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서삼독(書三讀)을 깊이 새깁니다”
소설가 조영주의 서재
책을 대하며 마음에 담은 말은 ‘서삼독(書三讀)입니다. 텍스트를 읽고,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에도, 쓸 때에도 늘 서삼독을 실천할 수 있기를 빕니다.
바람 잘 부는 날이면 얼음물이나 아이스커피를 챙겨 집 근처 여대 교정으로 놀러 갑니다. 잔디밭, 아름드리나무 아래 놓인 벤치에 적당히 앉아 책 한 번 들여다봤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북한산 올려다봤다가 참새들 지나다니며 강냉이 쪼아 먹음 그런가 보다 했다가 까치가 와서 놀면 눈으로 좇다가 모기도 물리면서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북한산 너머로 저녁 어스름이 깔립니다. 이 순간을 좋아합니다.
요즘의 관심사는 세월호입니다. 최근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4.16단원고 약전 북콘서트에도 다녀왔습니다. 두 시간 반에 걸쳐 진행되는 북콘서트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를 읽었고, 지금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인 『4.16 단원고 약전』과 고 김관홍 잠수사를 비롯한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거짓말이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끊임 없이 내면에서 회자하며, 결코 잊지 않으려고요.
오랜 세월 작가보다는 독자에 가까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대하며 마음에 담은 말은 ‘서삼독(書三讀)입니다. 텍스트를 읽고,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고 신영복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십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에도, 쓸 때에도 늘 서삼독을 실천할 수 있기를 빕니다. 아마 모든 작가가 그런 마음으로 책을 쓸 겁니다. 모든 작가가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저는 그러합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책을 읽는 당신도 그러하길 빕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을 고르는 일은 어렵습니다. 너무 많아서 난감해요. 게다가 다른 작가님들이 저랑 같은 책들을 워낙 많이 말씀하셔서 것들도 또 적는 건 추천하는 의미가 없어 보여서 (이유, 데미안, 그리스인 조르바, 필경사 바틀비, 7년의 밤 등) 한참 추렸습니다.
명사의 추천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저/김소연 역 | 북스피어
왜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의미를 알고 싶었을 때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삶이 힘들 때면 가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펴고 마지막 문장을 한참 들여다본다. 그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용서하는 법을 일깨우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꿈속의 꿈
에드거 앨런 포우 저/공진호 역/황인찬 서문 | 아티초크(Artichoke Publishing House)
은어낚시통신의 소설가 에드거 알란 포우는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그런 에드거 알란 포우의 시선이 공진호 선생의 번역으로 나왔다. 이 시선에서 가장 감각이 탁월한 번역시는 Raven일 것이다. 원문의 Nevermore라는 후렴구를 ‘영영’이라는 단어로 번역하다니, 놀라운 감각이었다.
색, 샤라쿠
김재희 저 | 레드박스
해가 지고 나면 하늘이 무슨 색이 되는지 아는가. 이 책을 보고 나면 알게 된다. 그 색은, 샤라쿠의 인생을 관통하는 색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삶이란, 그리고 그 예술가가 만들어낸 작품이란 결국 모두 단정 지을 수 없는 하나의 색인 것이다.
스틸 라이프
루이즈 페니 저/박웅희 역 | 피니스아프리카에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스리 파인스의 동네 주민 중 한 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인 ‘어느 그림’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에는 마치 그 그림이 내 앞에 펼쳐지기라도 한 듯한 감격에 한참 눈물을 흘리게 된다.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오노 후유미 저/추지나 역 | 엘릭시르
『십이국기』 시리즈 중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를 인상 깊게 보았어요. 남이 나를 좋아하는 것과 내가 남을 좋아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소설. 이 소설을 통해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었다.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의 의미와 기쁨을 알게 됐다고 할까요.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저/안현주 역 | 북스피어
레이먼드 챈들러의 서간 등을 모은 책.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향을 받았다는 에세이 ‘챈들러 스타일’이 실려 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마다 이 책을 문뜩 펼쳐 충동적으로 몇 부분씩 보면, 그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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