춘 덕에 완만한 구릉지에는 200여 개의 포도밭과 6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자리 잡고 있다. 드 보르톨리(De Bortoli), 도메인 샹동(Domaine Chandon), 예링 스테이션(Yering Station) 등 규모가 큰 와이너리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시음과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값비싼 빈티지 와인도 기꺼이 내준다.

 

도메인 샹동은 프랑스 샴페인 회사 모엣 앤드 샹동의 설립자가 세운 네 번째 와이너리. 야라 밸리에서 키운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으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다. 본격적인 시음을 위해 자리에 앉았다면, 모든 감각을 혀로 집중해야 한다. 붉은빛 액체에 기포가 촘촘히 맺힌 피노 시라즈(Pinot Shiraz) 1잔을 받아 들고 열심히 입을 오물거리자 톡 쏘는 시원함과 숙성된 포도의 산미 그리고 달콤함이 뒤섞여 목구멍으로 흐른다. 소믈리에가 준비해 온 4종류의 와인 외에 별도로 요청하면 이곳에서 가장 비싼 프리미엄 와인도 맛볼 수 있다. 오랫동안 숙성시킨 프레스티주 퀴베(Prestige Cuv?e)는 2005년 빈티지 와인으로 여러 번 찌꺼기를 제거해 깔끔한 맛을 내며 무겁고 진한 향이 배어 있다. 시야가 탁 트인 2층 테이스팅 바와 테라스는 이곳의 명당으로 알려졌는데, 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짙푸른 포도밭 풍경을 보고 있으면 눈이 먼저 취한다. 어느 와인으로 목을 적시든 축배로 기억될 게 분명하다.

 

*도메인 샹동 와이너리 시음권 5호주달러, 10:30am~4:30pm(테이스팅 바), Coldstream, chandon.com.au/vis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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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사진) PHOTOGRAPHS : VISIT VICTORIA

 

The Restaurant


멜버른의 맛집 거리로 유명한 센터 플레이스(Centre Place) 골목. 음식 냄새와 커피 향에 취해 노천에 깔린 아무 의자에든 주저앉고 싶은 충동이 샘솟는다. 식당 앞 테이블 위에 층층이 쌓아 올린 두툼한 샌드위치와 투명 잔에 담긴 화려한 색감의 칵테일이 유혹하는, 약 200미터의 거리는 멜버니언과 뒤섞여 술잔을 기울이며 현지 음식을 논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별다른 구분 없이 일렬로 쭉 늘어선 야외 테이블에선 모두가 어깨를 부딪히며 식사를 하고 술을 권한다.


이주민의 역사가 뿌리깊은 멜버른에는 전 세계 미식이 산재한다. 지금 누군가는 페루 음식에 빠져 있고, 한국 요리를 연구하는 셰프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러니 이 도시의 최신 미식을 경험하려면 이 순간, 멜버니언이 바쁘게 향하는 레스토랑을 뒤쫓아야 마땅하다. 파스투소(Pastuso)는 최근 호기심 가득한 젊은 미식가가 모이는 페루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다. “멜버니언은 음식에 겁이 없어요. 일단 맛보죠. 하지만 미식을 말할 때는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피스코 사워(Pisco Sour) 칵테일 5잔을 심각한 표정으로 만들던 남미 출신의 바텐더가 잠깐 고개를 들어 말을 건넨다. 요리를 내며 마치 어제 먹은 음식을 읊어대는 듯 차분한 종업원과 달리, 붉게 양념한 알파카 고기를 앞에 둔 이들은 하나같이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아시아 음식에 꽂힌 멜버니언이 관심을 보이는 레스토랑 중 1곳인 슈퍼노말(Supernormal)의 저녁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식, 중식, 일식이 섞인 메뉴를 보며 곤욕스러운 듯한 현지인의 표정이 꽤 진지하다. 한쪽에선 채소 쌈을 앞에 두고 난감해 하던 노부부가 어색한 웃음을 짓고, 젓가락을 들고 덤플링을 거침없이 집는 젊은 멜버니언은 의기양양하게 눈짓을 보낸다. 이렇듯 멜버니언의 저녁 식사는 미식을 향한 호기심의 장이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음식이 멜버리언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파스투소 메인 요리 20호주달러부터, 12pm~1am, pastuso.com.au


