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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작가 이외수, 자뻑이 필요한 시대

<월간 채널예스> 1월호 커버 스토리 『자뻑은 나의 힘』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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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려하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요즘은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합니다. 책을 쓸 때도 이 점을 강조하는데, 점점 제 작품 속 주장과 세상은 반대편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자뻑의, 자뻑에 의한, 자뻑을 위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외수 작가를 만났다. 위암 투병 후 몸무게가 20kg 가량 줄었지만 집필과 생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팔팔하다. 8차 항암치료까지 무사히 끝낸 작가는 지난해 두 권의 에세이를 펴냈다. 1월에는 『뚝,』 11월에는 『자뻑은 나의 힘』을 썼다. 투병 생활 1년 반 만에 내놓은 책의 제목이 『자뻑은 나의 힘』이라니. 작가가 매일같이 외치는 버티기 정신이 없었더라면 독자는 이 책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자뻑’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한자 스스로 자(自)와 강렬한 자극으로 정신을 못 차린다는 의미의 속어인 ‘뻑’이 합성된 신조어다. 하루하루 새로운 혼돈이 찾아오는 이 시대, 이외수 작가는 “국정교과서대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도 각박하고 살벌하다. 자신을 부추기고 자신을 격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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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가는 근심은 없다


투병 중에 책을 쓰셨어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요즘은 모든 사람이 자기 코가 석자잖아요. 자기 발등에 붙은 불을 끄기 바빠요.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가족들한테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에요. 결국 스스로 격려하고 일어서야 하기 때문에 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암에 걸리면 죽는다”는 게 기본 등식처럼 돼있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개 암 확진 환자들은 5단계의 공통된 심리 상태를 거치는데, 1단계는 부정, 2단계는 분노, 3단계는 인정, 4단계는 우울, 5단계는 수용입니다. 수용을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작가님께서는 위암 판정을 받고 30분 만에 5단계를 뛰어넘었다고 하셨어요.


후회가 없을 만큼 치열하게 살았다는 거죠. 이만하면 더 욕심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떠나도 미련 같은 게 없으니까요.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사랑 받은 작가도 드물 것이다, 생각했을 때 오히려 행복했어요. 이 상태로 떠나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견딜만한 고통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산전수전, 네티전까지 겪었으니까요. (웃음) 암과 맞닥뜨렸을 때, 이것만 승리하면 전승이라고 생각했어요. 독자들에게 꼭 암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내가 사랑했던 작가가 옳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소설, 산문을 통해 평소 주장했던 것, 실천했던 것, 독자들에게 호소했던 것이 맞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저는 제 삶에 여한이 없지만,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힘든 분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 내 글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항암치료를 8차까지 끝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셨다고요.


아침에 거울을 볼 때 얼굴이 우중충하면 의기소침해지기 쉬워요. 자괴감에 빠지기 쉬워요. 암환자들의 공통점이죠. 그래서 외모를 가꿔야겠다 생각했어요. 일부러 미용실도 자주 가고 마사지도 자주 하고 옷도 웬만하면 밝은 색으로 입고요. 가끔은 얼굴에 각질 제거도 하면서 기분전환을 해요. 거울도 자주 보고요. 스스로에게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아요. “너는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인간성도 썩 괜찮은 놈”이라고요. 가족들이랑 문하생들이 고생이 많죠. (웃음)

 

오랫동안 기른 수염도 깎으셨어요.


의료팀이 불편해 할까 봐요. 코에 호흡기를 넣어야 하는데 수염이 있으면 거추장스럽잖아요. 의료팀을 배려해서 깎은 거예요. 처음에는 많이 어색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계속 보니까, 썩 괜찮아요. 계속 짧게 살아도 괜찮겠다 싶어요. 사느냐 죽느냐는 문제에 봉착해 있는데, 수염이 길면 어떻고 짧으면 어떻겠어요.

