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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영 "꽃을 대하는 자세로 식사를 하자"

『철학이 있는 도시』 저자 우석영의 평화와 폭력, 음식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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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내가 누군가에게 가해하지 않고, 가해를 당하지도 않고, 자기실현을 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실현이란 인간다움의 실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해하는 갖가지 상황들이 폭력입니다.

3월 5일, 자하문로에 위치한 카페 야나문에서 우석영의 신간 『철학이 있는 도시』 출간 기념 페인팅 토크가 열렸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그림과 함께 인문학적으로 성찰해낸 책인 만큼, 그림을 함께 보여주는 ‘페인팅 토크’라는 형식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페인팅 토크의 주제는 폭력과 평화였는데, 강연 후반부는 평화로운 식사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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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페인팅 토크인가

 

“미술이란 삶의 멈춤, 사색을 시작할 수 있게 합니다. 감상자는 반추하고 기억하고 사색하는 데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타자성과의 만남을 훈련하게 됩니다. 그래서 철학적 담론과 미술은 만날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과 존 암스트롱은 미술의 7가지 기능으로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숙, 감상을 꼽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타자와 만나서 억압받지도 억압하지도 않고 자기 개진을 할 때 성숙합니다.”

 

전후 60여 년의 격동과 러시, 우리나라의 현주소

 

“전후 6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개발이 절대선이 되었습니다. 국가와 자본, 특히 독점 재벌의 지배력이 확대되었죠. 상혼, 즉 상인의 영혼의 지배력도 압도적으로 커져서 ‘탐욕 해도 괜찮아’의 기풍이 생겼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사람들의 의식이 못나서가 아니라 그렇게 구조화되었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구체적으로 개발과 관련해서는 땅과 마을공동체, 즉 게마인샤프트(Gemainschaft)의 해체 현상을 꼽을 수 있는데요. 게마인샤프트란 퇴니아스라는 사회학자가 독일의 농촌사회가 해체되고 산업사회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며 만들어낸 개념으로, 이웃 간의 상호 협동이 살아 있는 농촌 공동체를 뜻하는 말입니다. 산업사회로 바뀌는 과정과 함께 농토의 가치가 떨어지고, 농토 안에 사는 생물들에 대한 폭력이 일어났습니다. 강력해진 국가는 시민을 위축시켰죠. 국가의 요구에 대해 단지 반응하는 주체는 있어도, 직접 개입하고 항변하는 그런 주체는 소수입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고 행복한 상태는 개방된 상태인데, 자기 안에 갇혀 자신의 요구를 개진하는 것이 억압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억압하든 바깥에서 억압하든 모두 폭력의 상황입니다.

 

고용불안과 같은 구조적 불안과 안보불안의 문제도 있습니다. 안보가 정치 무기화되어 민주주의의 후퇴를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가 폭력과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복지도, 문화융성도 아니라 평화라는 개념이 이 모든 문제를 관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개념

 

“평화란 내가 누군가에게 가해하지 않고, 가해를 당하지도 않고 영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적으로 자기실현을 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실현이란 곧 인간다움의 실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해하는 갖가지 상황들이 폭력입니다.”

 

우석영 작가는 이어 Anna Mary Robertson Moses의 <Hoosick River>, David Olere의 <The Food of the Dead for the Living>, 전화황 <전쟁의 낙오자들>, 서용선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등과 같이 평화나 폭력의 일면을 포착하고 있는 미술 작품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평화에 관한 개념을 개인의 차원과 사회 공동체 차원에서의 평화로 나누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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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Mary Robertson <Hoosick River>

 

“개인의 경우 평화란 스스로가 요청하는 자기의 모습,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만남의 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화랑 정신에서는 죽이긴 죽이더라도 잘 선택해 죽여야 한다는 살생유택이라는 정신이 있습니다. 자연과 평화 관계를 맺기 위해 개인이 지킬 수 있는 원칙입니다. 또한 개인이 타인을 만날 때도 마하트마 간디가 말한 폭력이 없는 상태, 즉 비폭력을 뜻하는 아힘사로 만나야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도 이에 해당이 되고, 또한 형제애라는 뜻을 가진 이크와, 즉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형제이자 동포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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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황 <전쟁의 낙오자들>, 서울시립미술관