*슈퍼노말 미트 앤드 피시 요리 35호주달러부터, 일~목요일 11am~11pm, 금?토요일 12am까지, supernormal.net.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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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차를 빌려 드넓은 초원과 깎아지른 절벽 해안을 달리면 광활한 호주의 민낯을 볼 수 있다. 예수의 열두 제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바다 위의 기암괴석 십이사도(12 Apostles)를 만나러 가는 길. 가이드북에선 하나같이 이곳을 ‘절경’이라고 써놨지만, 만약 운전대를 잡았다면 머리 끝이 쭈뼛해지도록 가파른 해안 절벽 위를 달려야 하기에 탄성을 내지를 정신은 없어 보인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차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전부인 여행객을 위한 코스다. 243킬로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해안길을 10년 넘도록 곡갱이와 삽만 들고 건설했을 퇴역 군인에게조차 이곳은 미지의 세계였으리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깎아지른 절벽, 느긋한 리조트 마을,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 틈에 점점이 떠 있는 서퍼. 멜버른 서부 해안을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풍경은 십이사도를 만나기 위한 예고편이라 하기엔 과할 정도로 황홀하다.


대자연이 빚은 십이사도상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차보다 헬리콥터가 낫다.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비, 바람에 제 살이 깎인 8개의 바위(4개는 이미 무너져 내렸다)는 기묘한 모습으로 바다를 지킨다. 상공에서 구불구불한 해안을 1바퀴 도는 동안 아름다운 협곡으로 불리는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 레이저백(Razorback) 암벽, 해식애와 해식동굴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십이사도 바위는 매일 다른 모습입니다. 만약 오늘밤 1개의 바위가 무너진다면, 당신은 8개 바위를 마지막으로 감상한 사람 중 1명이 되겠죠.” 헬리콥터 조종사가 덤덤하게 말한다. “모든 건 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가 의미심장하게 덧붙인 말에 내리자마자 주저 없이 깁슨 스텝스(Gibson Steps)로 향한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십이사도 바위를 역광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해안이 펼쳐지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풍경 속에서는 백사장에 제멋대로 난 발자국마저 로맨틱해 보인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헬기 투어 145호주달러부터, 12apostleshelicopter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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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 VISIT VICTORIA

 

 

The Old Train


멜버른 도심에서 동쪽으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안개가 짙게 깔린 유칼리나무 숲 속으로 향한다. 지금부터는 100년 전 이곳의 역사와 동화 속 모험을 되새기는 것이 좋다.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의 실제 모델인 퍼핑 빌리 증기기관차(Puffing Billy Steam Railway)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증기 열차는 1900년 운행을 시작해 지금은 목재와 가축 대신 차창 밖으로 다리를 내밀고 숲속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을 태우고 달린다. 벨그레이브(Belgrave) 역에서 출발해 젬브룩(Gembrook)까지, 단데농 산맥(Dandenong Range)을 가로지르며 양치류 식물로 뒤엉킨 협곡을 통과하는 선로는 25킬로미터에 달한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출발지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멘지스 크리크(Menzies Creek) 역에서 내려 인근 와이너리로 여정을 이어가지만, 이 낭만 기차를 타고 특별 공연이나 우아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뻔한 증기기관차를 단데농의 명물로 바꿔놓은 주인공은 지역 주민이다. 이들은 1955년 폐쇄된 노선을 되살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보존협회를 만들고 노선 공사를 시작했다. 6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기관사, 승무원, 검표원을 자처해 관광 열차로 운영을 재개했고, 열차가 다시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기 시작한 것. “50년 동안 기관사로 일했어요. 오래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 안에서는 담배를 절대 피우지 못한다는 것이죠.” 일흔 살에 가까운 노장 기관사 데이비드 콘란(David Conlan)은 매년 늘어나는 여행객 덕분에 금연에 성공했다며 농담을 건넨다. 평균 나이 60대의 장기 자원 봉사자들은 오늘도 쏟아져 들어오는 여행객과 함께 사진을 찍고, 열차의 역사를 읊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껏 우리의 일이었고, 죽기 전까지 우리의 일이죠.” 책임 운영자인 빌 아일랜드(Bill Ireland)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이들은 이미 토마스 열차 못지않은 단데농의 유명 인사로 통한다.


*퍼핑 빌리 증기기관차 9am~5pm, 32호주달러부터, puffingbilly.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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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ight Out


