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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난슬 “아름다운 단어를 수집하게 됐을 때”

가수 정새난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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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저의 복잡한 감정들이 다른 이가 쓴 책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엮여서 제 안으로 들어올 때, 아름다운 단어를 수집하게 되었을 때, 심장이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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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저의 복잡한 감정들이 다른 이가 쓴 책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엮여서 제 안으로 들어올 때, 아름다운 단어를 수집하게 되었을 때, 심장이 뜁니다. 멀리 떨어진 누군가와 강하게 공명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고 마음에 새로운 근육이 자란 듯이 느껴져요. 저를 도발하고 흔들어 놓는 책을 만나면 몇 번이고 다시 읽습니다. 오래 사귀게 될 애인이나 뜻이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 같아요.

 

요즘 28개월인 딸의 언어 능력이 폭발하고 있어요. 일찍부터 한글을 가르칠 생각은 없지만 언제가 되었든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어렸을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찾아보고 있어요. 학원출판공사에서 나왔던 ABE전집은 정말 훌륭했는데 출판사도 사라졌고,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 다시 나오지 않네요. 이제는 중고도서로만 찾아 볼 수 있다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어머니는 마녀가 아니에요’, ‘아이들만의 도시’,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마침내 날이 샌다’, ‘늑대에겐 겨울 없다’ 등 멋진 제목을 가진 책들이 많았어요. 똑같은 경험을 물려줄 수는 없어도 아이 연령에 맞는 동화들을 먼저 읽고 차곡차곡 수집해서 나중에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어린이, 청소년 소설도 관심이 가기 시작해서 미하엘 엔데의 책들을 다시 읽을 계획입니다.

 

최근에 펴낸 제 책 『다 큰 여자』는 저의 다름과 어둠, 일상에 관한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울퉁불퉁하고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제가 일관되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그것은 ‘모난 돌이어도 괜찮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지요. 서로의 차이로 인해 풍요로워지는 세계에 살고 싶달까. 그리고 자신의 우울이나 어둠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을 너무 밀어내지 말고 바라보고 껴안자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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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 저 | 교양인

힘들었던 시기, 흐려지던 내 의식을 명료하게 만들고 우울에서 꺼내 준 인생의 책. 인간은 누구나 독서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흑백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 북스피어

작년 여름 내게 완벽한 휴가를 선사한 책이다.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물 보다 에도 시대물을, 변조괴담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 시대의 의식주 묘사도 생생하다.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하는 문장들이 많다. 주인공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으스스하면서도 유쾌하고, 아릿하기까지 하다. 책을 읽은 뒤엔 언제나 인간의 마음과 그것의 허약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저/김희영 역 | 동문선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치열하게 황홀하며 동시에 지독하게 외롭다. 그가 쓴 모든 문장들은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롭다. 지금 사랑을 하거나 혹은 쉬거나, 아예 그 단어를 인생에서 삭제해버린 이들이 읽어도 공감할 만한 명작이다.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글,그림/김난주 역 | 비룡소

처음 읽었을 때 가슴에 큰 돌이 떨어진 것 같았다. 딸에게 사랑은 이런 것이라고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담담한 어조로 대단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 예쁜 슬픔의 여운이 긴 동화다.

 

 

 

 

 

 

백 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안정효 역

살아있는 책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텍스트로 붙잡아 놓을 수 없는 이미지들이 신비롭게 펼쳐진다. 기묘하고 과장된 세계, 인물들의 체험된 역사가 비현실 속에서 현실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너무 흥미로웠다. 마술적 사실주의에 매료된 계기가 된 책이다.

 

 

 

 

 

영화

 

버팔로 66
빈센트 갈로 | 드림믹스

불이 꺼진 볼링장에서 느린 탭댄스를 추는 레일라의 눈빛, 슬픈 허풍을 떠는 빌의 목소리. 독특한 색감과 독백. 영화뿐 아니라 사운드트랙도 굉장히 좋다.

 

 

 

 

 

 

광란의 사랑
톰 잭슨 저/김희봉 역 | MID 엠아이디

트윈픽스 덕분에 데이비드 린치의 광팬이 된 내가 제일 사랑하는 그의 영화. 룰라와 세일러라는 주인공들의 이름만 들어도 미소 짓게 된다. 한국어 제목처럼 광기에 젖은 사랑, 데이비드 린치식의 러브 스토리가 날 선 인물들을 선보이며 기묘한 격정의 세계로 나를 빨아들였다.

 

 

 

웬디와 루시
Michelle Williams | 키노필름

배우 미셸 윌리엄스를 재발견한 영화다. 고물차를 끌고 일자리를 찾아 알래스카로 향하는 웬디.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견 루시를 잃어버리고 난 뒤 그녀가 겪는 일들이 너무나 쓸쓸해서 눈물이 펑펑 나왔다. 쓸쓸한 수채화 같은 풍경, 막막하고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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