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래, 내일 뭐 읽지?
예스24 뉴미디어팀 3인이 추천하는 금주의 책
‘마지막 책을 추천한다면, 이걸로 해야겠다. 무슨 주제더라도 무조건.’ 이라고 마음 속으로 이미 점 찍어놓은 책이 있었다.
그동안 사적인 책 추천 ‘내일 뭐 읽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년 동안 좋아하는책을 소개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드미트리, 땡감, 바셀린, 꾸러기 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극해
임성순 저 | 은행나무
애정이 샘 솟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게 우리 삶이다. 내 경험으로 말하자면, 한국소설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고 말하면서도 그 강도가 언제나 일관적이지는 않았다. 2000년대 한창 한국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권리, 김언수, 박민규, 서유미, 심윤경, 한창훈 소설가를 탐독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와서는 관심이 시들해졌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저 먹고 사는 데 바빠서. 최근에 다시 애정이 샘솟았는데, 계기는 임성순 작가의 장편소설 『극해』를 읽어서다. 2차 세계대전 말미, 태평양 한복판에서 일어난 선상 반란. 일본 선원에 억압받던 조선인이 반란을 일으키고,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바뀐다. 마침 미군의 폭격으로 엔진이 고장 나며 배는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식량과 선원들의 인내는 바닥이 나고 배 안에는 피비린내로 점점 덮여 간다. 줄거리만 보면 다소 어두워 재미 없게 보일지도 모르나 빠른 전개와 생생한 묘사로 한 번 펼쳤다 하면 끝을 보게 하는 소설이다. 특히 『극해』가 인상적인 대목은 민족주의를 초월한 시선으로 선/악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2차 세계대전 말미 식민지 조선과 일제라는 특정 역사적 시공간을 묘사했다는 사실이다. 지구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소설. 『극해』는 멋진 작품이다. (드미트리)
푸르른 틈새
권여선 저 | 문학동네
'마지막 책을 추천한다면, 이걸로 해야겠다. 무슨 주제더라도 무조건.' 이라고 마음 속으로 이미 점 찍어놓은 책이 있었다. 더 많은 책을 추천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꼭 많은 이들이 읽고 '서성였으면' 하는 소설. 권여선 작가의 『푸르른 틈새』다. 작가가 서른 두살에 내놓은 첫 등단작이자 첫 장편이다. 작가에게도 의미가 깊겠지만, 이 소설을 처음 읽었던 스물 두살의 나에게도 엄청난 의미를 지닌 소설이다. 모든 것에 미숙했지만, 익숙한 척 애썼던 푸르른 청춘의 골목을 지나쳐왔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소설을 쉽사리 다 읽을 수 없을 것이다. 권여선 작가의 눈부시고 아름다운 문장과 언어도 압권이지만, 굳이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아래 문장은 당신의 틈새에 금세 스며들 것이라 믿는다. (땡감)
"설령 모든 것이 한층 더 나빠진다 하더라도 나는 말을 믿고, 기억을 믿고, 그 밖의 다른 것들을 믿을 것이다. 닫히지 않은 이야기, 닫히지 않은 믿음, 닫히지 않은 시간은 아름답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미완의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북극을 넘어 경계를 넘어 스스로 공간을 열며 뛰어가는 냄비처럼, 상처로 열린 우리의 몸처럼, 기억의 빛살이 그 틈새, 그 푸르른 틈새를 비출 때 비로소 의미의 날개를 달고 찬란히 비상하는 우리의 현재처럼." - 본문 중에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저 | 창비
마지막이 되면 처음을 생각한다. 열일곱 살 때쯤 최영미 시집을 처음 읽었다. '나는 보았다/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지하철에서 1」) 같은 문장을 먹고 자란 음침한 학생은 오늘날 이렇게 사람끼리 서로의 완충재가 되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어머나, 내년이 서른이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거나 잔치가 끝났다거나 하는 자조는 전혀 아니다. 여전히 순대 속의 밥벌레와 서른에 대해 생각하지만, 9호선을 증차하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한다. 1999년에 나온 시집이지만 2015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어디에선가 피부가 뽀얀 10대가 여전히 시 사이를 헤매고 다닐 때 이 시집을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 얼굴이 칙칙한 직장인도 물론이다.(바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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