멜버른은 마치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듯 기발함으로 똘똘 뭉친 미술관과 거리 문화로 사람의 발길을 붙든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시 유닛(EIU)이 선정한 ‘전 세계 살기 좋은 도시’ 부문에서 5년 연속 1위로 꼽힌 멜버른. 이곳을 여행하고 나면 누구라도 오래 머물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19세기 말에는 수많은 이민자가 서쪽에서 발견된 금광을 쫓아 멜버른에 몰려들었지만, 지금 전 세계 젊은이는 자유로운 문화에 반해 거주지를 옮긴다. “놀라운 도시예요. 오가닉 푸드, 멋진 바, 무엇보다 최고의 와인이 있죠.” 다이닝 펍 택시 키친(Taxi Kitchen)에서 일하는 플로리아(Floria)가 텅 빈 와인잔을 채우며 말한다. 프랑스 출신의 그가 추천하는 와인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는 2년 전 이곳으로 건너와 멜버른 도심에서 가장 전망 좋은 레스토랑을 직장으로 삼은 것에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의 말대로 택시 키친은 멜버른 도심 야경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탁 트인 유리창 너머로 1854년에 지은 황금빛 플린더스 역(Flinders Street Railway Station)과 기하학적 현대식 건물에서 야광 불빛을 내뿜는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게다가 이곳에서 선보이는 퓨전 일식과 와인은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호주의 <굿 푸드 가이드(Good Food Guide)>에서 택시 키친은 2006년 왕관 3개를 받고 멜버른에서 그해 최고의 레스토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우리는 멜버른에서 가장 크고, 멋있는 택시예요. 당신을 멜버른 어디로든 데려다줄 수 있어요.” 바쁘게 음식을 나르는 매니저 줄리언 모건(Julian Morgan)이 말한다. 주말 저녁이면 택시 키친의 루프톱 바를 꽉 채운 사람들이 뒤엉켜 멜버른의 밤을 즐긴다. 택시에서 내려와 야라 강변을 끼고 쭉 늘어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칵테일을 홀짝이거나, 강변을 따라 걷는 밤의 산책은 멜버니언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하루의 마무리다. .
*택시 키친 메인 요리 30호주달러부터, 12pm~늦게까지, taxikitchen.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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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cal's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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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 스트리트(Bourke Street) 위쪽에 자리한 더 페이퍼 북숍(The Paper Bookshop)은 1960년대 문을 연 독립 서점입니다. 호주 작가의 작품과 수입 서적을 모아둔 주인장의 셀렉션이 아주 좋아요. 서점 바로 옆에는 60년 넘은 이탤리언 커피숍 펠레그리니스 에스프레소 바(Pellegrini's Espresso Bar)가 있죠. 테이블 바에 일렬로 앉아 떠들썩하게 파스타를 먹고 카푸치노를 들이켜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이에요. 그리고 블록 아케이드(Block Arcade)와 로열 아케이드(Royal Arcade)처럼 이색적인 장소도 추천해요. 19세기 건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역사적 쇼핑몰로, 보드 게임 숍, 초콜릿 가게 등 전통 있는 숍이 여전히 자리하죠.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은 식료품 시장으로 유명하지만 종종 젊은이들이 모여 벼룩시장을 열고, 독특한 콘셉트의 작은 서점도 들어서 있습니다. 멜버른에서는 골목을 누비며 자신만의 술집, 레스토랑, 희귀한 물건을 찾으러 다녀야 진정한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더 페이퍼 북숍 9am~10pm, 60 Bourke St.


*펠레그리니스 에스프레소 바 8am~11:30pm, 66 Bourke St.


*퀸 빅토리아 마켓 6am~요일마다 다름, 일요일 9am부터, 월요일 휴무, qvm.com.au

 

로버트 슈모아일 올버지(Robert Shumoail-Albazi)는 멜버른 출신으로, 더 페이퍼 북숍에서 일한 지 2달째다. 평생 멜버른을 떠나본 적이 없지만, 지금도 자신이 모르는 뒷골목의 숨은 바와 레스토랑이 수두룩하고 맛보지 못한 맥주와 커피가 더 많다고 말한다.

 

 유미정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멜버른에서 밤마다 호주 와인을 섭렵했다
취재 협조 호주 빅토리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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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9월 [2016] 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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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유미정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9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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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최상위 포식자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은 우연과 실패에 주목한다. 비효율적인 재생산, 감염병에 대한 취약성, DNA 결함 등이 문명사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밝힌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단 세 권의 책만 꼽으라면 『총균쇠』 『사피엔스』 그리고 『인간이 되다』이다.

내 모양의 삶을 빚어가는 여정

글 쓰는 사람 김민철의 신작 산문집.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파리에 머물며 자신에게 필요했던 ‘무정형의 시간’ 속에 담아낸 이야기를 전한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해 온 도시, 파리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되찾고, 내가 원하는 모양의 삶을 빚어가는 작가의 낭만적인 모험을 따라가 보자.

틀린 문제는 있어도, 틀린 인생은 없는 거야!

100만 독자의 '생각 멘토' 김종원 작가의 청소년을 위한 인생 철학 에세이. 인생의 첫 터널을 지나는 10대들을 단단하게 지켜줄 빛나는 문장들을 담았다. 마음을 담은 5분이면 충분하다. 따라 쓴 문장들이 어느새 여러분을 다정하게 안아줄테니까.


문화지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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