 

역시, 자뻑이신가요?


실제로 괜찮기도 합니다. (웃음)

 

사실 작가님의 ‘자뻑 정신’은 역사가 짧지 않습니다. 언젠가 ‘자뻑’을 공표하는 책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책 제목을 정하면서는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요즘 9포세대라고 하잖아요. 소중한 것들을 몽땅 포기해야 하는 시대가 됐는데, 자신감이 너무 많이 떨어졌고 자괴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 자살률이 1위잖아요.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고, 노인 자살률도 1위라는 불명예를 가족 있어요. 경제가 나아지면 뭐 합니까? 정신의 건강도 따라줘야죠. 물질의 풍요가 아무리 주어진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허약하면 행복할 수가 없어요. 저는 정신 건강의 풍요는 결국 책으로밖에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독자를 서점으로 이끄는 데는 작가의 몫도 있습니다. 출판 업계의 책임만이 아니에요. 작가도 위기 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자각해 어떤 치유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풍자와 해학이 곁들여진 자뻑은 매력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도무지 ‘자뻑’이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너무 밑천이 없는 경우 ‘나는 뭘로 자뻑을 해야 하나’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쓸모 없는 것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스스로를 주의 깊게 관찰을 안 했기 때문에 모르는 거죠. 부모들에게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을 합니까. 대개 자기 자식을 말해요. 누구라도 누군가에게 가장 귀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만약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만들어가시면 됩니다. 노력을 기울이면 자뻑의 건더기가 전혀 안 생길 수는 없어요. 예를 든다면, 부족한 걸로도 자뻑을 할 수 있어요. “나는 내 자랑 같지만 너무 할 줄 아는 게 없어”, “나는 내 자랑 같지만 실수가 너무 잦아”라고 말하는 거예요. 단점이 오히려 장점처럼 느껴지고 오히려 열등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어요. 주문처럼 외워보는 거죠.

 

“심각해하지 말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이게 마음가짐의 문제이긴 하지만, 너무 심각한 상황에 있는 사람도 있단 말이에요. 이를 테면 실직을 했거나, 이별을 했거나,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요.


예컨대 근심, 불안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초등학생 때 근심이 없었나요? 숙제를 안 했거나 선생님에게 혼났거나 친구와 싸웠을 때도 근심은 생깁니다. 그러면 중학생 때는 없었나요? 고등학생 때는요? 입시 문제, 집안 문제로 끊임없이 근심이 있었을 거예요. 누구든지 사람이라면 근심이 생기는 게 인생이에요. 근심의 강도는 나이가 들수록 더 세지고 종류도 많아져요. 성장하면서 계속 생깁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세요. 그 근심들이 어디 갔나요? 아직도 내 앞에 있나요? 없잖아요. 새로운 근심은 찾아왔지만 겪은 근심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없어졌어요.

 

어차피 모든 근심은 평생 가지 않는다는 말씀이시죠?


내 곁에 아직도 붙어 있는 근심은 없으니까요. 얼만큼의 시간이 걸리느냐, 그 차이는 있겠지만 평생 가는 근심은 없어요. 모든 근심은 100% 사라지는데, 우리는 그걸 계속 붙잡고 자지러졌던 거예요. 모든 근심은 100% 사라집니다. 평생 가는 건 없어요. 그러니까 100% 사라진다는 신념 속에서 근심을 놓아버려야 합니다. 왜냐, 거기에 종일 붙어 있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거든요. 빨리 해결되지도 않고요. 붙어 있는 기간만큼 나만 힘들어질 뿐이죠. 관조가 필요합니다. 근심으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그걸 바꿔서 생각하자는 거예요. 세상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항상 전화위복의 기회는 옵니다.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한쪽만 붙들고 근심하지 말고, 곧 다가올 좋은 일도 상상하면 근심이 좀 가벼워질 수 있어요.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2014년에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을 쓰고 나서, 암이 찾아왔기 때문에요.