 

안중근 의사가 동포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다고 증언했을 때, 당시만 해도 동포라는 개념이 살아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구조에서 이 개념은 사라져 갔죠. 에로스도 개인이 타인과 맺을 수 있는 평화로운 관계의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라는 뜻의, 안심된다는 개념인 샨티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김원봉 선생은 ‘나를 정복한 나, 나를 이긴 나’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누군가 스스로 안에 유폐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기며 자기 자신과 만날 때 영적 성숙, 섭생, 기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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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acrylic on canvas, 143.5x230.5cm, 2010

 

사회 공동체 차원에서의 평화란 사회 공동체가 스스로 요청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이루는 것입니다. 개인의 차원에서 이것이 곧 만남이었다면, 사회적 차원에서 이는 발전입니다.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첫 번째로 자연과 만날 때 폭력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공동체 내 직접 폭력, 구조적 폭력도 제거되어야 하죠. 구조적 폭력을 제거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산업재해, 환경오염, 노동법 위반, 공권력의 폭력 등이 없는 상태이자, 다른 사회공동체와도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상태입니다.”

 

음식의 경우

 

이어서 저자는 마지막으로 음식과 평화의 관계, 음식으로 평화를 만드는 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여러분은 아까 식사를 통해 필요물을 섭취하고 오셨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사하셨어요?’라는 질문은 ‘안녕하세요?’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여 왔습니다. 식사했다는 건 안녕함, 즉 평화로움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전후 사회가 발전하여 foodism의 등장으로 음식은 즐거움이나 안락의 절대 영역이 되었습니다. 요즘 TV에서도 음식과 관련한 방송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음식, 식사의 폭력성이 주목을 받는 사태는 억압되고 봉쇄됩니다. 이와 관련해 Jean Pierre Zaugg와 Georges Favre의 <Folk>는 스위스 레만 강 위에 꽂힌 거대한 포크 조형물을 세워 현대 사회의 음식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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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Pierre Zaugg, Georges Favre <Folk>

 

그 밖에 밀턴 에버리라는 화가가 있습니다. 가죽쟁이 집안에서 태어나 노동을 하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작가인데요. 평화로운 음식을 먹을 때 평화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작품들을 준비했습니다. 식사란 생물에 대한 직접 폭력, 즉 살생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까 살생유택을 말했듯 축산법, 살생법, 재배법을 일일이 생각하며 먹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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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ton Avery <two women>, 출처 wikiart.org

 

두 번째로는 콘스탄틴 코로빈이라는 작가입니다. 그는 이렇게 생선이나 음식물과 같은 그림을 그렸는데요. 저는 식사란 만나는 활동이기 때문에, 이는 곧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식사란 인간의 자연성을 가장 강렬히 체험하는 활동이죠. 그래서 평화의 식사를 위해서는 인간답게 죽이고, 기르는 일에 대해 고려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식사가 자기 이해와 결부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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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stantin Korovin, <Artist at the Easel>

 

여러분은 음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음식이란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음식은 조리, 유통가공, 논밭-토양-미생물, 그리고 태양-지구의 차원까지 겹겹이 둘러싸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에는 여러 차원이 결부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레시피나 문화의 차원에서만 주목하며 음식에 대해 빈곤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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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oul Dufy <The Wheat Field>, 출처 wikiart.org

 

저자는 마지막으로 음식으로 평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예를 들며 강연을 마쳤다.

 

“구체적으로 음식으로 어떻게 평화를 만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다음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유래된 SOL 푸드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이것은 제철의(Seasonal), 유기농의(organic), 현지 지역의(local) 음식을 고르자는 뜻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일, 또한 동물이나 농민 복지 등에 대해 고려하고 선택하는 일, 내 몸에 맞는 음식을 고르는 일, 생태 지식에 근거해 조리하는 일, 그리고 꽃을 대하는 자세로 식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로운 식사를 위한 개인적인 실천들이 곧 사회적인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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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보경(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좋은 글을 읽고, 좋은 책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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