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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인간의 고독을 그리는 소설가

2008년 제39회 동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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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북미를 비롯한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수 차례에 걸친 낭독회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장편소설 『혀』(2007)의 판권을 국내 작가로서는 최고 대우를 받으며 해외 유수의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 등 자신의 문학적 자장을 꾸준히 밖으로 넓혀온 조경란. 작가는 그동안 ‘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주요 소설가’로서 부동의 자리를 지키면서 독자와 문단의 신뢰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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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우수를 부감시키며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작가 조경란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년 후에 서울예대 문학창작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6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다 할 인간관계도 없이, 괴롭고 암담하게 막연히 책만 보며 세월을 지내다가 어느 날 새벽 불현듯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며 문학에 도달했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조경란은 크게 “시적 광휘와 서사적 긴장”이 어우러진 자재롭고도 밀도 높은 문체로 문단과 독자의 신망과 기대에서 좀체 벗어난 적이 없다. 심미적 소설이 가 닿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많은 이들이 슬픔이 응축된 단정하고도 왠지 모를 서늘함을 매복한 조경란의 소설에서 찾고 위안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경란은 자신이 왜 소설을 쓰는 지 잘 모른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쓰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는 것. 쓰고 있지 않으면 ‘내가 존재하고 있기는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쓰기’라는 행위는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폭력적인 세계, 타인과의 소통의 단절을 주로 그린 초기 작품 세계에서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주목되는 조경란은 지인들과 맥주 마시는 시간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 『나의 자줏빛 소파』, 『코끼리를 찾아서』, 『국자 이야기』, 『풍선을 샀어』, 중편소설 『움직임』,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 『가족의 기원』,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혀』, 산문집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 『백화점』 등이 있다.

 

1991년 『식빵 굽는 시간』으로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2003년에는 「좁은 문」으로 ‘제28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풍선을 샀어』는 ‘2008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밖에도 ‘문학동네작가상(1996)’,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2)’을 수상했다.

 

 

조경란 작가의 대표작

 



조경란 저 | 문학동네  

조경란의 이전 작품이 깊이 있는 문체로 삶의 결들을 섬세하게 더듬는 느낌이었다면 『혀』는 강렬하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빠른 전개,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다채로운 음식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사랑, 욕망, 거짓을 감각적으로 그려내었다. 33살의 요리사 지원이 오랜 애인과의 이별을 맞이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7년간 함께 해온 석주의 혀에서 전직 모델 이세연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차오르던 분노를 가라앉히고 요리에 전념하던 지원은 점점 요리사로 인정받기 시작하지만, 개 폴리는 우울증을 앓게 된다. 보다 못한 지원은 폴리를 석주와 세연에게 보낸다. 그러다 사랑하던 개가 전 남자친구의 새로운 애인에 의해 죽자 그녀는 복수를 시작한다.

 

 

 

풍선을 샀어  

조경란 저 | 문학과지성사  

조경란의 다섯 번째 소설집. 표제작 「풍선을 샀어」를 비롯해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품에는 가족보다 더 긴밀한 유사가족의 틀 속에서 생활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저마다 다른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타인과의 교통이 그다지 원활하지 못한 그들이, 몰랐던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 새로운 시작에 다가서는 이야기가 작품들의 한 축을 담당한다. 또 다른 축은 글쓰기의 어려움과 책 읽기의 행복, 이른바 "책의 존재론"을 두고 고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보다 깊은 상처의 근원을 건드리고 집요하게 좇아가는, 이른바 조경란 소설의 본령을 찾을 수 있다.

 

 

 

 

코끼리를 찾아서

조경란 저 | 문학과지성사

조경란 작가의 자전소설을 비롯해 7편의 중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작가 조경란의 작품에는 오늘의 우리가 겪고 보고 느껴야 하는 부정적 심리 현상들과, 그 병적인 상황에 묻어 병에 들린 사람들의 자학적인 정황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병적 징후를 내포한 인간의 고독과 실의와 자폐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사랑의 기억'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어디든 사람이 살고 새가 울고 나무가 자라고 친구가 찾아온다면 그곳이 바로 집이란다"라고 조경란은 한층 성숙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백화점

조경란 저/노준구 그림 | 톨

백화점이라는 장소가 현대인들에게 갖는 의미와 기능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문화 에세이 『백화점』은 현장 취재와 자료조사를 통해 깊이와 넓이가 더해져, 오롯이 백화점을 다룬 최초의 논픽션이 되었다. 정신적인 삶, 물질적인 삶 사이에서 갈등한 조경란의 고민이 엿보인다. 16년 동안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체류하거나 여행했던 도시들-뉴욕, 샌프란시스코, 아이오와, 암스테르담, 파리, 베를린, 도쿄 등지에서 경험한 백화점들, 19세기 말 아케이드에서 출발하여 박람회를 거쳐 백화점으로 진행된 근대 소비문화의 역사, 1920년대 말에 태동한 우리나라 백화점의 변천사와 마케팅과 소비사회에 관한 성찰 등 현재와 과거, 경험과 기억, 직접적 관찰과 문헌을 통한 사색이 풍성하게 펼쳐진다.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조경란 저 | 문학과지성사

조경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주인공 '강운'은 죽음을 앞둔 엄마로부터 자신의 생년월일이 1969년 12월 31일이 아니라 1968년 12월 31일이라는 말을 듣고 자아의 탄생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후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제기하고 그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전생 체험이라는 신비주의적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 특유의 뛰어난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강렬하고도 비밀스런 전생 체험과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 주인공의 끝없는 방황의 이야기가 섬세하면서도 세밀한 문체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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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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