제목이 정말 중요합니다. 2008년에 『하악하악』을 썼을 때, 담배를 끊었는데 급성장염이 와서 100일 동안 설사를 견뎠단 말이에요. 결국 쓰러져서 수술을 했죠. 그 때 내가 제목을 『하악하악』이라고 써서 좀 헐떡거렸구나 생각했어요. 그 다음에는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을 쓰고 암에 걸려 또 쓰러졌던 말이에요. ‘어, 이거 제목 정말 조심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년에는 『뚝,』을 썼는데 모든 악재가 사라졌어요. 고통도 뚝, 슬픔도 뚝 그쳤죠. 지금은 제가 일어설 때예요.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일어나야겠다 생각해서 자뻑이 필요하다, 『자뻑은 나의 힘』이라고 제목을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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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정신, 왜 필요한가


전작 『뚝,』은 ‘이외수의 버티기 실천법’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자뻑을 하기 위해서는 버티는 능력도 필요할 텐데요.


중요합니다. 버티는 것도 정말 뛰어난 능력입니다. 위암 수술 후에도 인스피로미터(inspirometer) 연습을 줄기차게 해야 했어요. 크게 숨을 들이쉬어 구슬을 상단에 붙이는 훈련을 했는데, 불 때마다 절개한 자리가 찢어질 듯 아팠어요. 하지만 필사적으로 불었어요. 덕분에 지금은 거뜬합니다. 가끔은 세상이 돌아가는 판국을 보며 탄식도 합니다. 울화통도 터뜨립니다. 어떻게 날마다 껄걸 웃고만 살겠습니까? 하지만 주저앉지는 말아야죠.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말아야지요.

 

잘 버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결국 버틴다는 것은 억지로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반항기도 좀 필요하고요. 사회부정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정의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정의를 발판으로 해서 버티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버티는 정신이 가장 필요한 세대는 젊은 세대입니다. 우리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 세대는 불행해도 너무 불행합니다. 오죽하면 취업이 안 된다고 철학과를 없애나요? 정신적 풍요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물질적 풍요가 중요한 사회가 됐어요. 인간이라는 가치를 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정의롭지 않은 사회가 될 뿐입니다.

 

버티는 정신이 있기 때문에 다작을 하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의 대표작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대개 작가들은 자기 작품에 대해 조금씩 불만을 갖고 있어요. 보완해야 할 게 있다고 보고, 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쓰고 싶어 하죠. 자신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대표작을 이야기하면 많은 작가들이 ‘다음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소설과 산문집, 선화집까지 다양한 책을 펴내셨어요.


사람에게 육신의 양식이 필요하다고 할 때, 한 가지 영양소만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정신의 양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소설이 갖고 있는 영양가, 우화가 갖고 있는 영양가, 시가 갖고 있는 영양가가 모두 다르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내 독자들한테라도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전기와 후기로 나눠본다면, 전기에는 『들개』, 후기에는 『벽오금학도』가 있겠지요.

 

“내 글이 묵은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왜 묵은지인가요?


값도 저렴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서민의 음식이잖아요. 그렇다고 영양가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 여러 좋은 장점을 갖고 있어요. 젊었을 때는 고통을 인생의 소금이나 고춧가루 정도로 생각하고 살았어요. 인생도 밥상 같아서 짠맛이나 매운맛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이제 제가 쓴 글들이 누군가의 인생에 목은지 한 접시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책을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고, 느끼고, 깨닫습니다. 아는 것보다는 느끼는 것이, 느끼는 것보다는 깨닫는 게 낫습니다. 우리는 보통 지식을 아는 데 머무르지만, 그것들이 느낌으로 깨달음으로 가려면 발효과정이 필요합니다. 아는 것을 발효하는 데 가장 좋은 에너지는 사랑이고요. 내가 읽은 책에서 사랑을 더하면, 책의 효용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생깁니다. 만물을 보는 깊이를 얻기 위해서는 책보다 좋은 것이 없어요.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사나? 싶을 때도 있는데요.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질 못했기 때문이에요. 완전히 소화를 시켜 영양소로 흡수해야 하는데, 책을 잘못 읽은 거죠. 제대로 읽었다면 그런 인생을 살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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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구가 늘어나야 사회가 발전한다


