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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인문학자에서 패션전문가에 이르기까지

『패션 MD』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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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이 그렇듯 이 직업도 겉에서는 화려해 보여도 뒤에서는 정말 ‘노가다’처럼 힘이 듭니다.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물 밑의 발이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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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편집숍, 스페이스눌의 오너이자 대표 MD 김정아. 그녀에겐 직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도스토옙스키 전문가라는 타이틀이다. 그녀가 한국어로 옮긴 러시아 관련 문학 서적만 14권이다. 하지만 오늘은 문학박사가 아닌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그녀를 만난다. 호프, 데바스테, 파드칼레 등 패셔니스타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를 한국에 도입해 알리고, 보다 새롭고 독창적인 브랜드를 발 빠르게 소개하게 위해 늘 고군분투하는 김정아. 이번에는 『패션 MD』라는 책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어떻게 인문학자에서 패션계로 전향하게 되셨나요?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사랑만큼은 아마 국내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절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겁니다. 학자로서도 여자로서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과 연약하고 순수해 깨져버릴 것 같은 그의 영혼을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아직도 신문처럼 예상치 않은 곳에서 광대뼈가 불쑥 불거져 나온 그의 얼굴을 보게 되면,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둥켜안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우습죠? (이런 절 보고 제 남편은 ‘주책’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모교인 서울대에서도 박사과정 원생들에게 도스토예프스키를 가르쳤고, 지금도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의 번역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 번역서에는 항상30~40페이지 분량의 역자 해설이 붙어 있습니다. 독자가 도스토옙스키를 어렵다고 느끼지 않도록 독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려다 보니 말이 길어지는 거지요.

 

대학 때부터 저의 주 구매 목록은 두 가지였어요. 책과 옷. 지금은 서울대에 김태희처럼 예쁜 여학생이 많지만, 제가 다니던 198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헐렁한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전 그때에도 긴 머리에, 살랑거리는 원피스, 하이힐,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가방을 고수했습니다. 학교에 몇 안 되는 여성스러운 학생이었죠. 책과 옷, 즉 인문학과 패션은 저에게 있어 동떨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 둘 다 저의 일부이고 저를 구성하는 DNA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20여 년은 인문학에, 2007년부터 지금까지는 패션에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쳤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자에서 패션계로 ‘전향’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맞는 표현이 아닙니다. 전 지금도 낮에는 패션전문가, 또는 패션회사의 CEO이지만 새벽에는 인문학자니까요. 패션과 인문학, 그 두 가지는 여전히 제게 있어 현재진행형입니다.

 

기상 시간이 남다르다고 들었어요. 편집숍을 경영하는 오너로서 그리고 인문학자로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생활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한 살, 세 살배기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몸에 밴 생활 패턴입니다. 공부할 시간이 아이들이 자고 있는 새벽 시간밖에 없어 아이 둘과 함께 8시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저 혼자 몰래 새벽 1~2시에 일어나 공부를 했습니다. 귀국 후에도 이 패턴은 바뀌지 않아 새벽 1~2시경이면 잠에서 깨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합니다. 6시경에 여러 가지 신문을 읽고, 주스와 간단한 토스트 등 어메리칸 브렉퍼스트 스타일로 식구들의 아침을 준비합니다. 9시~9시 반경에 회사에 출근하면 미팅과 이메일, 그날그날의 일들로 하루가 정신 없이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프레시 자몽 주스 큰 것을 사가지고 5~6시 사이에 퇴근합니다.

 

8시에 잠자리에 드는 관계상 저녁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생략합니다. 남들이 놀거나 쉬는 저녁 시간에 전 자고, 남들이 잘 때 공부하는 거죠. 하지만 공부는 이 세상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녁에 논다면, 전 새벽에 노는 셈이죠. 잦은 해외 출장을 제외하면 국내에서의 제 생활은 이렇게 지극히 단순합니다.

 

최근 『패션MD』를 출간하셨습니다. 어떤 분들이 보면 도움이 될까요?


편집숍이 대세이다 보니 백화점 바이어들도 어느 날 갑자기 액세서리 편집숍을 해라, 신발 편집숍을 해라, 북유럽 편집숍을 해라 등의 지시를 받게 됩니다. 그럼 9년 전 이 일을 시작할 때의 저처럼 거의 심장마비에 걸릴 지경이 되는 거지요. 원래 제가 패션 쪽에서 일을 하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 9년 전에는 정말 하나하나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쉽게 알려주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정말 별것 아닌 정보도 영업 기밀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MD를 전문으로 육성한다는 학원은 너무 비싸 3~4주에 강의료가 몇 백만 원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패션쪽 일, 특히 ‘패션MD’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나, 갑자기 편집숍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는 바이어, 또 편집숍 오너의 꿈을 안고 있는 많은 분들이 저처럼 맨땅에 헤딩하듯 이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MD와 편집숍에 관한 내용을 강의하거나 누군가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보람을 느끼곤 했습니다. MD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을 만날수록 보다 체계적이고 실용적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전문 서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MD가 되기에 꼭 필요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발로 뛰며 체득한 노하우가 담겨 있습니다.

 

패션 MD는 참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에요. 이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도 많은데요, 정확히 패션 MD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할까요?


