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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무간도’를 시작하며

사회 이야기, 사람들 이야기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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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 속 상황에 대한 담긴 사회적 의미들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한번쯤 돌아봐야 할 지점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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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 전문가도, 비평가도 아닙니다. 영화에 별점을 매기거나 배우의 연기를 품평할 능력도 없고요.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런 제가 영화에 관한 글을 정기적으로 쓰기로 한 건 사회적 맥락에서 영화를 읽어보고 싶어섭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암살>과 <베테랑>, <사도>가 상영됐습니다. 현실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진 않지만 현실의 사건을 소재로 하거나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들입니다. <암살>의 대사, “그래도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라고 말하는 주인공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세대에게 용기를 갖고 계속 싸우라고 말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베테랑>의 반문은 돈은 없지만 ‘가오’는 세우고 싶은 마음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 속 상황에 대한 담긴 사회적 의미들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한번쯤 돌아봐야 할 지점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비단 한국 영화만은 아닐 겁니다. 올 들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마션><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살아남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저 멀리 떨어진 화성에서도, 황량한 설원(雪原)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두 영화의 주인공 모두 기술을 지닌 자들입니다. <마션>의 주인공은 농학과 과학 기술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주인공은 인디언이 사는 영토에 대해 잘 아는 자입니다. 이 영화들이 한국 사회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뭘까요. 어떻게든 당신이 가진 것들을 활용해 살아남으라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런 의미 부여가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 의도했던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그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자의 생각도 반영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울고 웃는 건 영화 장면과 대사들이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는 무언가를 건드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무언가가 대체 무엇인지를 찾아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제 글은 영화보다 사회 이야기, 사람들 이야기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본격적인 영화 비평을 원하는 분이라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현실이 싫어서 영화를 보는데 왜 자꾸 현실 얘기를 꺼내느냐고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읽을 만한 글, 읽는 분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권석천의 무간도'는 격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추천기사]


- 놓아버릴 때, 더 강해지는 삶의 의지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청산되지 않은 역사 체증의 소화제 <암살>
- 피의 열등감, 그 비극의 대물림 <사도>

- 당신의 손길은 좋아요 백만 개, <좋아해줘>
- 거대 조직을 등에 업은 소품 블록버스터: <검사외전>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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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석천(중앙일보 논설위원)

1990년부터 경향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2007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법조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앞에 놓인 길을 쉬지 않고 걷다 보니 25년을 기자로 살았다. 2015년에 <정의를 부탁해>를 출간했다. 이번 생에는 글 쓰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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