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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스튜어디스로 살아가기

『그저 나이기만 하면 돼』 노경원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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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두고 마는 미래와,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가며 정리하고 다듬어둔 계획 사이에는 분명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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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이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은 그 어떤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고3 시절, 1년 만에 외국어 영역 점수를 14점에서 91점으로 끌어올린 공부법으로 유명해졌던 ‘소유흑향’ 노경원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12개국을 여행하고 여행기를 냈다. 처한 환경이나 주변의 시선에 강요당한 열정이 아닌 ‘가슴이 시켜서 하는 일’을 찾았다. 이후 미국에서 스튜어디스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그저 나이기만 하면 돼』에서는 여전히 꿈꾸고 공부하고 경험하는 저자의 일상은 물론, 미국에서 스튜어디스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고단함, 네이티브가 아닌 영어생활자로서의 어려움, 멀리 떨어져 있어 더 애틋한 한국의 가족과 새로 꾸린 가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소유흑향의 팬들이라면 그동안 궁금했을 법한 근황들도 모두 밝혔다. 누구나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일 수만 있다면, 내 안의 목소리를 잊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외침이 책 속에 가득하다.

 

『그럼에도 여행』 이후 2년 만입니다. 저번 책이 여행 경험을 위주로 썼다면, 이번에는 외국에서의 스튜어디스 생활을 중점적으로 다루셨는데요. 이번 책을 쓰면서 달랐던 점이 있다면 뭘까요?

 

『그럼에도 여행』은 책 제목처럼 여행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새롭고 낯선 곳에서 내가 어떤 것들을 보고, 듣고, 느꼈는지가 주였던 거죠. 그래서 동적일 수밖에 없었고, 계속해서 더 특별하거나 근사한 곳으로, 다시 말해 끊임없이 앞을 향해서 나아가는 느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책은 전작과 비교해본다면 굉장히 정적입니다. 그건 미국이라는 하나의 여행지가 어떤 최종적인 목적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잠시 경험하고 작별을 고해야 했던 여행지들과는 다르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영원해 보이는 거대한 세상에 대한 혼란스러움과 불안감, 그리고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스튜어디스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하나의 일부로서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으로서 힘든 경험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전히 외국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자면.

 

영어는 언어입니다. 그러면서 학문이기도 합니다. 어떤 범위가 더 넓은지, 둘 사이에 어느 정도의 교집합이 존재하는지, 무게 중심은 어디에 있는지 같은 건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전자의 영역은 후자와는 다르게 단순히 단어를 외우거나 문법을 익힌다고 해서 완벽해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난해하고, 어렵고, 난감합니다. 학문으로서의 영어라면 그동안 공부해왔던 단어와 문법들을 매끈하고 반짝거리는 메스날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효과적인 도구만 얻을 수 있다면 알파벳으로 둘러싸인 복잡한 문장들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게 찢고 분석하고 해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어로서의 영어는 그런 체계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들로도 정복할 수 없는 고유의 독립성 혹은 완전성이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언어는 단순히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습하고 익혀온 그 모든 경험과 문화의 총체로서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들에게는 살아온 세월만큼의, 다시 말해 내가 놓치고 지나쳤던 경험과 시간만큼의 어마어마한 장벽이 눈앞에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어렵고, 힘들고,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내 이름조차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파란 눈의 외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선택된 천재가 아닌 이상 모든 범인들이 겪는 딜레마 일 수밖에 없는 거죠.

 

따라서 외국어를 학습하는 데 ‘부끄러움’이나 ‘실수’ 같은 단어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그리고 어려운 것을 어렵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도 아주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영어를 공부하기에 앞서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혹은 공부해야만 하는 영어가 어떤 분야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영어로 졸업논문을 써야 한다면 언어보다는 학문으로서의 영어에 더 진중하게 임해야 할 것처럼 말입니다. 모쪼록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이들이 그 장벽 앞에서 가만히 서 있기 보다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서 그 벽을 넘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영광의 날이 당도한다면, 제게도 꼭 그 방법을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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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외국 항공사에 취직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사실 잘 모릅니다. 제가 경험해보지 않은 분야, 혹은 무지의 영역을 추측과 억측으로 일반화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혹은 일하고 있는 항공사에 대해서라면 영어에 대해 답한 것처럼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몸집이 큰 질문에는 쉽게 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외항사도 외항사 나름의 규칙과 전통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저는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그것을 목적으로 오랜 시간 준비를 한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제가 나설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한국과 외국을 비교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에피소드가 있나요?

