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스스로 무지를 자각해야 어른”
예스24 X 민음사 세계문학 고전학교 강의 제 1강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무지하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계해야 합니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을 경계하거나 의심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지의 상태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3월 17일, 논현역에 있는 북카페 토끼의 지혜에서 <2016 세계문학 고전학교>가 열렸다. ‘사람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를 주제로 한 이번 강연은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의 저자 딴지일보 김용석 편집장과 함께했다.
‘어른’이라는 단어의 정의
김용석 편집장은 먼저 사회에서 통용되는 어른의 정의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민법상 만 20세 이상이거나, 결혼해서 아이가 있거나, 자기 일에 책임을 지고 돈을 버는 사람들을 진정한 어른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나이가 많다고 해도 어린 사람을 무시하는 이들을 우리가 어른 대접 해주진 않죠? 결혼하거나 자식을 낳으면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근 발생했던 원영이 사건만 봐도 결혼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을 버는 사람은 어른일까요? 자기 일은 잘하지만 부하 직원을 무시한다거나 폭행하는 사람들을 과연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형식적으로 따지자면 그럴 수 있겠지만 ‘진정한 어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김용석 편집장은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갖춰야 하는지 말하기 전에 어른이 아닌 사람들의 특징을 편견과 우상숭배, 자기합리화, 증오로 정리했다.
“다음 중 가장 안 좋은 편견은 무엇일까요? ‘일본사람은 다 죽여야 해’, ‘전라도 사람은 뽑으면 안 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 ’어린아이들은 말로 해선 안 돼’ 넷 다 끔찍하죠. 이처럼 편견은 자신이 지지하는 것 외엔 보지 않으려는 폭력적 성향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편견은 모조리 다 위험합니다.
두 번째로 우상숭배는 편견과 비슷한 존재입니다. 편견의 뉘앙스가 ‘-는 무조건 나쁘다.’라면 우상숭배는 ‘-는 무조건 좋아.’ 겠죠. 편견의 일종인데 조금 다릅니다.
세 번째는 자기 합리화인데요. 자기 합리화를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자신이 가진 편견을 마치 편견이 아닌 것처럼 말해야 하니까요. 자기 합리화를 하는 방법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거나, 권위나 관습에 의존하거나 집단에 묻어가는 경우 등이 있죠.
마지막은 증오입니다. 증오는 미움, 무시, 경멸, 무관심 등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자기 합리화를 통해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증오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법
김용석은 편견, 우상숭배, 자기합리화, 증오가 무지에서 오는 것이므로 ‘나 스스로 무지함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어른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전했다.
“무지한 사람들은 자신이 무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 놓고 당당하게 어른 대접을 받고 싶어 하죠. ‘무지’는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전문학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소크라테스가 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이 문장을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정확한 뜻은 ‘네가 인간이라는 걸 알라. 네가 신이 아님을 알라’입니다.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것입니다. 따라서 무지함을 아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용석 편집장은 무지함을 깨달음으로서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전문학 『그리스인 조르바』와 『데미안』을 통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자유인으로 굉장히 유명합니다. 조르바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인이었을까요? 아마도 아니었겠죠. 여기서 조르바의 과거를 들출 수밖에 없는데요. 조르바는 굉장한 우상 숭배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사이가 나빠진 터키와 불가리아의 사람을 만나면 강간을 하거나 죽였습니다. 아마도 그는 애국한다는 이상한 자기합리화에 사로잡혔을 겁니다. 조르바는 애국심과 관념의 노예였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의 나라는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조르바는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데미안』도 마찬가지 입니다. 선량한 집안에서 태어난 싱클레어는 어느 날 동네 나쁜 학생인 크로머를 만나게 되죠. 싱클레어는 크로머와 어울리다가 그에게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 때부터 인생의 고난이 시작되는데요. 제가 생각할 때 싱클레어는 선과 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부모님은 선, 음담패설을 나누는 자기 집 하인들은 악 이런 식으로요. 그러나 선과 악을 나누면서 싱클레어는 그의 기준에서 악으로 분류되는 크로머와 어울리죠. 궁지에 몰리는 순간에는 데미안을 악으로 취급하고요. 그러다 그도 조르바와 마찬가지로 깨달음을 얻어 성장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용석 편집장은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각하고, 경계하고, 경험하며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독서를 한다면 책 속 주인공의 삶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어른이 되는 데 더욱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무지하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계해야 합니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을 경계하거나 의심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지의 상태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경험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가 악마였던 경험이 없었다면 과연 뭔가를 깨닫고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었을까요? 『데미안』의 싱클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짓말을 했던 경험을 통해 고뇌하며 점점 성장해 나간 거죠. 직접 겪어서 만들어지는 경험 말고 또 다른 형태의 경험도 얼마든지 쌓을 수 있습니다. 독서를 하는 건데요. 저는 독서의 본질은 경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건 남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이해해보려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강의를 들으며 느낀 것들을 당장 내일부터 한 번 실천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독자들의 질문과 답변
타인에게 인정받으면 행복인가요? 인정받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나요?
일단 저는 둘 다 맞다고 봅니다. 대체로 사람은 자기 존재감을 인정받길 원하지만, 그 순간 다른 사람의 인정의 포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인정받음의 순간이 당장인가 아니면 십 년 뒤인가 하는 기간의 융통성이 있다면 인정받음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 인정받아야 한다고 치면 화가 될 가능성이 클 겁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고전을 통해 어른이 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고전이 직접 가르쳐 주진 않습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그 책에서 내가 예전에 고민했던 무언가와 만나게 되면 그것이 좋은 경험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예고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입니다. 고 3이고 대학 준비를 하다 보니 실기 위주로 수업을 받는데 요즘 들어 기본 지식이 창작의 근원이 된다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인문학적 지식은 바닥을 드러내는 데 쓸 글들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을 이해할 줄 아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분들이 위대한 자료를 남겼지만 인문학의 근본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으로는 책을 읽거나, 주변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TV를 보는 방법도 있고요. 정말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알을 깨고 나와서 타인들과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고. 더 큰 세계로 진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 김용석 저 | 멘토르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은 딴지일보 김용석 편집장이 딴지일보 특유의 직설적이면서도 신랄한 문체로 누구나 한 번쯤 읽었으리라 여겨지는 13권의 고전문학 작품을 색다르게 파헤쳤다. 줄거리 요약이나 등장인물 소개에서 한발 나아가, 고전을 읽지 않았다고 얕잡아 보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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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문화 얼리어답터' 예스24 리포터 김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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