모든 직업이 그렇듯 이 직업도 겉에서는 화려해 보여도 뒤에서는 정말 ‘노가다’처럼 힘이 듭니다.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물 밑의 발이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요. 패션 MD는 브랜드 서치, 상품 바잉, 상품 입고, 상품 로테이션, 세일즈팀과의 소통 등 상품 전반의 업무를 다 하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MD가 ‘모든 것을 다 한다’의 약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웃음) 감도 있어야 하고, 성실하고, 무엇보다 옷을 좋아해야 하고, 또 세일즈팀에 대한 리스펙트도 가질 수 있는 인성도 있어야 합니다. 영어는 읽고 간단한 회화 정도만 가능하면 되고, 일어도 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가능하면 몸매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바잉을 갔을 때 샘플에 몸이 멋지게 맞아야 하니까요.

 

브랜드를 셀렉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뜰 것 같은 브랜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소위 말해 촉이 오는 건가요?


책 안의 내용 중 손품 팔기와 발품 팔기 편이 있습니다. 손품 팔기를 통해 전세계에서 잘 나간다는 멀티숍의 뉴 브랜드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브랜드가 여러 개의 멀티숍에서 모두 소개된다면, 그것은 한국에서도 곧 뜨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이죠. 그리고 또 책 속에 콜렉션 탐방하기 편이 있는데, 각 대도시의 컬렉션에서 꼭 가봐야 하는 큰 페어들을 소개해 놓았습니다. 이 페어를 돌다 보면 바이어의 취향, 즉 자신의 멀티숍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브랜드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 신나게 바잉을 하면 되는 거지요. 시차 적응이 안되어 몽롱하게 다니다가도 예쁜 브랜드를 발견하게 되면 눈이 동그래지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그리고 마구마구 기운이 납니다.

 

최근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 이유는요?


호프(Hope)와 파드칼레(Pas de Calais). 이 두 브랜드는 패셔니스타라면 주목해야 할 브랜드입니다. 요즘 북유럽이 대세입니다. 북유럽 중에서도 스웨덴은 패션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유명한 4대 브랜드는 아크네, 호프, 타이거 오브 스웨덴, 필리파 케이인데, 아크네만 SI (신세계)가 국내 독점권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세 브랜드의 국내 독점권은 저희 회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호프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프랑스에서도 팬층이 두텁습니다. 얼마 전 아크네의 12년차 디자이너가 호프에 조인해서 아크네스럽지만 호프 특유의 편안함을 가진, 매우 합리적인 가격대의 훌륭한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그래서 국내의 유명 편집숍들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지요. 특히 매 시즌 두 스타일 이상이 추가되는 호프의 바지 컬렉션은 세일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완판을 거듭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다음 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얼리 어댑터가 많다는 한 백화점에 호프 단독샵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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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파드칼레(Pas de Calais)는 세계화된 일본 브랜드로, 롯데, 삼성, 신세계 등 대기업들의 줄기찬 구애를 받았지만, 결국 저에게 독점권을 맡긴 의리 있는 브랜드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뉴욕 소호, 파리 마레지구의 플래그 쉽 스토어도 정말 예뻐요. 세계적인 멀티브랜드 스토어인 바니스 뉴욕에서 거의 완판을 자랑하는 브랜드입니다. 또한 파리에서 가장 핫한 편집숍으로 떠오른 메르시(MERCI)의 대표 브랜드이기도 하지요. 국내에서도 팬층이 매우 두껍고 이 브랜드 역시 국내의 유명 편집숍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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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수입 멀티숍은 대세이지만 손익구조가 쉬운 비즈니스 모델은 아닙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마 앞으로는 보다 전문적이고 업그레이드 된 형태의 라이센싱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전 세대에서 양말, 손수건, 수건 등에까지 진행되었던 입생로랑, 발망 등의 라이센싱이 브랜드 이미지의 실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며 실패로 돌아갔다면, 보다 업그레이드 된 다른 형태의 라이센싱이 각광받게 될 거예요. 브랜드의 DNA는 그대로 간직한 채 그 브랜드가 약한 부분, 또는 한국 시장에 꼭 필요한 부분 등을 보완하는 형태의 라이센싱 말이죠. 하지만 이런 형태의 라이센싱 계약은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엄청난 신뢰를 받아야 가능한 것이고 브랜드의 DNA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전제되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가 국내 독점권을 가진 10여 개의 브랜드가 대부분 이런 형태의 라이센싱 계약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없기 때문에(그것은 또 다른 별개의 영역입니다), 옷을 잘 만들어 낼 수 있고, 브랜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대기업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런 대기업은 제 생각에는 국내에 한두 곳 밖에는 없습니다.

 

이젠 대기업이 작은 회사를 브랜드를 빼앗아가는 대상으로가 아니라 상생의 대상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패션마켓이 성숙해졌다고 봅니다. 저도 역시 이젠 ‘나홀로’가 아닌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제가 가진 브랜드들을 한 단계 성장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전 독점권을 가진 브랜드에서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고, 그 브랜드들이 무엇이 강점이고 무엇이 약점인지 브랜드의 A to Z까지를 다 알고 있으니, 만약 옷을 잘 만드는 대기업이 브랜드의 약한 부분만을 잘 채워낸다면 브랜드도, 저도, 대기업도 윈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국내 패션계에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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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MD

김정아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막연하게 알고 있는 편집숍 패션 MD의 업무를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짚어준다. 주목해야 할 편집 스토어, 인기 있는 패션 블로거들의 스타일, 주목해야 할 세계 4대 컬렉션의 페어, 협상 노하우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알짜 정보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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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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