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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사춘기를 돌려줘!

제5회 한우리문학상 어린이 장편 부문 당선 『블랙리스트』오혜원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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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면서 가장 행복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즐겁게 놀 시간만 준다면, 어느 곳에서든 행복해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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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한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쫓기는 친구를 돕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블랙리스트 5단계까지 오르면 머리에 칩을 넣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머리 칩 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갑자기 성적이 오르고 얌전해지며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만, 이한은 수술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수술을 받은 후 사라진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라에서는 사춘기 아이들을 요주의 인물로 규정해 머리에 칩을 넣거나 백신 주사를 맞혀 통제하려고 한다. 사춘기 아이들의 고민과 방황이 사회를 어지럽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고민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한우리문학상을 받은 『블랙리스트』는 사춘기를 전체주의 구조의 방해 요소로 낙인찍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아이들이 처한 답답한 현실을 은유한다. 오혜원 작가를 만나 작품에 담긴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렸을 때 어른에게 ‘경고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괴롭고 화가 났다고 하셨는데요, 그때 품었던 마음들이 작품에까지 영향을 끼칠 만큼 크셨나 봐요?

 

저는 어렸을 때 저만의 이유를 낱낱이 말 할 수 있을만큼 당찬 성격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른들은 제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결과만 보고 경고! 라고 말했어요. 그때마다 제 자신이 곡해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롭고 화가 났어요. 그래서 더 사춘기가 심했는지도 몰라요. 그 마음을 작품 속에서 드러내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은 못하지만 나름 사춘기라는 성장통을 겪으며 크고 있는 것이라고요.

 

아이들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사춘기 아이들’에 대해 쓰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크려고 아픈가보다.” 라는 말은 아기 키울 때 흔히 듣는 말이에요. 정말 아이들은 한번 아프고 나면 뒤집고, 또 한번 아프면 기고, 또 한 번 아프고 나면 걷기의 묘기를 보이더라고요. 사춘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정신적으로 훌쩍 자라기 위해서 겪는 성장통의 시기라고요. 나 중심의 세계를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기 위한 입장권이라고 할까요? 가볍게 지나치는 친구들도 있지만 치열하게 고민하며 아픔을 겪기고 하죠. 그러나 누구나 어른이 되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라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한은 무작정 어른들의 말을 따르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아이입니다. 소위 어른들이 좋아하는 ‘착한 아이’는 아닌데,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른들이 말 할 때 의도는 “선한 세상을 만들어갈 만한 자질을 가진 (선한)착한 아이가 되어라”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종종 착한 아이란 부모님, 선생님, 어른들 말씀을 잘 듣는 아이를 뜻해요. 자신의 의견 보다는 어른이 하라는 대로 말을 잘 들어주는 순응적인 아이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착한 아이란 세상을 자신의 잣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을 잘 하는, 세상에 의문도 던지고 그에 저항하는 선한 의지를 가진 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따라서 어른들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착한 아이라는 말에는 거부감을 느껴요.

 

작품에서 어떤 아이들은 백신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똑똑해질 수 있다면 맞으려고 합니다. 아이 스스로만의 욕구가 아니라 똑똑한 아이가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의 힘이 작용했다고 보는데요.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초,중,고 학교는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한 입시 교육으로 프로그램화 되어 있어요. 이런 체계 안에서는 경쟁할 수 밖에 없고 위로 올라가 똑똑한 아이라는 증거를 성적으로 확인 받아야만 해요. 심지어 성적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이런 사회적인 상황이 아이들이 백신을 맞는다는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곳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여기시는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네, 맞아요.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어른들은 여행을 떠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멀리 갈 필요도 없어요. 아이들은 어른보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더 잘 알고 있거든요. 자신의 방, 마당, 놀이터, 운동장 등 어느 장소건, 비가오거나 눈이 와도, 햇볕이 쨍쨍하나 날씨도 상관없는 것 같아요. 제가 키우고 있는 3남매가 그렇거든요. 형제끼리 잘 놀기도 하지만 스스로 놀이를 찾는데 도사랍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든 사물들을 다 놀이에 포함시켜요. 아이들은 놀면서 가장 행복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즐겁게 놀 시간만 준다면, 어느 곳에서든 행복해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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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엄마들은 백신 투여를 두고 양쪽 편으로 나뉘어 대립하는데, 모두 다 자식을 사랑하고 위한다는 것은 마찬가지 일 것 같습니다. 작가님만의 이상적인 양육자 상이 있으신가요?

 

저도 세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양육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윤택하게 살면 좋지요.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고 글을 쓰면서 느끼고 있는 것이 있어요. 나름대로의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스스로 올곧게 커야 한다는 것을요, 그러려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자신이 행복한 상황을 만들어 줘야겠지요. 부모의 욕심으로 키워지는 아이가 아닌 스스로 성장해가는 아이를요. 따라서 감사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주자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제가 먼저 그렇게 살아봐야 할 것 같아서 노력중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집필과 관련해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있으신지요?

 

요즘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꽂혔어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랑처럼 어려운 말도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부터 친구를 사랑하는 일, 자연을 사랑하는 일, 세상을 사랑하는 일 등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사랑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제 이야기를 읽고 사랑의 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느끼며 자라가기를 바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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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오혜원 글/이갑규 그림 | 한우리문학
나라에서는 사춘기 아이들을 요주의 인물로 규정해 머리에 칩을 넣거나 백신 주사를 맞혀 통제하려고 해요. 사춘기 아이들의 고민과 방황이 사회를 어지럽힌다고 여기지요. 우리는 고민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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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블랙리스트

<오혜원> 글/<이갑규> 그림8,550원(10% + 5%)

우리는 마음껏 고민하며 성장할 권리가 있어요! 나라에서는 사춘기 아이들을 요주의 인물로 규정해 머리에 칩을 넣거나 백신 주사를 맞혀 통제하려고 해요. 사춘기 아이들의 고민과 방황이 사회를 어지럽힌다고 여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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