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환 “사람들이 위로받기를 원하는구나”
SNS 채널 <책 읽어주는 남자>의 주인공 마음 처방전 『나에게 고맙다』 출간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 그리고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을 찾아보면 ‘괜찮다’라는 단어가 제일 많이 나왔어요. 그 글귀 하나의 힘이 강력하다는 걸 느꼈고, 그게 책의 콘셉트가 되었어요.
아름다운 글 속에서 사람들이 위로와 공감을 받길 바라며 만든 SNS 계정이 있다.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글을 올리던 계정은 점점 인기를 얻으면서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에서 매주 100만 명이 넘는 독자가 보는 책 소개 채널이 되었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에디터이자 작가인 전승환의 『나에게 고맙다』는 공감의 글이 주를 이룬다. 어쩌면 흔한 말이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한 번도 건네지 못했던 “고마워”, “괜찮아”, “오늘도 수고했어” 같은 위로와 감사의 표현이 담겨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보다는 독자들이 읽어서 위로를 받는 글”을 더 쓰고 싶다는 전승환 작가는 읽은 책마다 좋은 구절을 꾸준히 모은 다독가이기도 하다.
글이 쌓이면서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되다
<책 읽어주는 남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오래 전부터 좋은 글을 가지고 싶고, 또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자신이 책의 글귀로 많이 치유받기도 했고, 행복했던 기억이 강해서 책을 읽고 발췌한 글을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많이 공감했기에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게 아닐까 싶어요.
다른 에디터분들도 있나요?
많지는 않아요. 다들 ‘책 읽어주는 남자’ 말고도 각자 본업이 있고, 취미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거라서요. 친한 친구도 있고, 아내도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일하는 방식이 궁금해요. 요일마다 다른 사람이 올리는 건가요?
다들 생계로 하는 일이 있어서 시간이 될 때 몰아서 글을 뽑아요. 그중 예약을 걸어서 올려 놓고 시간과 그 날 감정에 따라서 추가로 올릴 때도 있죠.
글을 편집하는 기준도 궁금합니다.
올리는 기준은 철저하게 제 마음대로에요(웃음) 그날 느낌에 따라 마음가는 구절을 올려요.
예전부터 글귀를 모으는 습관이 있었나요?
네,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적었던 내용도 많았고, 모은 글을 가지고 있기만 하긴 뭐해서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죠. 예전에 저장한 글귀는 거의 다 소개해 드렸어요. 요새는 여러가지 발췌해서 쓰고 있어요. 비오는 날에는 비오는 내용을 올리고,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술과 관련된 걸 주로 올리는 식으로요.
채널 이름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OO 읽어주는 남자’라는 이름이 워낙 자주 쓰이기도 했었고, 상업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생각도 없어서 저작권이 있더라도 위반하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온라인에서 봤을 때 거리감 없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이름이고 직관적이라는 생각에 선택했죠.
본격적으로 구독자가 늘어난 시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페이스북에서 많이 활동했어요. 그 당시에도 비슷한 채널이 많았는데, 카카오스토리에도 채널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아서 같이 운영했죠. 당시 카카오스토리를 전략적으로 많이 밀어주던 때여서 운좋게 노출도 많이 됐고, 그 덕분에 많은 분께 알려진 면이 있어요. 이후로 광고나 제휴 등의 제안이 많이 들어오긴 하는데, 다른 채널처럼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지금도 큰 광고는 안 하고 출판사도 잘 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위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개하는 양을 봐서는 책을 많이 읽으셔야 할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 열린글방이라고 책 빌려주는 곳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만 읽은 책이 만화책 포함해서 오천 권이더라고요. 그 당시에 많이 읽었죠. 요즘은 주말에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훑어보다 마음에 드는 책을 사서 글을 발췌합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셋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채널이 있나요?
카카오스토리에 애착이 많이 가요. 이용하는 연령이 30대 이상이 많아서 진솔한 피드백을 남겨 주시기도 하고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소모성으로 읽는 느낌이 많은데, 카카오스토리는 감수성 예민한 30대 이상이 많다 보니 공유도 많이 하시고요. 독자들에게 감사하죠.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쁘거나 보람있는 때는 언제인가요?
글을 올리고 반응을 보여주실 때가 가장 기뻐요. 지금도 그 행복 때문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요. 답글은 다 못달지만 댓글은 대부분 읽어요. 제가 느꼈던 감정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같이 느끼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글귀로 힘든 감정을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채널을 운영해요.
개인 메시지도 오나요?
개인적으로 보고 싶다, 어떤 사람이냐는 식으로 메시지가 오기도 하는데 대부분 정중히 거절하죠. 저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아요.
<책 읽어주는 남자> 인기 비결은 뭘까요?
첫 번째로는 꾸준함, 그리고 변질되지 않는 콘텐츠의 내용인 것 같아요. 독자들이 여기는 이제 상업적으로 돈 벌려고 바뀐다 싶으면 무너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책 읽어주는 남자>는 계속해서 좋은 글귀를 나누고 공유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사랑받은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SNS 계정에 올릴 때는 이미지도 중요합니다.
그렇죠, 사진 찾는 일도 오래 걸려요. 많이 걸리면 글 하나당 한 시간씩 글에 맞는 이미지를 찾기도 하고요. 이미지도 글과 마찬가지로 제 감성 코드에 맞게 그때마다 찾아요.
‘책 읽어주는 남자’ 채널을 운영하면서 목표가 있었나요?