 

사람들이 따뜻하면서도 차갑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나누고 친해져도, 너와 나 사이의 선이 확실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이건 미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성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곳에서는 한국의 ‘우리’라는 개념이 굉장히 희박합니다. 우리나라, 우리 집이 아니라 내 나라, 내 집인 겁니다. 예컨대 “여기에 놀러온다고? 그럼 우리 집에서 지내도 돼. 부모님도 허락하실 거야”라는 한국어가, 미국에서는 “여기에 놀러온다고? 그럼 내 부모님 집에서 지내도 돼”라는 문장으로 모습을 바꿔버립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는 곳을 ‘우리 집’으로 부를 수 없다니. 우리 언니가 아니라 내 언니라니. 소유의 개념이 확실하다는 건 분명 사회 제도적으로 본다면 이성적이고 깔끔한 현상이겠지만, 그 내면에서 뚝뚝 묻어나오는 서늘한 감정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상 영원히 지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강아지, 메이와의 인연도 이번 책에 실렸습니다. 외국 생활에서 큰 위로가 되었을 것 같은데요.

 

미국에 왔을 때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친구라기보다는 대화 상대이자, 이 세상에는 내가 아닌 다른 생명체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매일 아침 확인시켜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죠. 동물보호소에서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어린 강아지들을 만나는 건 사실 그렇게 흔하지 않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파양되어서 다시 돌려보내진 동물들이 과반수라고 하니, 그날 제가 그곳에서 배가 바닥에 닿을 것처럼 자그마한 메이를 만났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었던 셈입니다. 지금은 세 살인가 네 살인가 그렇습니다.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 건, 항상 한 살 언저리의 ‘여전한’ 강아지라고 생각하며 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성견으로 자라주었지만 여전히 제게는 아기처럼 작고 소중한 존재인 모양입니다. 

 

여전히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책을 읽고 계십니다. 가장 최근의 여행과 최근 읽고 있는 책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장 최근의 여행은 20일 동안 한 일본 여행입니다. JR 패스라는 걸 구입해서 일본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아, 홋카이도는 제외하고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처럼, 겨울이 가득한 세상에 가고 싶어서 남겨두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은 e북으로 구입한 책입니다.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짧은 산문집이었습니다. 묘한 반발심에도 끝까지 읽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순간 바로 자신의 한계가 생긴다”라는 문장은 특히 더 선명합니다. 계획을 세우는 걸 엄청나게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더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만 해두고 마는 미래와,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가며 정리하고 다듬어둔 계획 사이에는 분명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 내가 읽고 듣고 보는 모든 것들을 진리라고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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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자극을 주는 걸로 유명합니다. 작가님의 글이 이렇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자극은 제가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직접 만들어내는 ‘원동력’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제 글을 읽고 뭐 이런 쓰레기 같은 책이 다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넘치게 많지 않겠습니까. 저는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도 않았고, 스펙터클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며, 성공이라는 잣대를 두고 비교해본다면 하염없이 밑으로, 밑으로 떨어지는 사람입니다. 자신감은커녕 불가촉천민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이런 글에도 공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제게도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입니다. 어쩌면 나라는 사람이 내면에 있는 어떤 열등감이나 자책감, 허세, 혹은 자의식과잉 같은 부정적이고 날카로운 단어들을 남발하는 것에 그 어떤 방어기제나 망설임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책은 어떤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나요?

 

음, 앞에서 밝힌 ‘자극의 원동력’을 가진 분들만 읽어주세요.

장난입니다.

한정은 없습니다. 이유도 궁금하지 않아요. 그저 누군가가 읽어주시기만 한다면, 이런 못난 글이라도 책으로 세상에 나온 목적이 채워지기에 감사할 뿐입니다. 공감을 바라지도 않고 자극을 받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냥 읽는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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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나이기만 하면 돼노경원 저 | 시드페이퍼(seed paper)
꿈꾸고 공부하고 경험하는 저자의 일상은 물론, 미국에서 스튜어디스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고단함, 네이티브가 아닌 영어생활자로서의 어려움, 멀리 떨어져 있어 더 애틋한 한국의 가족과 새로 꾸린 가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소유흑향의 팬들이라면 그동안 궁금했을 법한 근황들도 모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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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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