감성마을에서 지내신 게 올해로 10년이 넘어섰습니다.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춘천에서 살 때는 사회활동을 거의 안 했어요. 사회성도 결여됐고 협동심 같은 건도 부족했죠. 그런데 감성마을은 오지란 말이에요. 첩첩산중이에요. 그 속에 들어갔을 때, 이제 나만을 위해 살 때는 지났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기 시작했고,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폐쇄적인 삶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삶의 형태로 바뀌었죠.

 

모든 작가가 독자와 친밀히 소통하고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건 아닌데요. 오로지 작품으로만 독자를 만나는 작가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변하지 않는 건 제자리에 있는 것과 같아요. 퇴보만도 못하죠. 제자리걸음만 계속 한다는 건 퇴보보다도 못해요. 작가는 어찌 보면 결국 자기완성을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 사인회를 통해 오랜만에 독자를 만나셨어요.


퇴원 후 첫 사인회를 했습니다. 걱정했어요. 제 건강이 염려된 게 아니라, 대한민국 출판계가 요즘 허기져있어서요. 유명 작가도 독자들이 안 와 30분을 못 버틴다고 하니까요. 이번 사인회는 3시간 정도 했어요. 덕담도 많이 주고 받았고, 표지 문구를 새긴 서각을 화선지에 찍어서 드렸어요.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불러들이는 소망을 담아 만들었던 서각이었거든요. 일일이 인사를 하느라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찾아와주신 독자들에게 감사했죠. 부분적으로나마 출판시장이 아직은 건강해 보여 좋았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우선 칭찬해드리고 싶어요. 인간은 물질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정신적, 영적 존재입니다. 정(精), 기(氣), 신(神) 삼합체(三合體)라고 하죠. 지금처럼 물질적 존재감만을 부각시키는 시대에서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을 보충, 보완하는 유일한 길은 책을 읽는 일입니다. 꼭 책을 사기 위해서만 서점에 오는 것이 아니라, 휴식을 취하러 서점에 자주 왔으면 합니다.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독서 인구가 늘어나야 사회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오로지 암을 극복하는 것만 생각하겠다”고 하셨는데, 많은 다른 생각들을 하고 계신 걸로 보여요.


왜냐면 제가 살아가야 할 이유 중의 하나니까요. 극복이나 치유의 힘이 돼주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말해온 작가로서의 좌우명이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입니다. 더 근심하고 더 슬퍼하고 더 사랑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올해 목표가 있으신가요?


우선 건강을 완벽하게 회복하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감성마을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에요. 많은 사람에게 감성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소설을 한 편 쓰고 싶습니다.

 

만약 작가님께 일간지 1면을 통으로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서로 배려하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요즘은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합니다. 책을 쓸 때도 이 점을 강조하는데, 점점 제 작품 속 주장과 세상은 반대편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작가로서 무력감에 빠질 때도 많고요. 많은 분이 독서와 기도를 통해 나 자신의 아픔만을 생각하지 말고 타인의 아픔까지 헤아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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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뻑은 나의 힘 이외수 저 | 해냄
지난해 갑작스런 위암 확진으로 긴급 암수술과 이후 8차에 걸친 항암치료를 견디며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고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이외수. 40여 년 작가 생활 동안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긴 머리를 하루아침에 싹둑 자르고 모질고 고통스럽다는 항암치료 과정을 겪으면서 그가 집필한 글과 직접 그린 그림들을 모아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에세이 『자뻑은 나의 힘』을 세상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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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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