없었어요. 그냥 좋은 글을 나누고픈 마음이 제일 컸었고, 지금도 연이 닿아서 좋은 출판사 만나 책을 냈지만 목적이라고 할 만한 건 없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를 만나기도 했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건네는 위로와 감사
책을 관통하는 단어가 ‘괜찮다’일 것 같아요. 작가님 자신에게도 했던 말인가요?
계정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 그리고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을 찾아보면 ‘괜찮다’라는 단어가 제일 많이 나왔어요. 그 글귀 하나의 힘이 강력하다는 걸 느꼈고, 그게 책의 콘셉트가 되었어요.
작가님도 힘든 경험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빨리 잊는 성격이라서 나쁜 기억을 찾으라면 없고요. 굳이 무엇이 힘드냐고 한다면 그냥 사는 것 자체가 다 힘든 게 아닐까요(웃음) 그 와중에 기쁨과 행복을 찾는 거겠죠?
작가님에게 책은 어떤 의미였나요?
한 마디로 하면 마음처방전이었어요. 책으로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함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요. 5년 정도 SNS로 글을 나누다 보니 유독 인기가 좋거나 공감이 많이 가는 글귀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런 글을 좋아하고, 글로 인해 행복해 한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많잖아요. 저도 제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었지만 첫 번째 책은 제 이야기 보다 독자들이 정말 원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작가님만의 좋아하는 작가와 책이 있나요?
꼭 한 권, 한 명을 꼽아야 하나요? 한국 작가로는 최갑수 작가님을 좋아해요.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은 정말 좋은 책이기도 하고, 저도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기 때문에 책 말미에 수록한 ‘책읽남 BOOK MAP : 책 세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00권 안에도 작가님의 책을 넣었어요.
여행 에세이도 책에 실려있습니다. 여행이 작가님에게 주는 영감이 있나요?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어렸을 때는 훑어본다는 느낌이었죠. 내 발이 닿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여행이 주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온전히 여행지에서 같이 생활하는 느낌을 바라거든요. 여행은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의 감성을 알고 나누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여행을 하면서 책에 대한 영감도 많이 받을 수 있고요. 제 여행의 목적은 새로운 걸 보는 게 목적이 아니라 거기에서 온전히 사는 사람과 분위기를 함께 한다는 게 가장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님이 여행 에세이를 쓴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요?
여행지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성을 붙잡아서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 감성을 녹인다기보다는 그 사람들의 감성을 녹이고 싶은 거죠. 작가가 이렇게 느꼈구나, 하고 독자들이 받아들이기보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느끼고 생활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걸 써보고 싶어요.
글도 그렇고 ‘책 읽어주는 남자’도 그렇고, 작가님보다는 독자를 먼저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제 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독자들이 원하는 글을 먼저 쓰고 싶어요. 어쩌면 쓰고 싶어하는 글과 독자들이 원하는 글이 맞아떨어진 운 좋은 경우라고도 볼 수 있죠.
책과는 다른 일을 생업으로 하신다고 들었어요. 채널운영과 생업을 동시에 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책 소개는 개인적으로 취미생활이었고 저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에요. 힘들다기보다 오히려 좋은 글을 사람들과 나누는 게 좋고, 그 좋은 감정을 가지고 다시 일하러 가게 되죠.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거기에 속해 있기 때문에 책은 거의 생각을 못하죠. 일하면서 지쳤던 마음을 책을 읽으면서 치유받는 느낌이에요.
전레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셨어요.
레오는 제 세례명이었어요. 처음에는 저를 어떻게든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그 이름을 썼어요. 앞으로는 전승환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겠죠?
토닥토닥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기도 했습니다. 무슨 내용이었나요?
책이 나오게 된 계기이기도 한 프로젝트예요. SNS에서는 긴 글보다 굉장히 짧은 글이어도 힐링하고 마음의 위안을 받는 글이 많잖아요. 독자들에게 직접 자기에게 해주고 싶은 짧은 말을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글을 모아 게재했는데 한 편씩 올릴 때마다 기존에 책에서 발췌한 글보다 두 배나 세 배 정도 가까운 피드백을 받았어요. 정말 힐링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구나, 나 자신을 토닥여주고 싶은 사람이 많구나 하고 느꼈죠. 그 뒤로도 반응이 좋아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글을 받아서 게재했어요.
두꺼비 책방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중고서적을 받아서 작은 도서관에 기증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저번에 진행했을 때는 3, 400권 정도의 책이 모였어요. 일 년에 한 번 정도 진행하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해에도 할 수 있겠다 싶어요.
앞으로의 <책 읽어주는 남자>와 작가 전승환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는 계속 진행할 거고요, 글로써 사람을 치유하는 느낌을 꾸준히 가져가고 싶어요. 사람들이 SNS로 자신이 감동받은 글귀를 공유하는 것처럼 마음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책 읽어주는 남자>도 중간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는 따뜻한 채널로 남게끔 운영할 거고요, 작가 전승환도 계속 마음을 나누는 글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에게 고맙다전승환 저 | 허밍버드
5년 동안 한결같이 좋은 글귀로 위안을 주던 ‘책 읽어주는 남자’가 이번에는 책이 아닌 당신의 마음을 사려 깊게 읽고 다독인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토닥토닥 에세이 《나에게 고맙다》는 어쩌면 세상 가장 흔한 말이지만, 정작 내게는 한 번도 건네지 못했던 말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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